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리포트 행복주택①] 공급 극소량, 입주는 ‘하늘의 별 따기’
e편한세상신촌 행복주택 청약경쟁 82.8 대 1
신청 문턱 낮춰도 물량 적어 재수·삼수 다반사
코로나19 사태로 구직 상경 늘어 입주 수요 더 급증
행복을 꿈꾸며 서울로 온 청년들은 ‘지옥고(반지하·옥탑방·고시원)’ 탈출 수단으로 ‘행복주택’에 희망을 건다. 하지만 넘치는 수요에 비해 공급은 매우 적어 행복주택 입주는 복권 당첨 확률에 버금갈 정도로 ‘하늘의 별 따기’가 돼버렸다. 바늘구멍을 통과했어도 비좁은 공간의 불편을 감수하며 버텨야 한다. 청년의 주택 갈증을 풀어주겠다며 시작한 청년 주택 사업의 현 위치와 문제점은 무엇인지 [이코노미스트]가 진단했다. [편집자]
행복주택 입주가 수도권에 입성하려는 청년들에게 ‘하늘의 별 따기’가 됐다. 행복주택의 월 임대료가 주변 시세보다 저렴하고, 교통여건이 편리한 덕에 2030세대의 ‘지옥고’ 탈출 수단으로 떠올랐다. 하지만 행복주택은 이제 갓 주택시장에 공급되기 시작한데다 물량도 극소량인데 비해, 대학생·사회초년생·신혼부부 등 청년층 수요가 대거 몰리면서 행복주택은 이른바 ‘로또’ 주택이 됐다.
행복주택은 박근혜 정부 시절(2013년 2월~2017년 3월) 추진한 주택 보급 사업의 하나로, 청년층의 주거 복지를 향상하기 위해 추진했다. 문재인 정부 역시 행복주택 사업을 이어받아 청년 주거복지 정책의 하나로 활용하고 있다. 문 정부는 인구 절벽 문제도 함께 해결하기 위해 청년층 중에서도 신혼부부 계층에 중점을 둔 공공주택 신혼희망타운 사업을 추진 중이다. 하지만 급증하는 수요를 따라잡기엔 공급이 한참 부족한 상황이다.
이는 서울주택도시공사(SH)가 지난달 18일 공개한 1차 서울 리츠 행복주택 입주자모집 청약경쟁률에서도 엿볼 수 있다. 대학생·사회초년생·신혼부부·고령자를 대상으로 서울 내 457가구 입주 신청을 받은 결과 모두 1만3714명이 몰렸다. 청년 대상 일반공급 기준, 서울 신촌에 위치한 e편한세상신촌(북아현1-3 구역)은 10가구 모집에 828명이 몰려 82.8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역시 10가구를 모집한 서울 홍제동 홍제역 인근 해링턴플레이스(홍제3 구역)도 35.9대 1의 경쟁률을 나타냈다.
취약계층 청년을 우선적으로 선발하는 우선공급 청약경쟁률은 더욱 치열하다. 홍제역 해링턴플레이스의 경우, 우선공급 10가구 모집에 청약경쟁률은 108.8대 1을 보였다. 이에 대해 SH 관계자는 “입주 수요가 많은 것을 반영해 소득기준을 완화하는 등 신청 기회를 넓혔기 때문”이라며 “하지만 신청 기회(소득기준) 확대와 상관 없이 대부분 저소득층 청년들이 입주하게 된다”고 했다. 그는 “2015년부터 지금까지 약 1만4579가구(입주 완료 기준)를 공급했다. 이 중 약 97%가 입주했다”고 덧붙였다. 수요 대비 물량 부족이다. 신청 가능한 소득기준을 완화해 신청자가 몰렸지만, 공급 물량이 소량이라 선발인원이 극히 제한될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행복주택 입주를 위한 치열한 경쟁은 지난해부터 시작됐다. SH가 지난해 12월 공고해 올해 1월 발표한 ‘2020년 3차 서울리츠 행복주택 입주자모집’ 청약경쟁률은 96가구 공급에 8335명이 몰려 86.8대 1을 기록했다. 2019~2020년 모집 경쟁 중 가장 높다. 2020년 1차 모집과 2차 모집 당시 청약경쟁률이 각각 6.4대 1, 15.7대 1을 보였던 것과 대조된다.
일단 지난해 말 완화한 소득기준이 경쟁률 상승을 이끌었다. 정부는 ‘소득기준이 지나치게 까다롭다’는 비판이 커지자 2019년 도시근로자 월평균 소득의 80% 상한을 100%로 확대했다. 이에 따라 신청자격이 1인 가구 소득 기준, 당초 212만원에서 265만원으로 확대됐다.
이런 가운데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도 행복주택 문턱을 높였다. 코로나19 사태로 지역경제가 침체에 빠지자 구직을 위해 상경하는 청년들이 늘면서 행복주택을 찾는 수요가 증가한 것이다. 한국고용정보원이 지난해 밝힌 ‘포스트 코로나19와 지역의 기회’ 보고서에선 지난해 3·4월 수도권으로 순유입한 인구가 전년 대비 2.1배 증가(2만7500명)했는데, 순유입 인구의 75%(2만700명)가 20대 청년층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고용연구원 관계자는 “코로나19 여파로 지방의 고용시장이 악화되면서 구직활동을 위해 수도권으로 이주해온 청년이 늘고 있다”며 “대량 실업이 발생해 구직을 위해 수도권으로 급격히 이동하는 추세를 보였던 1997~1998년 외환 위기 때와 비슷하다”고 말했다. 1호 행복주택으로 꼽히는 서울 가좌 행복주택 상가 편의점에서 근무하는 김상민(가명) 씨는 “입주민 중에는 사회초년생으로 보이는 직장인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가좌 행복주택 옆 가좌역(경의중앙선)을 이용하면 서울 도심으로 접근하기 수월해 직주근접 주거지를 찾아온 젊은 직장인들도 많은 것으로 보인다.
행복주택 입주자 모집에 여러 번 신청했는데도 탈락해 월세방이나 고시원을 전전하는 청년도 적지 않다. 행복주택 공급 물량이 수요 대비 워낙 적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지방에서 서울로 대학에 오거나 직장을 구하는 청년들은 여전히 주거불안 문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대해 한국토지주택공사(LH) 관계자는 “공급 물량을 늘리는 것이 해결책이지만 재고율이 한참 부족하다”며 “도심 내 택지 확보 등이 어려워 장기적으로 해결해가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정부는 행복주택 공급을 확대해나갈 계획이다. 국토교통부(국토부)가 난 2월 발표한 공공임대주택 재고 통계에 따르면 2018년 14만8000가구, 2019년 14만 가구, 2020년 15만 가구로 3년간 총 43만8000가구를 공급했다. 2022년 3월까지 공공임대주택 서울에 46곳 4540가구를 공급하고, 이 가운데 73%(38곳 3329가구)는 행복주택으로 공급할 계획이다. 국토부는 “2025년까지 장기 공공임대주택 재고 240만 가구를 확보하고, 재고율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8%를 웃도는 10%까지 달성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신수민 인턴기자 shin.sumin@joongang.co.kr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행복주택 입주가 수도권에 입성하려는 청년들에게 ‘하늘의 별 따기’가 됐다. 행복주택의 월 임대료가 주변 시세보다 저렴하고, 교통여건이 편리한 덕에 2030세대의 ‘지옥고’ 탈출 수단으로 떠올랐다. 하지만 행복주택은 이제 갓 주택시장에 공급되기 시작한데다 물량도 극소량인데 비해, 대학생·사회초년생·신혼부부 등 청년층 수요가 대거 몰리면서 행복주택은 이른바 ‘로또’ 주택이 됐다.
행복주택은 박근혜 정부 시절(2013년 2월~2017년 3월) 추진한 주택 보급 사업의 하나로, 청년층의 주거 복지를 향상하기 위해 추진했다. 문재인 정부 역시 행복주택 사업을 이어받아 청년 주거복지 정책의 하나로 활용하고 있다. 문 정부는 인구 절벽 문제도 함께 해결하기 위해 청년층 중에서도 신혼부부 계층에 중점을 둔 공공주택 신혼희망타운 사업을 추진 중이다. 하지만 급증하는 수요를 따라잡기엔 공급이 한참 부족한 상황이다.
이는 서울주택도시공사(SH)가 지난달 18일 공개한 1차 서울 리츠 행복주택 입주자모집 청약경쟁률에서도 엿볼 수 있다. 대학생·사회초년생·신혼부부·고령자를 대상으로 서울 내 457가구 입주 신청을 받은 결과 모두 1만3714명이 몰렸다. 청년 대상 일반공급 기준, 서울 신촌에 위치한 e편한세상신촌(북아현1-3 구역)은 10가구 모집에 828명이 몰려 82.8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역시 10가구를 모집한 서울 홍제동 홍제역 인근 해링턴플레이스(홍제3 구역)도 35.9대 1의 경쟁률을 나타냈다.
소득요건 완화해 신청기회 넓혔지만 당첨 문턱 여전히 높아
행복주택 입주를 위한 치열한 경쟁은 지난해부터 시작됐다. SH가 지난해 12월 공고해 올해 1월 발표한 ‘2020년 3차 서울리츠 행복주택 입주자모집’ 청약경쟁률은 96가구 공급에 8335명이 몰려 86.8대 1을 기록했다. 2019~2020년 모집 경쟁 중 가장 높다. 2020년 1차 모집과 2차 모집 당시 청약경쟁률이 각각 6.4대 1, 15.7대 1을 보였던 것과 대조된다.
일단 지난해 말 완화한 소득기준이 경쟁률 상승을 이끌었다. 정부는 ‘소득기준이 지나치게 까다롭다’는 비판이 커지자 2019년 도시근로자 월평균 소득의 80% 상한을 100%로 확대했다. 이에 따라 신청자격이 1인 가구 소득 기준, 당초 212만원에서 265만원으로 확대됐다.
이런 가운데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도 행복주택 문턱을 높였다. 코로나19 사태로 지역경제가 침체에 빠지자 구직을 위해 상경하는 청년들이 늘면서 행복주택을 찾는 수요가 증가한 것이다. 한국고용정보원이 지난해 밝힌 ‘포스트 코로나19와 지역의 기회’ 보고서에선 지난해 3·4월 수도권으로 순유입한 인구가 전년 대비 2.1배 증가(2만7500명)했는데, 순유입 인구의 75%(2만700명)가 20대 청년층인 것으로 나타났다.
수도권에 입성한 청년 수 급증, 외환위기 때와 비슷
행복주택 입주자 모집에 여러 번 신청했는데도 탈락해 월세방이나 고시원을 전전하는 청년도 적지 않다. 행복주택 공급 물량이 수요 대비 워낙 적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지방에서 서울로 대학에 오거나 직장을 구하는 청년들은 여전히 주거불안 문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대해 한국토지주택공사(LH) 관계자는 “공급 물량을 늘리는 것이 해결책이지만 재고율이 한참 부족하다”며 “도심 내 택지 확보 등이 어려워 장기적으로 해결해가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정부는 행복주택 공급을 확대해나갈 계획이다. 국토교통부(국토부)가 난 2월 발표한 공공임대주택 재고 통계에 따르면 2018년 14만8000가구, 2019년 14만 가구, 2020년 15만 가구로 3년간 총 43만8000가구를 공급했다. 2022년 3월까지 공공임대주택 서울에 46곳 4540가구를 공급하고, 이 가운데 73%(38곳 3329가구)는 행복주택으로 공급할 계획이다. 국토부는 “2025년까지 장기 공공임대주택 재고 240만 가구를 확보하고, 재고율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8%를 웃도는 10%까지 달성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신수민 인턴기자 shin.su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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