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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10년, 공격적인 M&A 보다 혁신기업 투자에 힘 쏟았다

[10대 그룹 10년간 M&A 추적⑥] 롯데그룹
롯데지주 출범후 지배구조 개편에 집중
이베이코리아 '숏리스트' 포함되며 '큰손'의 복귀 기대감

기업의 M&A는 한국 산업의 변화를 나타내는 이정표다. 대전환의 시기였던 지난 10년 한국 경제를 이끄는 10대 그룹은 M&A를 통해 성장 동력을 발굴하고 체질개선에 나서며 숨 가쁘게 질주했다. 10대 그룹의 M&A를 보면 기업의 전략과 방향성이 보인다. 이코노미스트가 블룸버그 리그테이블 데이터를 분석해 한국 산업을 이끄는 10대그룹의 10년간 M&A를 해부했다.[편집자 주]

 
 
재계 5위 롯데그룹은 인수합병(M&A) 시장에서 가장 큰 변화를 보인 곳으로 꼽힌다. 롯데그룹은 201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조 단위’ 대형 딜을 통해 사업을 확장하는 전략을 구사했다. 그러나 2015년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지배구조 개선 대국민 선언 이후 롯데그룹은 전혀 다른 모습으로 탈바꿈했다. 특히 2017년 롯데 지주 출범을 전후로 계열사간 인수합병이 빈번하게 벌어졌고 혁신 기업 지분투자에 조금 더 집중하는 모습이다.  
 
[이코노미스트]가 블룸버그와 공동으로 롯데그룹의 M&A 및 지분투자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롯데그룹은 지난 2011년부터 올해 3월까지 10년간 총 116건의 인수합병(M&A) 거래를 진행했다. 이 가운데 지분 투자 거래 16건과 계열사간 거래 28건을 순수 M&A 거래는 47건(19조3749억원), 매각은 25건(3조7757억원)이다.  
 

M&A 시장의 ‘큰손’ 롯데그룹

 
지난 10년간 롯데그룹의 M&A 거래 가운데 가장 큰 규모의 딜은 2015년 10월 진행된 삼성그룹의 화학부문 계열사 인수다. 이 딜은 롯데그룹 창립 이래 최대 규모의 M&A 거래로 꼽힌다. 당시 롯데그룹에서는 롯데케미칼을 통해 삼성SDI 케미칼사업부분과 삼성정밀화학(현 롯데정밀화학), 삼성BP화학(49%) 등을 인수했다. 삼성SDI 케미칼사업부분은 분사후 S케미칼이라는 이름으로 거래됐다. 롯데그룹에서는 롯데케미칼이 2조3265억원을 들여 지분 90%를 확보했다. 또 삼성정밀화학 지분 31.23%는 4650억원을 들여 인수했다.이 딜을 통해 롯데그룹은 롯데케미칼을 종합화학회사로 만들며 석유화학부문의 수직계열화를 완성했다.
 
같은 해 롯데그룹은 KT렌탈(현 롯데렌탈)에도 1조원이 넘는 실탄을 쏟아 부으며 인수에 성공했다. 롯데그룹에서는 당시 롯데손해보험과 롯데쇼핑, 롯데하이마트, 호텔롯데 등 계열사들이 컨소시엄 형태로 참여했다. 삼성 화학 계열사 3곳과 KT렌탈 인수에만 4조원 가까운 금액을 투입하면서 롯데그룹은 2015년 M&A 시장의 주인공으로 등극했다.
 
롯데그룹이 M&A 시장에서 '큰돈'을 쓴 사례이 이 뿐만이 아니다. 지난 2012년에는 2조1561억원을 들여 유진그룹으로부터 하이마트를 인수하는 데 성공했다. 2016년에는 현대글로벌로지스를 6685억원에 인수해 롯데글로벌로지스로 재탄생시켰다. 이런 딜들이 이어지면서 롯데그룹은 사업 확장을 위해 언제든 큰돈을 쏟아 부을 수 있다는 이미지가 강했다.  
 
 
M&A 시장에서 활발하게 거래하던 롯데그룹은 2017년 롯데지주 설립 이후 변화를 맞는다. 롯데그룹은 과거와는 달리 공격적인 M&A에 나서지 않는 대신 지배구조 개편을 위한 계열사간 지분 교환에 집중했다. 덕분에 단순 거래액 기준 2017년 최대 규모 딜은 롯데지주 출범을 위한 계열사 투자부분 분할·합병 거래다. 롯데그룹은 롯데지주 출범을 위해 롯데제과의 투자부분이 롯데쇼핑, 롯데칠성음료, 롯데푸드 등에서 투자부분을 분할해 흡수합병했다. 그룹 계열사 간의 거래지만 거래 규모만 놓고 보면 3조8030억원에 이른다. 
 
지배구조 개편의 그림자는 매각으로 이어졌다. 공정거래법과 금산분리 원칙에 따라 롯데지주는 설립 후 2년 이내에 금융계열사 지분을 처분해야 했기 때문이다. 2017년 10월 출범한 롯데 지주에게 주어진 시간은 2019년 10월까지였다. 이 때문에 롯데그룹에서는 2019년 5월 롯데손해보험을 사모펀드 JKL파트너스에 4368억원에 매각했다.
 

롯데지주 출범을 기점으로 내실 다지기 집중

 
2017년 롯데지주 출범 이후 M&A 시장에서 존재감 축소에 들어간 롯데그룹은 혁신 기업 투자에서는 존재감을 키웠다. 특히 신동빈 회장이 사재를 출연해 설립한 롯데엑셀러레이터의 지분 투자가 돋보였다. 롯데엑셀러레이터는 지난 2019년말 쇼핑몰통합관리솔루션 ‘셀러허브’ 운영사 레이틀리코리아의 시리즈A-1 투자에 참여했다. 
 
롯데엑셀러레이터는 2020년에도 스토어카메라, QMIT, 스무디, 레이지소사이어티, 케어마인드, LYCL, 얼리슬로스 등에 투자했다. 롯데그룹이 과거 수 조원의 자금을 동원해 경영권을 확보하는 데 집중했던 모습과는 상반된 모습이다. 이상현 삼성증권 기업금융2본부장(상무)은 "인수 대상 기업 섹터를 살펴 보면 기술·미디어·통신(TMT) 분야의 비중이 증가하는 것이 세계적인 흐름"이라며 "인터넷/모바일 플랫폼 기업, e-commerce, 반도체 등의 분야가 늘면서  M&A 주역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배구조 개편에 집중하던 롯데그룹이 다시 M&A 시장의 큰손으로 복귀하는 데는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에 롯데쇼핑이 적격인수후보(숏리스트)로 포함됐기 때문이다. 롯데그룹 계열 상장사 가운데 가장 많은 현금성 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롯데쇼핑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2020년말 기준 1조9132억원이다. 블룸버그 집계에 따르면 롯데그룹 계열 상장사들의 현금보유액(현금 및 현금성 자산, 단기금융상품)은 20조7000억원에 이른다. 
 
황건강 기자 hwang.kun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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