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발도 주식처럼 사고판다, '슈테크'의 진화
네이버 ‘크림’ 독주에 무신사·KT 참전
주식처럼 '권리증'만 거래하는 방식도
나이키 '직거래 방침' 따라 침체할 수도
소수의 신발 마니아만의 시장으로 치부되던 ‘슈즈 리셀’ 시장이 뜨겁다. 내로라하는 대기업들이 깃발을 꽂을 정도다. 국내 대표 인터넷 기업으로 꼽히는 네이버는 지난해 3월 자회사 스노우를 통해 슈즈 리셀 전문 플랫폼인 ‘크림’을 론칭했다. 대형 이동통신사 KT는 리플, 국내 1위 온라인 패션 플랫폼 무신사는 솔드아웃을 통해 비슷한 서비스를 내놨다.
이들 3사는 제각각의 시장 선점 전략을 선보이면서 치열하게 경쟁 중이다. 선발주자인 네이버는 슈즈 리셀 전문 온라인 커뮤니티인 ‘나이키매니아’와 일찌감치 손을 잡고 점유율을 높여가고 있다. 나이키매니아는 운동화 중고거래가 이뤄지는 커뮤니티로, 보유 회원 수만 100만명에 이른다. 네이버 크림은 이곳과 독점 광고계약을 맺고 인지도를 끌어올리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크림은 나이키매니아와의 협업을 통해 리셀 플랫폼의 ‘빈틈’을 해결했다. 보통 중고거래 플랫폼은 정품과 가품을 구분하기 어려워 운영에 난항을 겪는데, 크림은 커뮤니티 관계자들을 ‘검수’ 인력으로 활용 중이다. 크림을 통해 100켤레가량 거래했다는 김성규(가명·28)씨는 “꼼꼼한 검수 작업 덕분에 어지간해선 가품이 유통되는 일이 없다”면서 “이용자들 사이에선 ‘크림고시’라는 별명이 있을 정도”라고 설명했다.
검수 없이 거래하기 어렵지만, 검수가 거래를 어렵게 하기도 한다. 거래에 걸리는 시간이 길어지기 때문이다. 많게는 2주가 걸리기도 한다. 판매자가 플랫폼으로, 플랫폼에서 다시 구매자에게 배송해야 해서다.
후발주자인 KT는 지난 24일 선보인 ‘빠른 거래’ 서비스로 이 틈새를 파고들었다. 판매자가 운동화를 ‘빠른 거래’로 판매하면, 구매자는 해당 상품의 권리증을 발급받는다. 권리증에는 해당 상품의 소유권이 누구에게 있는지를 표시한다. 쉽게 말해 물물교환을 종이화폐 거래로 바꾼 것이다. KT 관계자는 “물건을 직접 보낼 때와 비교해 거래량이 열 배 가까이 늘었다”고 말했다.
무신사는 패션 커머스 경험을 살려 오리지널 콘텐트 개발에 강점을 둔다. 유튜브 채널, 인스타그램 등을 통해 한정판 운동화에 얽힌 뒷이야기나 인기 비결 등 콘텐트를 선보이고 있다.
네이버 크림, 지난달 200억원 투자 유치
3사가 각기 다른 전략을 쓰고 있지만, 한 가지 같은 것도 있다. 거래 수수료는 물론, 배송료도 받지 않고 있다. 사실상 수익이 없어 거래가 늘수록 적자 폭도 커지는 구조다.
이렇게 3사가 출혈 경쟁을 하는 데는 낙관적인 시장 전망이 깔려있다. 리셀 시장에서 신발은 단순한 패션 상품이 아니라 재테크 수단으로 여겨진다. 단적으로 지난해 11월 나이키가 가수 GD와 협업해 선보인 운동화(에어포스1 파라노이즈)의 한정판은 리셀 시장에서 한때 1300만원 대에 거래됐다. 이 제품의 공식 판매가는 21만9000원에 불과했다.
지난해 거래액도 적지 않다. 업계가 추산하는 지난해 거래액은 5000억원 남짓. 앞으로도 거래액 규모는 더 커질 것으로 본다. KT 관계자는 “2026년까지 시장 전체 거래액이 1조원을 넘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런 전망 덕분에 적자에도 아랑곳없이 투자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3월 네이버 크림은 벤처캐피털인 소프트뱅크벤처스와 알토스벤처스 등으로부터 200억원 규모 투자를 받았다. KT는 현재 운영 중인 신발 보관·관리 창고의 규모를 크게 늘릴 계획이다. 신발은 창고에 보관하고, 거래 당사자들은 권리증만 교환하도록 하겠다는 복안이다. KT 관계자는 ”하반기 3500켤레 규모 보관소를 새로 열 것”이라고 밝혔다.
문상덕 기자 mun.sangd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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