[이종우 증시 맥짚기] 대형주 주가 발목 잡힐까
[이종우 증시 맥짚기] 대형주 주가 발목 잡힐까
美 금리 상승 조짐과 국내 단기 급등 부담 커져 미국 시장금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상승 속도 때문인데 1월 4일 0.9%였던 미국의 10년물 국채 금리가 6일만에 1.14%가 됐다. 단기에 24%나 급등한 것이다. 그 동안 주가가 오른 건 낮은 금리라는 안전판이 있어서다. 작년에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공개시장조작위원회(FOMC)를 열 때마다 2023년 전에 금리를 올리는 일은 없을 거라 공언했기 때문에 그 동안 투자자들도 저금리를 당연한 걸로 생각하고 있었다.
이번 금리 상승을 통해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그대로 유지해도 시장에서 결정되는 금리는 모습이 다를 수 있음이 증명됐다. 정책금리와 시장금리 중 중요한 건 시장금리다. 중앙은행이 금리를 올리고 내리는 것도 시장 금리를 조절하기 위해서인데 둘이 다른 방향으로 움직일 경우 저금리 기조를 유지하기 힘들어진다.
과거 금리 동향도 시장에 두려움을 안겨줬다. 2009~2013년에 미국의 기준금리가 지금과 같이 0.25%였지만 10년물 금리는 3% 가까이 된 적이 있다. 둘 사이에 금리차가 2.5%포인트로 벌어진 건데, 최근 금리 상승에도 불구하고 둘 사이에 격차가 0.8%포인트에 불과한 걸 감안하면 앞으로 시장금리가 더 오를 가능성이 있다.
이번 금리 상승은 미국 경제가 회복돼 물가가 상승할 거란 전망에 근거하고 있다. 실제로 12월 소비자 물가상승률이 전월비 0.4%를 기록했는데 이를 연율로 환산하면 5%가 된다. 작년 8월 연준이 완화적인 통화정책 기조를 이어가겠다고 공언한 건 당분간 저물가를 상쇄할 정도의 물가 상승은 없을 거란 전망에 근거하고 있었다. 바꿔 말하면 물가 상승이 심해질 경우 정책을 바꿀 수 있다는 의미가 된다. 올 들어 물가 상승이 가시화되자 금융 시장이 곤란해 하고 있다.
물가 말고도 금리를 올릴 수 있는 부분이 또 있다. 바이든 당선자가 1조9000억 달러의 경기부양책을 제시했는데 작년 말 의회가 승인한 9000억달러까지 더하면 전체 부양 규모가 2조8000억 달러로 늘어난다. 대규모 채권 공급이 불가피해져 그 공포가 금리 상승으로 나타나고 있다. 금리가 오르자 시장은 연준의 생각이 궁금해졌다. 기존에 얘기했던 대로 물가가 올라도 제로금리를 유지하고, 자산매입을 줄이지 않겠다고 확인해주기를 바란 것이다. 그러면 급등한 시장금리가 안정을 찾을 거라 봤기 때문이다. 연준이 실제로 시장이 기대한대로 정책을 내놓았다. 파월의장이 온라인 세미나를 통해 경제가 회복하는 과정에 일시적으로 물가가 높아질 수 있지만 높은 물가가 꼭 유지되는 건 아니라고 얘기했다. 과도한 물가 상승이 나타날 경우 연준은 이에 대응하기 위한 수단을 가지고 있으며 지금은 완화정책을 거둬들일 때가 아니라고도 말했다. 채권 매입 규모 유지를 포함해 시장의 바램에 부합하는 정책을 펴겠다고 답한 건데 그 덕분에 급등했던 시장 금리가 다소 하락했다. 문제는 주식시장의 반응이다. 연준이 기존 정책을 유지하겠다고 얘기하고, 미국 민주당이 대규모 경기 부양대책을 내놓았지만 주식시장이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미국의 완화정책에 대한 기대가 약해져 우리 시장도 숨 고르기에 들어갔다. 미국 금리의 영향이 컸지만 단기 급등에 따른 부담도 주가를 끌어내렸다. 미국 대선이 있기 전인 작년 10월말에 코스피(KOSPI)가 2267이었다. 거래일수 48일만인 올해 1월 11일에 장중 3266이 됐으니까 주가가 두 달 사이에 44% 상승한 셈이 된다. 더 심한 상황이 작년 크리스마스 직전에 벌어졌다. 2700대 중반이었던 코스피가 10일만에 500포인트 가까이 상승해 단기에 20% 가까운 상승률을 기록했다. 외환위기 직후인 1999년을 제외하고 이렇게 짧은 시간에 빠르게 주가가 오른 예가 없었다. 같은 기간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 시장은 3% 상승에 그쳤다.
주가가 단기에 급등한 건 유동성 때문이다. 작년 12월 24일 고객예탁금이 62조원이였다. 열흘 사이에 해당 수치가 74조원이 됐으니까 하루에 1조원 이상 자금이 늘어난 셈이 된다. 유동성장세의 성격이 뚜렷해져 돈이 삼성전자와 현대차 등 대형주로 몰린 게 빠른 주가 상승을 가져온 힘이 된 것이다. 개인투자자의 매수가 커지면서 외국인과 기관은 매도에 나섰고, 개인투자자 사이에서도 분화가 일어났다. 작년 10월 이전에 시장에 들어와 있던 개인투자자는 크리스마스 이후 상승에 동참하지 않았고 최근에는 주가가 오른 대형주를 내다 팔았다. 돈이 한창 들어올 때는 새로운 세력이 기존 세력의 매도를 이겨낼 수 있었지만 돈의 유입이 줄어들면 상황이 달라진다. 매도세력의 힘이 세지면서 주가가 밀릴 수 밖에 없다. 이 상황을 막기 위해서는 매일 매일 시장으로 더 많은 자금이 들어와야 하는데 1월 13일 이후 고객예탁금이 큰 폭으로 줄어들고 있다. 반대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주가가 단기에 급등한 만큼 상당 폭 조정이 예상된다. 가장 문제가 되는 건 작년 12월 24일 이후 상승 분이다. 주가 상승이 대단히 빨라 과열을 걱정해야 할 정도였는데 이 중 상당 부분이 조정 대상이 될 걸로 보인다. 해당 기간 동안 코스피는 선진국 시장보다 15% 더 상승했다. 주가가 조정에 들어갈 경우 타격을 가장 크게 입는 주식은 대형주이다. 주가가 오르는 동안 당연하게 여겼던 여러 사실들이 의심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4분기 실적을 발표했던 지난 8일부터 주가가 본격적으로 올랐다. 8만2900원이었던 주가가 이틀 사이에 장중 9만6800원까지 16.7% 상승했다. 주가가 올랐지만 4분기 실적이 좋지 않았다. 시장에서는 9조3000억원의 영업이익을 예상했지만 결과는 9조원에 그쳤다. 평소였다면 주가가 하락할 사안이었지만 이번은 반대로 움직였다. 유동성의 힘이 워낙 세 악재가 곧바로 호재로 바뀌어 버린 것이다.
현대차도 비슷하다. 애플이 미래차 개발을 제휴했다는 소식으로 주가가 이틀간 40% 상승했다. 해당 제휴가 현대차만을 대상으로 한 것이 아니어서 결과가 유동적이고, 설사 개발 제휴가 이루어진다 해도 테슬라와 구글 등 선두 주자가 훨씬 앞서 있기 때문에 잘못하면 개발비만 들이고 결과는 얻지 못할 수 있다. 별로 큰 재료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주가는 이를 무시하고 급등했다. 돈이 힘이 미래를 만든 건데 주가가 후퇴하면 해당 재료와 이로 인한 상승이 다시 평가받을 수 밖에 없다.
지난해 7월까지만 해도 업종 대표주에 대한 기대가 높지 않았었다. 삼성전자 상승률이 다른 종목의 절반에 그쳤던 사실을 감안하면 삼성전자와 현대차도 예외가 아니었다. 그랬던 업종 대표주에 돈이 몰리면서 갑자기 뛰어난 성장성을 가지고 있는 주식으로 탈바꿈했다. 기업 내용이 바뀌었다기 보다 주가 상승으로 투자자들의 판단이 달라진 데 따른 결과다. 투자자의 판단은 상황에 따라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 대형주도 예외가 아니다. 앞으로 변화에 대비해 대형주의 비중을 줄이는 게 맞는 전략이다.
※ 필자는 경제 및 주식시장 전문 칼럼니스트로, 오랜 기간 증권사 리서치센터에서 해당 분석 업무를 담당했다. 자본시장이 모두에게 유익한 곳이 될 수 있도록 여러 활동을 하고 있다. [기본에 충실한 주식투자의 원칙] 등 주식분석 기본서를 썼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번 금리 상승을 통해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그대로 유지해도 시장에서 결정되는 금리는 모습이 다를 수 있음이 증명됐다. 정책금리와 시장금리 중 중요한 건 시장금리다. 중앙은행이 금리를 올리고 내리는 것도 시장 금리를 조절하기 위해서인데 둘이 다른 방향으로 움직일 경우 저금리 기조를 유지하기 힘들어진다.
과거 금리 동향도 시장에 두려움을 안겨줬다. 2009~2013년에 미국의 기준금리가 지금과 같이 0.25%였지만 10년물 금리는 3% 가까이 된 적이 있다. 둘 사이에 금리차가 2.5%포인트로 벌어진 건데, 최근 금리 상승에도 불구하고 둘 사이에 격차가 0.8%포인트에 불과한 걸 감안하면 앞으로 시장금리가 더 오를 가능성이 있다.
이번 금리 상승은 미국 경제가 회복돼 물가가 상승할 거란 전망에 근거하고 있다. 실제로 12월 소비자 물가상승률이 전월비 0.4%를 기록했는데 이를 연율로 환산하면 5%가 된다. 작년 8월 연준이 완화적인 통화정책 기조를 이어가겠다고 공언한 건 당분간 저물가를 상쇄할 정도의 물가 상승은 없을 거란 전망에 근거하고 있었다. 바꿔 말하면 물가 상승이 심해질 경우 정책을 바꿀 수 있다는 의미가 된다. 올 들어 물가 상승이 가시화되자 금융 시장이 곤란해 하고 있다.
물가 말고도 금리를 올릴 수 있는 부분이 또 있다. 바이든 당선자가 1조9000억 달러의 경기부양책을 제시했는데 작년 말 의회가 승인한 9000억달러까지 더하면 전체 부양 규모가 2조8000억 달러로 늘어난다. 대규모 채권 공급이 불가피해져 그 공포가 금리 상승으로 나타나고 있다.
유동성 부담에 국내 시장 숨 고르기
미국의 완화정책에 대한 기대가 약해져 우리 시장도 숨 고르기에 들어갔다. 미국 금리의 영향이 컸지만 단기 급등에 따른 부담도 주가를 끌어내렸다. 미국 대선이 있기 전인 작년 10월말에 코스피(KOSPI)가 2267이었다. 거래일수 48일만인 올해 1월 11일에 장중 3266이 됐으니까 주가가 두 달 사이에 44% 상승한 셈이 된다. 더 심한 상황이 작년 크리스마스 직전에 벌어졌다. 2700대 중반이었던 코스피가 10일만에 500포인트 가까이 상승해 단기에 20% 가까운 상승률을 기록했다. 외환위기 직후인 1999년을 제외하고 이렇게 짧은 시간에 빠르게 주가가 오른 예가 없었다. 같은 기간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 시장은 3% 상승에 그쳤다.
주가가 단기에 급등한 건 유동성 때문이다. 작년 12월 24일 고객예탁금이 62조원이였다. 열흘 사이에 해당 수치가 74조원이 됐으니까 하루에 1조원 이상 자금이 늘어난 셈이 된다. 유동성장세의 성격이 뚜렷해져 돈이 삼성전자와 현대차 등 대형주로 몰린 게 빠른 주가 상승을 가져온 힘이 된 것이다. 개인투자자의 매수가 커지면서 외국인과 기관은 매도에 나섰고, 개인투자자 사이에서도 분화가 일어났다. 작년 10월 이전에 시장에 들어와 있던 개인투자자는 크리스마스 이후 상승에 동참하지 않았고 최근에는 주가가 오른 대형주를 내다 팔았다. 돈이 한창 들어올 때는 새로운 세력이 기존 세력의 매도를 이겨낼 수 있었지만 돈의 유입이 줄어들면 상황이 달라진다. 매도세력의 힘이 세지면서 주가가 밀릴 수 밖에 없다. 이 상황을 막기 위해서는 매일 매일 시장으로 더 많은 자금이 들어와야 하는데 1월 13일 이후 고객예탁금이 큰 폭으로 줄어들고 있다. 반대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주가가 단기에 급등한 만큼 상당 폭 조정이 예상된다. 가장 문제가 되는 건 작년 12월 24일 이후 상승 분이다. 주가 상승이 대단히 빨라 과열을 걱정해야 할 정도였는데 이 중 상당 부분이 조정 대상이 될 걸로 보인다. 해당 기간 동안 코스피는 선진국 시장보다 15% 더 상승했다.
주가 조정 대비 대형주 강세 재평가
삼성전자는 4분기 실적을 발표했던 지난 8일부터 주가가 본격적으로 올랐다. 8만2900원이었던 주가가 이틀 사이에 장중 9만6800원까지 16.7% 상승했다. 주가가 올랐지만 4분기 실적이 좋지 않았다. 시장에서는 9조3000억원의 영업이익을 예상했지만 결과는 9조원에 그쳤다. 평소였다면 주가가 하락할 사안이었지만 이번은 반대로 움직였다. 유동성의 힘이 워낙 세 악재가 곧바로 호재로 바뀌어 버린 것이다.
현대차도 비슷하다. 애플이 미래차 개발을 제휴했다는 소식으로 주가가 이틀간 40% 상승했다. 해당 제휴가 현대차만을 대상으로 한 것이 아니어서 결과가 유동적이고, 설사 개발 제휴가 이루어진다 해도 테슬라와 구글 등 선두 주자가 훨씬 앞서 있기 때문에 잘못하면 개발비만 들이고 결과는 얻지 못할 수 있다. 별로 큰 재료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주가는 이를 무시하고 급등했다. 돈이 힘이 미래를 만든 건데 주가가 후퇴하면 해당 재료와 이로 인한 상승이 다시 평가받을 수 밖에 없다.
지난해 7월까지만 해도 업종 대표주에 대한 기대가 높지 않았었다. 삼성전자 상승률이 다른 종목의 절반에 그쳤던 사실을 감안하면 삼성전자와 현대차도 예외가 아니었다. 그랬던 업종 대표주에 돈이 몰리면서 갑자기 뛰어난 성장성을 가지고 있는 주식으로 탈바꿈했다. 기업 내용이 바뀌었다기 보다 주가 상승으로 투자자들의 판단이 달라진 데 따른 결과다. 투자자의 판단은 상황에 따라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 대형주도 예외가 아니다. 앞으로 변화에 대비해 대형주의 비중을 줄이는 게 맞는 전략이다.
※ 필자는 경제 및 주식시장 전문 칼럼니스트로, 오랜 기간 증권사 리서치센터에서 해당 분석 업무를 담당했다. 자본시장이 모두에게 유익한 곳이 될 수 있도록 여러 활동을 하고 있다. [기본에 충실한 주식투자의 원칙] 등 주식분석 기본서를 썼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김천 묘광 연화지, 침수 해결하고 야경 명소로 새단장
2"겨울왕국이 현실로?" 영양 자작나무숲이 보내는 순백의 초대
3현대차 월드랠리팀, ‘2024 WRC’ 드라이버 부문 첫 우승
4'1억 4천만원' 비트코인이 무려 33만개...하루 7000억 수익 '잭팟'
5이스타항공 누적 탑승객 600만명↑...LCC 중 최단 기록
6북한군 500명 사망...우크라 매체 '러시아 쿠르스크, 스톰섀도 미사일 공격'
7“쿠팡의 폭주 멈춰야”...서울 도심서 택배노동자 집회
8다시 만난 ‘정의선·도요타 아키오’...日 WRC 현장서 대면
9 신원식 “트럼프, 尹대통령에 취임 전 만나자고 3~4차례 말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