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필환 신한은행 부행장 “디지털금융 시대, 고객 접점 넓힌다”
[금융그룹 디지털패권 전쟁] ④신한금융
신한은행, 일본서 첫 비대면 본인 인증 시스템 소개
“7월 디지로그 브랜치 오픈, 고객 맞춤형 디지털 점포 열린다”
※ ‘디지털 혁신’이 금융그룹의 생존 키워드가 됐다. 디지털 플랫폼 구축과 특화 서비스 경쟁이 치열하다. 5대 금융지주사의 디지털 부문 리더를 만나 ‘디지털금융’의 오늘과 내일을 들어본다. 네 번째는 신한금융이다. [편집자]
“인터넷은행을 통해 즉흥적이고 직관적인 것만 좋은 것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고객의 접점이 사라지면 약점도 명확해진다. 앞으로 고객과 만나는 은행이 더 큰 가치를 발현할 것이다.”
일본이 한국보다 못하는 게 하나 있다. 금융의 디지털화가 그것이다. SBJ(Shinhan Bank Japan, 신한일본은행)는 지난해 비대면 본인 인증 시스템(e-KYC)을 일본 금융권에 처음 선보였다. 이 서비스가 시행된 지 네 달 만에 예금 500억엔(약 5100억원)이 은행에 들어왔다. 국내에 익숙한 비대면 금융 서비스는 여전히 서명과 도장 문화에 익숙한 일본에선 혁신적인 사건이었다.
지난 6일 [이코노미스트]와 만난 전필환 신한은행 디지털그룹 부행장은 지난해까지 SBJ에서 법인장으로 일했다. 그는 “이 시스템을 도입하기 위해 일본 금융당국에서 네 차례에 걸쳐 직접 설명회를 진행했고, 그쪽에서 더 설명해주길 원했다”며 “서비스를 시행하고 네 달 만에 한 점포가 2~3년에 걸쳐 만들 수 있는 예금을 유치했다. 안정성과 편의성이 증명된 국내 디지털금융 기술을 일본에 수출하고 실험해본 첫 사례”라고 설명했다.
전 부행장이 디지털그룹장으로 한국에 온 뒤 먼저 시도한 것은 내부의 변화였다. 5월 말부터 부행장실과 디지털그룹 직원들의 업무 공간을 ‘싹’ 바꾼 다. 임원과 직원 사이의 공간을 개방하고 회의실도 디지털화하기로 했다.
지점 변화에도 나선다. 신한은행은 오는 7월 디지털과 오프라인을 융합한 ‘디지로그 브랜치(지점)’를 연다. 모든 점포 서비스를 디지털화해 맞춤형으로만 고객에게 제공하는 국내 첫 시도다. 고객은 그곳에서 은행원만 아니라 인공지능(AI)을 통해 서비스를 제공 받는다. 은행원은 개인에게 맞춤형으로 선택된다. 본사 직원이 화상 스크린을 통해 고객을 만나는 것이다. 모든 게 고객 중심으로 최적화된다. 전 부행장이 디지털금융을 고객과 만나는 데서 시작한다고 본 것도 이런 변화와 맥을 같이 한다.
“사람을 제외한 디지털금융, 존재할 수 없다”
디지털금융 변화를 어떻게 보나.
금융은 초개인화 되고 디지털금융을 통한 금융 경계는 이미 허물어졌다. IT기업만 아니라 은행도 새로운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신한은행은 7월부터 ‘배달의 민족’ 처럼 음식 주문중개 플랫폼 시장에 뛰어든다. 단순히 돈을 벌겠다는 게 아니다. 다른 업종의 매기 역할을 은행이 하겠다는 것이다. 은행 앱에 음식 주문중개 플랫폼을 탑재하고 가맹점주들에게 수수료를 낮춰줄 계획이다. 한 달이나 걸리던 정산도 하루 이틀로 끝낼 생각이다. 가맹점에겐 고객의 구매 성향 등 정보를 데이터화해 제공하고, 매출 데이터를 토대로 새로운 금융상품도 내놓을 계획이다. 경쟁력 있는 서비스를 내놓게 되면 배달 중개업권의 서비스 질과 소상공인들의 삶에 변화가 생길 수 있다고 본다. 이런 상생금융 아이디어를 당국도 혁신금융서비스로 보고 있다.
8월부터 시행될 마이데이터와 비슷한 서비스로 보인다.
마이데이터의 가장 큰 목적은 고객에게 금융정보 주권을 되찾아 주는 데 있다. 지금 고객은 자신의 금융정보를 컨트롤할 수 없다. 기업이 정보를 쥐고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는 달라진다. 금융정보만 아니라 비금융정보까지 고객이 직접 금융사에 제공하고, 사용 방법을 승인할 수 있다. 그만큼 데이터 주권을 행사하는 것이다. 이렇게 가야 금융 민주화도 가능해진다. 마이데이터를 통해 그런 시대가 온 것이다. 은행은 이런 제도를 통해 디지털금융에 사람의 맛을 녹여낼 수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실패할 수 있다. 휴먼 터치는 금융서비스에 반드시 존재해야 한다. 마찬가지로 고객 신뢰도 놓치면 안 된다. 이 두 가지가 은행의 유일한 경쟁력이다.
일본에 오랫동안 있었는데 한국의 금융과 차이가 있나.
지난해 SBJ에서 처음으로 모바일과 인터넷에서 본인을 인증할 수 있는 서비스를 내놨다. 이 서비스 도입을 위해 일본의 금융당국에 네 차례 가서 직접 설명회를 진행했다. 그때마다 일본 당국이 더 설명해주기를 바라는 분위기였다. 그렇게 비대면 본인 인증 서비스를 내놓고 8월부터 11월까지 예금으로 500억엔을 유치했다. 웬만한 영업점에서 2~3년 걸려 모을 수 있는 조달 금액이다. 오직 디지털 시스템으로만 예금을 조달한 만큼 디지털금융 전환의 장점을 본 것이다. 일본의 다른 은행들은 그것을 못하고 있다. 그렇게 한국의 디지털금융은 일본을 앞서고 있다.
일본의 디지털금융 발전이 느린 것 같다.
일본은 굉장히 보수적인 곳이다. 외국계은행이 현지법인이 된 사례도 신한은행이 처음이다. 법인 승인을 위해 당국을 200번도 넘게 다녀왔다. 일본인들이 매우 조심하는 문화가 있다 보니 그런 것 같다. 하지만 SBJ에서 비대면 서비스를 내놓은 후 (금융사) 여기저기서 연락이 왔다. 비대면 본인 인증 서비스로 저의 인터뷰 기사가 일본 경제지에 크게 보도됐다. 하지만 디지털금융은 쉽게 만들어지는 게 아니라고 본다. 시스템 자체가 워낙 무겁고 안정성과 신뢰 구축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국은 이미 10년에 걸쳐 디지털금융의 안정성과 편의성을 증명했고 그것을 일본에 수출한 것이다.
“줄낚시 전략은 원양어선 전략으로 바꿔야 한다”
우리나라의 디지털금융 발전은 정말 빠른 것 같다.
단점도 있다. 지금은 누구나 디지털금융을 말한다. 이런 (시장의 과열) 분위기는 2025년이 오면 다소 누그러질 것으로 본다. 디지털금융의 시행착오가 나타나면서 결국 고객의 접점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지금은 IT 거대 기업 주도 하에 고객을 만나지 않는 것만 강조된다. 사람과의 접점이 없는 것이 장점으로만 부각된다. 그것이 그들의 장점이면서 또한 가장 큰 한계다. 은행은 다르다. 고객과의 접점이 더 큰 가치를 발휘하고 차별성을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이 금융권에 드러날 것이다.
카카오톡 서비스가 최근 멈춘 사례가 있다. 뱅킹 시스템에서 그런 일이 벌어지면 혼란이 커질 것 같다.
2011년 일본 대지진 때 도쿄에 있었다. 그때 모든 서비스가 마비되는 것을 봤다. 금융의 BCP(Business continuity Planning, 업무 연속성 계획)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았다. 지금은 인터넷전문은행을 통해 즉흥적이고 편리하고, 직관적인 것만 좋은 것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고객의 접점이 사라지면 약점이 드러날 수 있다.
신한은행은 디지털금융을 위해 무엇을 준비하고 있나.
기존에 없던 지점을 7월부터 오픈할 계획이다. 디지털과 오프라인을 융합한 ‘디지로그 브랜치’를 4개 연다. 앞으론 모든 기존 지점들의 형태가 바뀔 것이다. 고객은 디지로그 브랜치를 통해 눈에 보이는 디지털금융을 경험할 수 있게 된다. 은행 내부적으로도 시장의 적응력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먼저 7월 5일에 개인점포, 기업점포, 공공기관점포 형식의 디지로그 브랜치 오픈식을 가진다. 자산관리(WM) 브랜치는 8월에 오픈할 예정이다. 그곳에서 고객은 개인화된 공간에서 직원과 만나 개인 프라이버시를 보장받을 수 있다. 스크린 화면을 통해 본사에 대기 중인 직원을 만나 맞춤형 서비스를 받게 된다. 점포 입구에서부터 AI를 통해 내가 원하는 서비스를 선택할 수 있다.
디지털금융의 미래상을 어떻게 보나?
지금까지 은행이 금융 생태계를 구축하는 방식은 줄낚시 수준에 그쳤다. 고객 한 명에게 하나의 상품을 파는 식이었다. 이제는 데이터를 통한 복수의 시장과 다수 고객층을 공략하는 ‘그물낚시’가 가능해야 한다. 또 기존 플랫폼을 통한 고객 모집만 아니라 타 플랫폼으로까지 연결·확장한 서비스를 내놔야 한다. 아울러 원양어선을 띄워 먼 바다로 나가듯, 디지털을 통한 글로벌 진출도 가속할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이 디지털금융 생태계를 구축하는 방법이다.
이용우 기자 lee.yongwo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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