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 경영권 분쟁 이후…5만원선 마저 무너진 한진칼
KCGI 펀드 2곳 평가손실…반도그룹의 한영개발이 매입한 가격 근접
한진그룹 경영권 분쟁으로 치솟았던 한진칼 주가가 3자 연합 해체, 공매도 재개 등의 영향으로 하락세다. 한진칼의 연이은 주가 하락에 따라 2018년부터 이 회사 지분을 사들이며 경영권 분쟁을 이끌어온 사모펀드 KCGI와 반도그룹의 출구 전략이 봉쇄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4일 한진칼 주식은 4만9900원에 거래가 마감됐다. 한진칼 주가가 종가 기준으로 5만원 아래를 기록한 건 약 1년만이다. 한진칼 주가는 이날 장중 한 때 52주 최저가인 4만9050원까지 떨어졌다.
2020년 2월 처음으로 5만원을 넘어선 한진칼 주가는 경영권 분쟁이 절정을 향하며 같은해 4월엔 11만원에 달하는 등 고공행진 했지만 KDB 산업은행이 한진칼에 유상증자를 통해 개입하며 내리막을 걷기 시작했다.
사실상 경영권 분쟁은 종료됐다는 인식이 강해졌고, 지난달 2일 KCGI-반도그룹-조현아 3자 연합이 공식적으로 해체하며 주가는 하락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5월부터 재개된 공매도 영향도 5만원선 붕괴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여겨진다.
주가 하락은 경영권 확보에 나섰다가 실패한 KCGI와 반도그룹이 지분에 자연스레 관심을 집중시킨다. 지분 공동보유를 선언했던 3자연합은 지난달 2일 지분공동보유계약을 해지하며 독자노선을 걷게 됐다. 이에 따라 각 주체는 엑시트(자금회수) 전략에 대한 고민이 커졌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KCGI가 현재 보유한 한진칼 지분 1162만여주(17.54%)의 가치는 약 3688억원으로, 주당 평균 매입 가격은 3만1737원이다. 다만 각 특수목적회사(SPC)별로 보유하고 있는 지분의 매입 가격의 차이가 크다. KCGI는 그레이스홀딩스를 비롯한 8개 SPC를 통해 한진칼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데, 매입 주식이 가장 많은 그레이스홀딩스의 경우 평균 매입가격이 2만6462원 수준이다. 공시되지 않은 초기 매입 지분의 매입가격을 주당 2만원으로 추정해 계산한 수치다.
문제는 다른 SPC다. 헬레나홀딩스(평균 매입가 5만8870원)와 타코마앤코홀딩스(평균 매입가 5만5999원)은 현재 주가로 환산하면 손실을 기록 중이다. 추가적인 주가 하락이 이어진다면 베티홀딩스(평균 매입가 4만5786원)도 평가손실 국면으로 접어들 수 있다.
뒤늦게 지분 매입에 뛰어든 반도그룹은 KCGI보다 평균 매입가격이 높다. 반도그룹이 한진칼 인수에 동원한 대호개발, 한영개발, 반도개발의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BW(신주인수권부사채)를 제외하고 이들이 보유한 한진칼 주식의 평균 매입가격은 주당 4만6607원 수준이다. 현재 주가와 불과 3000원 차이다. 특히 가장 많은 지분을 보유한 한영개발(약 536만주)의 경우 평균 매입가격이 4만9400원대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KCGI와 반도그룹은 애가 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연이은 주가 하락으로 엑시트(자금 회수)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물론 두 주체의 현재 주가에서도 평가 수익권이지만 이들이 주식 매도에 나서면 주가가 즉시 하락할 것이 명백하다. 이를 피하기 위해선 시간외 대규모 거래(블록딜)로 지분을 처분해야 하는데, 이를 받을 투자자를 찾기도 불가능한 상황이다.
이 때문에 재계에선 KCGI와 반도그룹이 단기 엑시트 보다는 장기적 관점에서 주가 부양을 노릴 것으로 본다.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가 완료되고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19(코로나19) 사태가 끝나면 항공업황 개선과 독점적 사업자로서의 수혜를 동시에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KCGI 측이 밝힌 입장과도 일치한다. KCGI는 지난달 주주연합간 주식 공동보유계약 해지를 알리며 “한진그룹의 지배구조개선 및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경영진의 올바른 결정에 대해서는 지지를 할 것이며, 동시에 개선이 필요한 부분에 대해서는 주주로서 견제와 감시를 지속적으로 해 나갈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일각에선 KCGI가 반도그룹 측에 지분을 전량 매각 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내놓는다. KCGI에 출자한 LP들이 엑시트를 요구할 경우 가능성이 생기는 시나리오다. 현재 KCGI와 반도그룹의 지분을 합치면 34.6%다. 조현아 전 부사장이 가진 지분을 더하면 40%에 육박한다.
최윤신 기자 choi.yoonsh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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