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품은 잘 팔렸지만’ 캐롯손보의 고민] 보험료 인상에 카카오까지 출전 경쟁력 잃을까 우려
[‘상품은 잘 팔렸지만’ 캐롯손보의 고민] 보험료 인상에 카카오까지 출전 경쟁력 잃을까 우려
매출 책임지는 퍼마일 차보험 상승세 잇기에 주력 캐롯손해보험의 ‘퍼마일(Per-Mile) 자동차보험’이 지난해 2월 출시 이후 1년간 13만 건의 신계약을 유치하며 인기를 끌고 있다. 이 상품은 국내 최초로 주행거리만큼만 보험료를 내는 파격적인 방식으로 보험료를 대폭 낮출 수 있어 보험소비자들 사이에서 화제가 됐다.
하지만 상품 인기에도 캐롯손보의 전망은 마냥 밝지만은 않다. 캐롯손보의 지난해 영업적자는 약 380억원 수준으로 전년에 비해 적자폭이 커졌다. 현재 팔고 있는 보험상품 군으로는 올해도 적자폭을 줄이기 쉽지 않아 보인다. 게다가 최근 정비수가 상승 조짐에 캐롯손보도 자동차보험료 인상을 추진하고 있어 저렴한 보험료가 강점인 퍼마일 자동차보험의 상품 메리트를 잃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2019년 말 ‘국내 1호’ 디지털 손보사로 출범한 캐롯손보는 당해 91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고 지난해에는 381억원의 적자를 봤다. 영업수익(396억원)에 비해 영업비용(778억원)이 많이 들었다. 이는 출범 초기 영업 인프라 구축 등 사업비 투입에 따른 적자다. 무조건적인 실적 부진으로 해석하기는 어렵다.
이런 가운데 대표상품인 퍼마일 자동차보험은 선방하고 있다. 캐롯손보 측에 따르면 지난해 2월부터 판매를 시작한 퍼마일 자동차보험은 올 3월까지 약 13만 건을 판매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장 전체로 보면 미미한 수치지만 출시 1년 만에 중소형사가 10만 건 이상의 신계약건수를 기록한 것은 고무적이라는 것이 업계 평가다.
기존 손보사들은 1년치 자동차보험료를 한 번에 납입하는 방식으로 상품을 운용해왔다. 하지만 퍼마일 자동차보험은 가입자가 주행한 거리만큼만 월별로 보험료를 납부하는 새로운 방식을 도입해 평소 차량 운행이 적은 직장인이나 주부, 세컨드카 운전자에게 안성맞춤 보험으로 각광받았다.
예컨대 연간 7000㎞를 운행하는 35세 남성 A씨(1600㏄, 차량가액 600만원, 3년 무사고 등)는 한 달에 월 기본보험료 1만7270원과 주행거리별 보험료(㎞당 13.9원)만 납부하면 된다.
연간으로 계산하면 월 기본보험료 20만7240원(1만7270원×12달)과 주행거리 보험료 9만7300원(7000㎞×13.9원) 등 총 30만4540원을 부담하면 된다. A씨가 같은 조건으로 타 손보사 자동차보험 가입 시(할인특약 제외) 연 60만원 정도를 납부한다. 보험료를 절반이나 줄일 수 있는 셈이다.
손해율도 안정적이다. 지난해 캐롯손보의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130%대다. 다만 타사처럼 연납이 아닌 월납 방식을 적용하면 퍼마일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80%로 하락한다는 것이 캐롯손보 측의 설명이다. 자동차보험의 적정 손해율은 77~80% 정도로 알려진다.
하지만 퍼마일 자동차보험이 캐롯손보 실적 상승에 어느 정도 보탬이 될지는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지난해 캐롯손보의 원수보험료(거둬들인 보험료)는 총 298억원으로 자동차보험에서만 236억원(79.2%)을 기록했다. ‘on-off 스위치보험’이나 ‘990원 운전자보험’ 등 특종보험의 원수보험료는 62억원(20.8%)에 그쳤다. 사실상 회사 매출의 80%를 퍼마일 자동차보험이 책임지는 형태다.
이처럼 캐롯손보 상품 라인업에서 퍼마일 자동차보험의 비중이 절대적인 상황이지만 향후 경쟁력에는 물음표가 달린다. 최근 중소형사들이 정비수가 인상 조짐으로 차보험료를 올리는 추세여서다.
캐롯손보도 보험개발원에 요율 검증을 신청하며 자동차보험료 인상을 추진 중이다. 캐롯손보 관계자는 “퍼마일 자동차보험은 2018년도 요율을 적용한 상품이라 요율변경이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며 “이번 달 안으로 요율 산정 결과가 나와 보험료를 인상한다면 시기는 상반기가 될 것이다. 구체적인 인상율은 결정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현재 캐롯손보는 퍼마일 자동차보험 외에도 운전자보험·어린이보험·레저보험·펫보험 등을 판매하고 있지만 가성비를 우선시한 상품들이라 사실상 수익적인 면에서는 큰 재미를 보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캐롯손보가 차보험료 인상을 단행한다면 주력 상품인 퍼마일 자동차보험 경쟁력 약화를 불러와 장기적으로 실적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비교적 낮은 보험료가 상품의 강점인 상황에서 월 납부액과 ㎞당 보험료 등이 오른다면 가입자 유치에도 부정적일 수 있어서다. 이미 기존 손보사들의 경우 다양한 할인 특약을 내놓으며 가입자 유치 경쟁을 벌이고 있다. 주행거리가 줄어들수록 할인율이 높아지는 마일리지 할인 특약은 최대 40%대 할인을 제공하며 대표적인 특약으로 자리 잡았다. 특히 퍼마일 자동차보험의 경우 주행거리가 1만㎞를 넘어가면 기존 타사상품(할인 특약 적용)과 보험료 차이가 크지 않다.
그러나 캐롯손보 측은 “다른 자동차보험료도 인상될 가능성이 높아 퍼마일 자동차보험료는 타사 대비 저렴한 비율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주행거리를 확인하러 접속하는 앱 사용자들을 대상으로 마케팅 강화 등 다양한 사업을 구상 중”이라고 밝혔다.
현재 디지털보험사 예비허가를 신청한 카카오가 향후 자동차보험 사업을 진행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캐롯손보에는 부담이다. 카카오는 금융당국의 허가가 나면 표준화된 자동차보험 상품을 무기로 시장을 공략한다는 계획으로 알려졌다. 수천만명의 회원을 확보한 카카오의 강력한 플랫폼은 디지털보험사를 넘어 기존 대형사들에게 위협적일 수밖에 없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CM(온라인)채널로 한정된 영업환경 탓에 디지털보험사들의 출범 초기 실적 부진은 어느 정도 예견된 수순”이라면서도 “최근 보험업계는 카카오나 토스 등 빅테크의 사업 참여뿐만 아니라 대형사들도 ‘디지털화’를 외치는 등 시장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는 분위기다. 사업 초기 ‘허니문 기간’임을 감안해도 캐롯손보의 적자가 우려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밝혔다.
- 김정훈 기자 kim.junghoon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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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상품 인기에도 캐롯손보의 전망은 마냥 밝지만은 않다. 캐롯손보의 지난해 영업적자는 약 380억원 수준으로 전년에 비해 적자폭이 커졌다. 현재 팔고 있는 보험상품 군으로는 올해도 적자폭을 줄이기 쉽지 않아 보인다. 게다가 최근 정비수가 상승 조짐에 캐롯손보도 자동차보험료 인상을 추진하고 있어 저렴한 보험료가 강점인 퍼마일 자동차보험의 상품 메리트를 잃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퍼마일’ 판매 선방, 실적은 ‘물음표’
이런 가운데 대표상품인 퍼마일 자동차보험은 선방하고 있다. 캐롯손보 측에 따르면 지난해 2월부터 판매를 시작한 퍼마일 자동차보험은 올 3월까지 약 13만 건을 판매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장 전체로 보면 미미한 수치지만 출시 1년 만에 중소형사가 10만 건 이상의 신계약건수를 기록한 것은 고무적이라는 것이 업계 평가다.
기존 손보사들은 1년치 자동차보험료를 한 번에 납입하는 방식으로 상품을 운용해왔다. 하지만 퍼마일 자동차보험은 가입자가 주행한 거리만큼만 월별로 보험료를 납부하는 새로운 방식을 도입해 평소 차량 운행이 적은 직장인이나 주부, 세컨드카 운전자에게 안성맞춤 보험으로 각광받았다.
예컨대 연간 7000㎞를 운행하는 35세 남성 A씨(1600㏄, 차량가액 600만원, 3년 무사고 등)는 한 달에 월 기본보험료 1만7270원과 주행거리별 보험료(㎞당 13.9원)만 납부하면 된다.
연간으로 계산하면 월 기본보험료 20만7240원(1만7270원×12달)과 주행거리 보험료 9만7300원(7000㎞×13.9원) 등 총 30만4540원을 부담하면 된다. A씨가 같은 조건으로 타 손보사 자동차보험 가입 시(할인특약 제외) 연 60만원 정도를 납부한다. 보험료를 절반이나 줄일 수 있는 셈이다.
손해율도 안정적이다. 지난해 캐롯손보의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130%대다. 다만 타사처럼 연납이 아닌 월납 방식을 적용하면 퍼마일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80%로 하락한다는 것이 캐롯손보 측의 설명이다. 자동차보험의 적정 손해율은 77~80% 정도로 알려진다.
하지만 퍼마일 자동차보험이 캐롯손보 실적 상승에 어느 정도 보탬이 될지는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지난해 캐롯손보의 원수보험료(거둬들인 보험료)는 총 298억원으로 자동차보험에서만 236억원(79.2%)을 기록했다. ‘on-off 스위치보험’이나 ‘990원 운전자보험’ 등 특종보험의 원수보험료는 62억원(20.8%)에 그쳤다. 사실상 회사 매출의 80%를 퍼마일 자동차보험이 책임지는 형태다.
이처럼 캐롯손보 상품 라인업에서 퍼마일 자동차보험의 비중이 절대적인 상황이지만 향후 경쟁력에는 물음표가 달린다. 최근 중소형사들이 정비수가 인상 조짐으로 차보험료를 올리는 추세여서다.
캐롯손보도 보험개발원에 요율 검증을 신청하며 자동차보험료 인상을 추진 중이다. 캐롯손보 관계자는 “퍼마일 자동차보험은 2018년도 요율을 적용한 상품이라 요율변경이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며 “이번 달 안으로 요율 산정 결과가 나와 보험료를 인상한다면 시기는 상반기가 될 것이다. 구체적인 인상율은 결정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현재 캐롯손보는 퍼마일 자동차보험 외에도 운전자보험·어린이보험·레저보험·펫보험 등을 판매하고 있지만 가성비를 우선시한 상품들이라 사실상 수익적인 면에서는 큰 재미를 보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캐롯손보가 차보험료 인상을 단행한다면 주력 상품인 퍼마일 자동차보험 경쟁력 약화를 불러와 장기적으로 실적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비교적 낮은 보험료가 상품의 강점인 상황에서 월 납부액과 ㎞당 보험료 등이 오른다면 가입자 유치에도 부정적일 수 있어서다.
카카오 차보험시장 참전 ‘초읽기’
그러나 캐롯손보 측은 “다른 자동차보험료도 인상될 가능성이 높아 퍼마일 자동차보험료는 타사 대비 저렴한 비율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주행거리를 확인하러 접속하는 앱 사용자들을 대상으로 마케팅 강화 등 다양한 사업을 구상 중”이라고 밝혔다.
현재 디지털보험사 예비허가를 신청한 카카오가 향후 자동차보험 사업을 진행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캐롯손보에는 부담이다. 카카오는 금융당국의 허가가 나면 표준화된 자동차보험 상품을 무기로 시장을 공략한다는 계획으로 알려졌다. 수천만명의 회원을 확보한 카카오의 강력한 플랫폼은 디지털보험사를 넘어 기존 대형사들에게 위협적일 수밖에 없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CM(온라인)채널로 한정된 영업환경 탓에 디지털보험사들의 출범 초기 실적 부진은 어느 정도 예견된 수순”이라면서도 “최근 보험업계는 카카오나 토스 등 빅테크의 사업 참여뿐만 아니라 대형사들도 ‘디지털화’를 외치는 등 시장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는 분위기다. 사업 초기 ‘허니문 기간’임을 감안해도 캐롯손보의 적자가 우려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밝혔다.
- 김정훈 기자 kim.junghoon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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