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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이 틀렸을 수 있다” 태양광업계 다시 볕드나

중국에 밀렸던 국내 기업들 재도약 ‘시동’
OCI 실적 개선에 한화솔루션 투자 확대

한화솔루션이 미국 캘리포니아에 지은 태양광 발전소. [사진 한화솔루션]
 
“과연 삼성이 옳았다.” 2010년 5대 신성장동력으로 태양전지를 꼽았다가 사업을 철수한 삼성그룹을 두고 재계는 지난해 이같이 평가했다. OCI가 지난해 초 태양광 폴리실리콘 국내 생산을 중단하고 폴리실리콘으로 태양전지(셀) 소재(잉곳·웨이퍼)를 만들었던 웅진에너지마저 상장폐지 됐기 때문이다. 폴리실리콘과 잉곳·웨이퍼는 ’폴리실리콘-잉곳·웨이퍼-셀(태양전지)-모듈(패널)-발전시스템'으로 이어지는 태양광 발전산업 가치사슬의 핵심이다. 하지만, 중국의 저가 공세에 밀려 무너졌다. 삼성그룹은 2014년 이미 태양전지 사업을 접고 이듬해 폴리실리콘 사업을 매각했다.  
 
하지만 1년이 지난 현재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재계에선 “삼성이 어쩌면 틀렸을 수도 있겠다”는 평가가 차츰 고개를 들고 있다. 그동안 위축됐던 국내 태양광 발전 산업이 조 바이든 내각이 출범하면서 최근 미국의 신재생에너지 투자 확대 기조를 타고 기지개를 켜고 있어서다. OCI는 국내 생산을 접으면서도 해외에서 폴리실리콘 생산을 이어가고 있다. 웅진에너지는 지난해 말 회생절차에 돌입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올해 미국을 중심으로 전세계 태양광 설비 설치 수요가 10% 이상 성장할 것이라는 관측이 잇따르면서 태양광 발전 산업을 바라보는 시선이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당장 지난 3년간 가파른 실적 악화를 겪었던 OCI가 어둠의 터널을 지나 빛을 볼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OCI는 지난해 연결기준 2조30억원 매출과 861억원 적자를 기록했지만, 지난해 3분기 주력사업인 폴리실리콘 호조에 힘입어 영업이익 흑자전환을 시현한 데 이어 4분기에도 흑자를 냈다. 특히 올해 들어 세계 1위 웨이퍼 제조사 중국 론지솔라와 대규모 공급계약까지 체결하는 등 실적 정상화에 불이 붙었다. OCI에 따르면 론지솔라와 계약은 말레이시아 공장에서 생산한 폴리실리콘을 향후 3년간 공급하는 내용으로 규모가 9300억원에 달한다.
 

친환경 바람 타고 전세계 태양광 설비 증가 전망

 
전세계 태양광 투자 확대 분위기로 태양광용 폴리실리콘 가격이 급등한 게 OCI의 실적 개선을 이끌었다. 실제 영국 에너지 컨설팅 업체 우드 맥킨지는 2021년 세계 태양광 설치 수요는 15만1000㎿로, 2020년 대비 12.7%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20년 전세계에 신규 설치된 발전소의 50%가 태양광이고, 2025년에는 3분의 2를 차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1㎏당 6달러 초반 수준까지 추락했던 태양광용 폴리실리콘 가격은 지난해 말 1㎏당 10달러를 넘어선 후 올해 들어 지난 4월말 기준 17달러를 넘어섰다.  
 
OCI뿐만 아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050년까지 미국 내 청정에너지 사용 비율 100%를 목표로 하면서 미국 태양광 발전 시장을 주무대로 정한 한화의 성장이 발 빠르다. 특히 한화솔루션 큐셀부문은 지난해 미국 조지아주에 공장을 확보, 연간 1700㎿ 규모 태양광 모듈을 생산하고 있다. 우드 맥킨지에 따르면 지난해 한화큐셀은 미국 내 주거용 태양광 모듈 시장에서 점유율 24.8%로 1위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상업용 모듈 시장에서도 19.1%로 1위 자리를 지켰다. 한화에너지 자회사 ‘174파워글로벌’은 180㎿규모 태양광발전소를 짓고 있다.  
 
 
올해 한화솔루션은 태양광 발전 시장에 더욱 힘을 쏟고 나섰다. 한화솔루션은 지난해 말 발표한 태양광 집중 투자를 추진하는데 더해 연초부터 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태양광 사업부를 재편하고 세계 시장으로 사업 확대를 노리고 있다. 지난 5월 12일에는 산업은행에서 최대 5조원 규모 금융 지원을 받아 태양광 등 그린에너지 시장에 적극적으로 투자한다는 계획도 정했다. 발전업계 관계자는 “미국이 중국산 태양광 제품에 상계관세를 부과하기로 한 것도 중국의 저가 물량 공세에 밀렸던 국내 태양광 발전 산업의 숨통을 틔워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증권업계 전문가들은 국내 태양광 관련 종목들이 장기적으로 상승세를 탈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한다.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의 확산은 거부할 수 없는 시대적 흐름으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실제 파리기후협약 이후 세계 각국이 신재생에너지 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 파리기후협약은 지구 평균 온도가 산업화 이전에 비해 2도 이상 상승하지 않도록 모든 국가들이 자체적으로 온실가스 배출을 감축한다는 내용으로 미국 에너지정보국은 2025년부터는 태양광을 중심으로 한 신재생에너지가 전력을 생산 에너지원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윤재성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올해 미국의 태양광 수요 호조, 중국 태양광 시장의 회복 등을 감안하면 태양광을 둘러싼 기초체력과 투자심리는 좋아질 여지가 많다”고 강조했다. 황현수 신영증권 연구원은 “전세계 국가들이 기후변화라는 위기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어 친환경 관련 정책들이 지속적으로 나올 것”이라며 “온실가스 감축 산업,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발전 산업 수혜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실제 한국에너지공단에 따르면 국내 태양광 산업 수출액은 2019년 4조5310억원으로 2018년 3조234억원과 비교해 1조원 넘게 증가했다.  
 

삼성그룹은 접었지만, 삼성물산은 태양광 주시  

 
투자 흐름도 긍정적이다. 지난 4월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로 꼽히는 블랙록의 ‘클린에너지 ETF('iShares Global Clean Energy ETF)’가 추종하는 기초 지수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 글로벌 클린 에너지 인덱스(S&P Global Clean Energy Index)’에 한화솔루션, 현대에너지솔루션이 신규 편입된 것으로 나타났다. 덕분에 한화솔루션 주가는 4만4050원(5월 14일 종가 기준)으로 1년 전과 비교해 181% 뛰었다. 태양광 발전 사업을 영위하는 현대중공업 자회사 현대에너지솔루션 역시 같은 기간 주가가 2만3150원에서 3만2350원으로 40% 가까이 올랐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삼성도 다시 태양광 발전에 관심을 다시 기울이고 있다. 삼성물산이 추진하는 미국 태양광 개발 사업이 대표적이다. 삼성물산 상사부문은 미국 텍사스주 '마일럼 카운티' 일대에 20만 가구가 쓸 수 있는 700㎿에 규모 태양광발전소를 구축에 나선 것으로 확인됐다. 발전소 착공은 내년 6월로 사업 규모가 약 75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상업운영 예정 시점은 2023년 12월이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최근 친환경 바람이 분 것이 발전소 설립을 이끌었다”면서 “해당 사업 외에도 미국 내 태양광 관련 사업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고 했다.
 
배동주 기자 bae.dong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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