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 앞둔 크래프톤, 원히트원더 벗어날까
올해 하반기 IPO 전망…게임 대장주 엔씨 시총 넘어서
차기 기대작 ‘엘리온’ 기대만큼의 흥행 거두지 못해
배틀그라운드 넘어서는 후속작 나올지는 ‘미지수’
‘배틀그라운드(배그)’로 유명한 크래프톤이 올해 하반기 기업공개(IPO)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IPO 대어로 손꼽히는 크래프톤의 상장 준비 소식에 투자자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크래프톤의 장외 주식 시가총액은 게임 대장주로 불리는 엔씨소프트를 넘어선 상황이다. 다만 매출 대부분이 배그 지적재산권(IP)에서 나오고 있다는 점은 향후 크래프톤의 발목을 잡을 공산이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크래프톤은 지난 2018년 11월 블루홀이 개발사간 통합 브랜드로 강조하기 위해 변경한 사명이다. 크래프톤이란 이름은 중세 유럽 장인들의 연합을 가리키는 ‘크래프트 길드(Craft Guild)’에서 착안했다. 블루홀은 지난 2007년 설립된 게임 개발사로 PC MMORPG ‘테라’가 대표작이다. 지난 2017년 선보인 배틀그라운드가 전 세계적으로 큰 성공을 거두며 게임 업계에서 확고한 입지를 다졌다.
배틀그라운드로 전 세계 흥행 돌풍 일으켜
이후 크래프톤은 지난해 12월 펍지주식회사, 펍지랩스, 펍지웍스 등을 흡수합병한 통합법인으로 새롭게 출범했다. 크래프톤이 개발사 연합체에서 법인 형태로 조직을 재편한 것은 올해 IPO를 대비하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증권가에서는 배그가 국내 게임으로는 전무후무한 전 세계적인 성공을 거둔 만큼, 크래프톤을 IPO 대어로 주목하는 분위기다.
앞서 크래프톤은 지난해 10월 미래에셋대우를 대표 주관사로 선정하고 상장 준비에 들어갔다. 지난달에는 한국거래소에 상장예비심사신청서를 접수했다. 크래프톤의 상장이 가까워지자 장외 주가도 크게 올랐다.
지난해 초 40만원대에 불과했던 장외 주식은 최근 300만원에 육박할 정도로 거래가가 훌쩍 뛰었다. 이에 크래프톤은 최근 진행한 주주총회에서 500원인 액면가를 5대1로 나누는 액면분할을 진행했다. 시장에서는 크래프톤이 상장 직후 시총 3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한다. 이는 국내 대표 게임사인 엔씨소프트(18조6000억원)와 넷마블(11조원) 시가총액을 넘어서는 금액이다. 이미 크래프톤의 장외 기준 시총은 25조원을 넘어섰다.
크래프톤의 대표 캐시카우인 배그는 이용자 100명이 동시에 접속해 고립된 섬에서 무기와 탈 것을 활용해 단 한 명이 남을 때까지 생존해야 하는 1인칭 슈팅(FPS) 서바이벌 게임이다. 지난 2017년 3월 미국 게임 플랫폼 ‘스팀’에 출시된 이후 전 세계 PC 및 엑스박스원 버전 누적 판매량 7000만장을 기록하는 등 국내 게임 역사를 새롭게 쓴 작품이다.
배그는 부분유료화 모델을 선택하고 있는 국내 게임들과 달리 스팀 패키지 다운로드 판매 방식으로 큰 성공을 거뒀다. 지난 2018년 나온 모바일 버전 역시 최근 누적 다운로드 10억건을 돌파했다.
크래프톤은 배그 IP 흥행에 힘입어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 1조6704억원, 영업이익 7739억원을 기록했다. 플랫폼별 매출은 모바일 1조3413억원, PC 2649억원, 콘솔 295억원, 기타 346억원이다.
배그 IP 매출, 전체 매출의 80% 이상 차지...새로운 성장 동력 필요
문제는 매출 대부분이 배그 IP에서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매출의 80% 이상이 PC 배그와 배그 모바일에서 나오고 있다. 특히 배그 이후 이렇다 할 흥행작을 배출하지 못하면서 ‘원히트원더’에 대한 우려가 더욱 깊어지고 있다.
크래프톤의 전신인 블루홀은 과거 엔씨소프트의 간판 프로젝트였던 ‘리니지3’ 개발자 출신들이 주축이 돼 만든 개발사다. 당시 블루홀 간판 게임이었던 PC MMORPG ‘테라’와 관련해 블루홀과 엔씨는 장기간 소송전을 펼치기도 했다. 테라로 큰 성공을 거둔 크래프톤은 오랜기간 침체기를 겪다가 2017년 들어서야 배그로 다시 한번 성공의 기쁨을 누리게 됐다.
현재 크래프톤의 대표 IP는 배그를 비롯해 ‘테라’, ‘엘리온’ 등이 있다. 그러나 테라의 PC 게임 수명은 사실상 끝난 상황이며, 해당 IP를 활용한 모바일게임도 3종이나 출시했으나 모두 흥행에 실패했다.
최근 야심 차게 선보인 엘리온도 기대만큼의 흥행은 거두지 못했다. 엘리온은 6년 동안 1000억원이 넘는 개발비를 투입한 대작 PC MMORPG로 크래프톤의 원게임 리스크를 해소해 줄 게임으로 큰 기대를 받았다. 하지만 코로나19로 PC방 이용이 제한된 악조건 속에서 기대만큼의 성과는 기록하지 못했다는 평가다. PC방 통계 서비스 ‘더 로그’에 따르면 5월 1주 차 엘리온의 PC방 점유율은 0.2%로 28위를 기록 중이다.
물론 크래프톤도 원게임 리스크를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 신작 개발에도 힘을 쏟고 있다. 크래프톤은 지난해 12월 더 게임 어워드(TGA) 행사에서 개발 중인 2개의 신작 ‘썬더 티어원(TTO)’과 ‘칼리스토 프로토콜’을 공개했다. 썬더티어원은 탑다운 슈팅 게임이고 칼리스토프로토콜은 서바이벌 호러게임이다. 아울러 크래프톤은 배그 IP를 기반으로 한 신작 모바일 게임 ‘배틀그라운드: 뉴 스테이트’를 비롯해 배그 원작자라고 할 수 있는 브랜든 그린의 신작 ‘프롤로그’ 등을 개발 중이다.
다만 배그의 경우 외부 개발자 영입을 통해 개발한 첫 FPS 게임이 대박을 낸 경우라는 점에서 향후에도 비슷한 결과를 반드시 낼 것이란 보장은 없다. 하나의 흥행 게임을 보유한 게임사들이 섣불리 IPO에 나서지 않는 이유도 후속작의 성공을 보장할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크래프톤의 매출을 책임지고 있는 모바일게임은 매출 변동 폭이 상당히 큰 편에 속한다.
게임 업계 관계자는 “게임 하나를 흥행시키는 것은 분명 어려운 일이지만 노력하면 어느 정도 가능하다. 하지만 차기작을 연달아 흥행시키는 것은 업력이 오래된 게임사도 쉽지 않다”며 “게임사들이 다작하는 이유도 어느 게임이 흥행할지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특히 전 세계적으로 큰 성공을 거둔 배그를 뛰어넘는 게임이 다시 한번 나오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밝혔다.
원태영 기자 won.tae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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