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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 내부거래 해묵은 논란 … 말 뿐인 ‘그룹 의존 탈피’

“일감 몰아주기” 혹은 “정당한 거래”
2021년 1Q 내부거래 비중도 과반 넘어

 
 
대기업 SI를 향한 사정당국의 칼날이 전방위로 확산되고 있다. 사진은 조성욱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연합뉴스]
대기업의 IT 솔루션을 담당하는 SI 계열사의 높은 내부거래 비중이 여전히 논란이 되고 있다. 2011년, 지식경제부(현 산업통상자원부)가 SI 업체를 대상으로 대대적인 내부거래 실태조사를 벌였고, 2015년 공정거래위원회는 한화S&C(현 한화시스템)을 타깃으로 조사를 벌이기도 했다. 지난 4월에는 GS그룹의 SI 업체 GS ITM에 대한 일감 몰아주기 관련 조사를 착수하기도 했다.  
 
김상조 전 공정거래위원장은 2018년 취임 직후 “SI 업체를 계열분리하든지 총수일가 지분을 정리하라”고 압박했다. 공정위는 이후에도 관련 규제를 강화하는 추세다. 당장 내년부터 이들 대기업에 물류와 SI의 내부거래 비중을 공시하도록 할 방침이다. 행정예고 중인 관련 규정 개정안이 시행되면, 대기업집단은 내년 5월 31일까지 2021년 이뤄진 일정 규모 이상의 물류·SI 내부거래 현황을 공개해야 한다. 
 
십수년간 SI 업계에 내부거래 논란이 반복되는 이유는 간단하다. SI 업체는 그룹의 시스템 개발, 유지보수, 정보기술(IT) 컨설팅 등의 업무를 주로 한다. 특히 그룹 내부에서 벌이는 IT 프로젝트를 도맡으며, 자연스레 일감 몰아주기 논란의 중심이 됐다. 몇몇 SI 업체는 오너 일가가 지분을 상당수 보유하고 있어 ‘상속을 위한 꼼수’라는 비난을 받았다.  
 
요즘 SI 업계의 설명은 다르다. 대기업 SI 업계 관계자는 “전통산업에서 새로운 디지털 비즈니스로 옮겨 가는 디지털 전환 바람이 불면서, SI 기업이 이 변화를 주도하는 종합 IT 기업으로 변모하고 있다”면서 “단순히 그룹 업무뿐만 아니라 인공지능(AI), 빅데이터, 클라우드 등 여러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공정위 규제 강화에 대비해 그룹 매출 비중을 줄이는 노력을 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이 주장엔 설득력이 거의 없다. 여전히 국내 대기업 SI 업계의 내부거래 규모가 만만치 않다. 이는 상장 SI 기업이 공시한 분기보고서만 봐도 한눈에 드러난다. 
 
현대오토에버는 올해 1분기 3566억원의 매출 중 3400억원을 현대차그룹을 통해 벌었다. 내부 거래가 매출액 중 95.3%나 차지하고 있다. 삼성SDS의 경우, 전체 매출 3조613억원 중 그룹 관련 매출은 2조4502억원으로 내부거래 비중이 80.0%에 해당한다. 롯데정보통신 역시 2178억원의 매출에서 롯데그룹으로부터 올린 매출이 1586억원으로 내부거래 비중이 72.8%에 달한다. 이 밖에도 신세계I&C(65.6%), 포스코ICT(54.3%) 등이 매출의 과반을 그룹을 통해 벌어들이고 있었다. 이들 기업의 실적은 기술력이 아닌 그룹에 달려 있는 것이다.  
 
논란이 되고 지탄의 대상이 되는데도 왜 내부거래 관행을 반복할까. 
SI 업계 관계자의 설명을 들어보자. “그룹 관련 IT 솔루션 외에 뚜렷한 사업성과를 낸 기업이 많지 않다. 그룹의 IT 계열사란 관성을 돌파하지 못한 기업도 적지 않다. AI·빅데이터 등 새 시장이 열리지만 이미 글로벌 빅테크 기업이 장악한 상황이다. 그렇다고 다른 기업으로 거래망을 넓히기도 쉽지 않다. 진입 장벽이 높지 않은 데다 노동집약도가 높아 중견기업도 치열하게 경쟁하는 시장이라서다.”  
 
공정위가 예고한 대로 라면 내년부터 이들 기업의 내부거래는 그 내역을 상세히 밝혀야 한다. 내년 5월 드러날 대기업 SI 업계의 내부거래 비중은 십수 년 전과 견줘 봐도 크게 달라져 있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김다린 기자 kim.dar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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