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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리포트 행복주택②] 도심 땅 확보, 지자체·주민 합심 ‘절실’

직주근접 필요한 역세권일수록 개발비 천정부지
철도부지 이용? 관리 어렵고 건축·유지비 비싸
매입·기부채납, 대학부지 개발 등 대안으로 떠올라

행복을 꿈꾸며 서울로 온 청년들은 ‘지옥고(반지하·옥탑방·고시원)’ 탈출 수단으로 ‘행복주택’에 희망을 건다. 하지만 넘치는 수요에 비해 공급은 매우 적어 행복주택 입주는 복권 당첨 확률에 버금갈 정도로 ‘하늘의 별 따기’가 돼버렸다. 바늘구멍을 통과했어도 비좁은 공간의 불편을 감수하며 버텨야 한다. 청년의 주택 갈증을 풀어주겠다며 시작한 청년 주택 사업의 현 위치와 문제점은 무엇인지 [이코노미스트]가 진단했다. [편집자]
 
2021년 제1차 서울리츠 행복주택 모집 결과, 홍제역 해링턴플레이스(홍제3)의 경우 청년과 신혼부부 대상 신규로 45호를 공급한 가운데 청약경쟁률은 39.38대 1을 기록했다. 사진은 서울 송파구 삼전동에 있는 행복주택 [중앙포토]
‘지옥고(반지하·옥탑방·고시원)’를 탈출하려는 청년들의 희망을 행복주택이 모두 받아내지 못하고 있다. 수요는 많은데 공급이 매우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행복주택 공급을 늘려달라고 요구하고 있지만, 정부와 지자체는 손사래부터 친다. 개발비용은 차치하고라도 개발지역의 주민 설득 등 실제 착공하기까지 난관이 적지 않아서다.
 
2020년 제2차 행복주택 입주자 모집 청약경쟁률을 보면 최대 100대 1을 웃도는 곳도 있다. 서울 중랑구 신내동 신내글로리움 주거전용 36㎡(약 10.9평)의 경우 청년 일반공급 부문 경쟁률은 178대 1을 기록했다. 서울 양천구 신정동 신정파크샤인 전용 36㎡의 청년 우선공급 경쟁률은 163대 1을 나타냈다. 서울 은평구 대조동 26-10 행복주택(다세대) 청약경쟁률은 160.5대 1에 달했다. 수요에 비해 공급 물량이 절대적으로 적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행복주택 공급 사업은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주된 이유는 부지 확보가 어렵기 때문이다. 청년들이 이동시간과 이동비용을 줄이고 동시에 직장과 대학이 밀집한 서울 도심으로 접근하기 수월한 입지는 역세권이 효과적이다. 하지만 땅값은 갈수록 오르고 있다.  
 
이는 주요 대학 인근 아파트 공시지가만 살펴봐도 알 수 있다. 한양대 인근 서울 성동구 행당동 서울숲삼부 아파트의 개별 공시지가는 3.3㎡(1평)당 2017년 약 1300만원대에서 4년이 지난 지금 약 1900만원대로 올랐다. 1평당 실거래가는 최근 5400만원대에 이른다. 이화여대 부근에 위치한 서울 서대문구 북아현동의 두산아파트도 개별 공시지가가 3.3㎡당 약 1800만원대로 5년 전보다 1.5배 정도 올랐다. 1평당 실거래가는 약 4590만원대에 이른다.  
지난해 8월 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주택공급대책확대TF회의결과 브리핑에서 김현미 당시 국토교통부 장관이 발언하고 있다. '8.4 주택공급 대책' 당시 발표한 '공공참여형 고밀 재건축' 안에 따라, 기부채납 받은 주택의 절반 이상은 장기 공공임대로 공급하기로 했다. [중앙포토]
 

철도부지에 짓는 행복주택 건축비가 민간 아파트의 4배

행복주택 공급 부족은 건축 비용도 원인이다. 행복주택은 공급비용을 절감하고 도심 입지를 확보하기 위해 가급적 국유지인 철도 부지를 활용하려 한다. 이를 위해 철로 위에 인공데크를 설치해 건설해야 하는데, 그렇게 되면 “건축비가 늘어나게 되고, 완공 후에도 유지비와 관리비가 많이 소요된다”는 것이 국토교통부(국토부) 관계자의 설명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별도 구조물이 더 필요하고, 계속해서 유지·관리가 필요한데 철도 부지는 여러 안전 상 문제로 인해 하루에 새벽 3시간 정도밖에 점검할 수밖에 없어 일반 아파트에 비해 비용이 이래저래 더 든다”고 말했다. 2013년 국토교통위원회 국감 당시, 국토위 소속 박수현 전 국회의원은 서울 오류·가좌지구 행복주택 건축비가 3.3㎡당 1670만~1700만원으로 추산된다고 밝힌 바 있다. 박 의원은 당시 “수도권 민간 아파트 건축비가 토지비를 제외하고 3.3㎡ 당 약 400만원 수준”이라며 “행복주택 건축비가 민간 아파트의 4배가 넘는다”고 지적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지자체)의 협의가 매끄럽지 않은 점도 행복주택 공급 확대의 걸림돌로 작용한다. [이코노미스트]가 행복주택 공급 확대를 위해 필요한 전제조건을 문의한 결과 국토부 관계자는 “지자체가 해당 지역의 수요를 반영해 사업 승인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답했다. 그는 “이해관계자들이 있고, 국가 정책 사업이다 보니 요구하는 대로 다 지원할 수 없는 부분도 있을 것”이라고 에둘러 설명했다.  
 
그의 말에서 우선조건이자 핵심조건인 부지 확보부터 쉽지 않음을 짐작할 수 있다. 국가가 정책으로 밀어붙여도 지자체는 임대주택을 기피하는 주민들의 눈치를 볼 수 밖에 없어서다. 베드타운 역할에 그치는 주택 건설보다 지역경제 발전에 도움이 될만한 기업·상업 관련 시설이 들어서길 바라는 지자체의 속내도 한 몫 한다. 공공주택 사업을 추진하는 지자체 관계자들마다 “관련 법령에 따라 관련 부서와 주민 의사를 종합적으로 검토해 처리해야 한다”는 답변을 반복하는 이유다. 

 
정부가 2016년 1월 행복주택을 짓겠다고 하자 해당 지역 주민들이 집단 반발했다. [중앙포토]
 

“대학부지 활용하면 상권 활성화와 직주근접 입지에 도움”

이렇다 보니 최근에는 매입·기부채납형으로 행복주택을 공급하는 대안이 힘을 얻고 있다. 관에서 용적률을 완화해 더 많은 주택을 짓도록 유도하고, 민간에서 건물의 일정 물량을 임대주택으로 기부하는 방식이다.  
 
지난해 8월 정부는 수도권 주택공급 확대 방안으로 임대주택 기부채납 방식을 언급했었다. 지난 2일에는 서울시가 수도권 공급대책의 후속 조치로, 역세권 주거지역 용적률을 400%에서 최대 700%까지 완화해 복합개발이 가능하도록 규제를 완화했다.  
 
하지만 이에 대한 반발도 만만찮다. 사업자나 주민들이 임대주택으로 인해 집값이 하락하거나 일반분양 물량이 줄어 사업성이 약화할 것을 걱정하기 때문이다. 심교언 건국대 교수(부동산학과)는 “민간에게 충분한 혜택을 제공해야 원활한 협력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공공주택 공급 확대가 취지가 아무리 좋아도 이익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민간 토지주를 설득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지자체와 정부·대학이 협력해 공공임대주택을 짓는 방안도 제시하고 있다. 대학 부지에 기숙사와는 다른 공공임대주택을 지으면 대학가 상권도 살리고 사회 초년생들의 만족도도 높일 수 있다는 내용이다. 권혁삼 한국토지주택공사 토지주택연구원은 “민간협력 사업에 공공이 적극적으로 참여해 주도하고, 민간과 공공의 협력이 더욱 필요한 시점”이라며 “대학협력형 공공임대주택을 지으면 직주근접 입지를 갖춘 물량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수민 인턴기자 shin.su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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