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코스피 최고치 경신 가능성 크다 [이종우 증시 맥짚기]
고점 경신 후 지지부진한 관망세 장기화
최근 실적 전망치 높아진 종목에 투자해야

사상 최고치를 넘은 이후 주가는 어떻게 될까. 기술적으로는 강한 저항선을 넘은 후에는 상승 속도가 빨라지는 게 일반적이다. 매수와 매도가 대치하다 한쪽이 무너질 경우 모여 있던 힘이 한쪽으로 쏠리기 때문이다. 따라서 주가가 3266포인트를 넘으면 빠르게 상승할 거라 기대하는 게 맞지만 이번은 사정이 만만치 않을 것 같다. 유럽시장이 선례를 보여주고 있는데 지난 한두 달 사이 독일, 프랑스 주식시장이 사상 최고치를 넘었지만 이후 속도가 특별히 빨라지지 않았다.
당분간 ‘골디락스’ 장세 이어질 듯
주가가 이런 모습을 보인 건 주가가 너무 높아서다. 12개월 이후 이익 전망을 가지고 계산한 주가순이익비율(PER)이 11.6배로 지난 한 해 평균 수준에 머물고 있다. 1분기 실적이 나오기 이전 수치인 14배에 비해 낮지만, 작년에 주가가 100% 가까이 상승하면서 PER이 높아졌다는 걸 고려하면 지금이 과거보다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이런 상태에서 고점 경신은 새로운 세상의 개막보다 가격에 대한 부담으로 작동할 가능성이 크다.
상승을 이끌어 온 힘이 약해지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도 고점 경신 이후 상승 속도를 느리게 만드는 요인이다. 많은 분석기관이 하반기 국내외 경제와 주식시장의 특징으로 ‘골디락스’를 꼽고 있다. 너무 뜨겁지도 그렇다고 차갑지도 않은 경제성장과 주가 상승이 이어질 거란 의미다. 골디락스가 나온 이유는 성장이나 이익 증가가 정점을 지나기 때문이다. 지금 투자자들의 기대 수익은 지난 1월 시장 상황에 맞춰져 있다. 2개월간 코스피가 1000포인트나 상승하는 국면이었는데, 이때만큼의 수익을 기대하는 투자자들에게 골디락스는 주가 정체를 의미한다.
미국의 경기 부양책이 약해지고 있는 점도 주가에 불리한 부분이다. 2분기 주가 상승 동력인 1조9000억 달러 부양책 중 일부가 조만간 마무리된다. 6월 초에 이미 해당 부양책의 40% 정도가 집행됐기 때문이다. 현금 지급은 실질적으로 완료됐다고 봐도 무방하다. 현금 지급과 유사한 효과를 발휘하는 연방정부의 추가 실업수당 지급 역시 일부 지역에서 조기 종료될 거로 보인다. 텍사스와 플로리다 등 25개 주에서 실업자들의 일자리 복귀를 유도하기 위해 6~7월에 순차적으로 추가 실업수당 지급을 종료할 계획이기 때문이다.
금융완화정책이 예상보다 빠르게 마무리될 가능성이 있는 점도 생각해야 한다. 조만간 물가와 더딘 고용 회복의 방향이 바뀔 가능성이 있다. 소비자물가 상승에 큰 영향을 주는 유가가 배럴당 70달러를 넘었다. 이 영향으로 5월에 소비자물가가 5% 상승했지만 반대로 하락했다. 인플레 수치가 높기는 하지만 정점을 지난 만큼 앞으로는 내려갈 일만 남았다고 판단한 결과로 긴축의 필요성을 약화하는 요인이다. 고용은 반대다. 아직 구인 규모에 비해 실제 고용 증가가 더디지만, 실업수당 지원이 끝나면 고용이 크게 늘 거로 보인다. 연준이 긴축의 전제조건으로 내세우는 고용 문제가 해결되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부동산이다. 지난 5개월간 미국의 부동산 가격이 연이율로 12% 상승했다. 지난해 양적 완화를 시행할 때 연준은 코로나 19로 미국의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을 거라 생각했었다. 그래서 월간 1200억 달러의 채권매입액 중 1/3을 부동산 관련 모기지 채권을 사들이는데 배정했다. 예상과 달리 부동산이 급등했기 때문에 모기지 채권 매입을 줄이거나 중단해도 문제 되지 않을 것이다. 해당 채권의 매입을 줄이면 그 시점부터 테이퍼링이 시작되는 셈이 된다.
미국의 인프라 투자 계획 축소 불가피
미국 정부가 계획했던 재정 투자 규모가 줄고, 증세가 본격화될 가능성이 있는 점도 시장에 부담이 되고 있다. 바이든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인프라 법안이 계속 수정되고 있다. 최종 결과는 바이든 정부가 처음 제시한 2조2500억 달러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 되지 않을까 생각된다. 이번 인프라 법안은 장기에 걸쳐 진행되는 프로젝트여서 3월에 시작된 1조9000억 달러 부양책처럼 즉각적인 소비 진작과 유동성을 공급하는 효과를 발휘하지 못한다. 그래도 법안이 축소되거나 지연되면 중장기 고용과 투자 확대 효과가 시장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일이 발생하기 때문에 부담이 된다.
인프라 법안의 규모가 줄어들면 법인세 인상 리스크가 완화되는 장점이 있기는 하다. 그렇더라도 미국을 포함한 선진국의 세제 방향이 증세 쪽에 맞춰져 있는 이상 상황을 되돌리긴 힘들다. 선진 7개국(G7) 재무장관 회의에서 글로벌 최저 법인세율 15% 적용에 합의한 것을 시작으로 글로벌 증세 논의가 본격화될 가능성이 높다. 세율 수준에 따른 국가별 이해관계가 다르지만, 코로나 19 사태 이후 국가 재정 건전성 악화가 공통의 문제여서 대부분 국가가 세수 확대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어 이번에 정한 수준을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이다.
주가가 사상 최고치를 돌파한 이후에도 속도가 나지 않는다면 어떤 주식에 투자해야 할까. 지난해 주가 상승률 선두에 있었던 업종이 올해 상반기에 가장 저조한 수익을 내고 있다. 바이오가 대표적인데 작년과 달리 올해는 주가가 20% 가까이 하락했다. 그만큼 시장이 가격에 대한 부담을 크게 느끼고 있다는 의미가 된다.
많은 기업의 주가가 상승해 이제는 가격이 낮은 업종이 찾기 힘들어졌다. 그래서 투자는 개별 종목별로 이익 대비 주가가 어떤 상태에 있느냐를 가지고 판단할 수밖에 없다. 1분기 실적 발표가 끝난 후 이익 전망이 빠르게 올라가고 있다. 나온 수치가 좋기 때문에 앞으로도 상황이 괜찮을 거란 기대가 작동한 결과다. 그중 건설 중장비를 비롯해 자본재를 생산하는 기업의 이익 증가가 가장 크다. 미디어, 교육, 에너지, 금융 등도 만만치 않은 증가율을 기록하고 있다. 고점 돌파 이후 투자는 이들 업종을 중심으로 했으면 한다. 최근에 이익 전망이 좋아져 아직 이익 가운데 주가에 반영되지 않은 부분이 있고, 당분간 이익 증가 속도도 빨라질 가능성이 있어서다.
코스피가 3000포인트를 넘은 후 시장에서 주도주가 사라졌다. 이 종목 저 종목을 옮겨 다니면서 오르는 게 전부인데, 주가가 고점을 넘어도 상황이 변하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어떤 종목이 눈에 띄는 실적을 내거나 긍정적인 전망이 나올 경우 해당 종목의 주가가 크게 오를 수밖에 없다. 시장 유동성은 여전히 큰데 이를 담을 종목이 많지 않아 새로운 종목이 나올 경우 그쪽으로 돈이 몰리기 때문이다. 고점 돌파 이후 중요한 건 코스피의 방향이 아니라 괜찮은 종목의 선택이다.
※필자는 경제 및 주식시장 전문 칼럼니스트로, 오랜 기간 증권사 리서치센터에서 해당 분석 업무를 담당했다. 자본시장이 모두에게 유익한 곳이 될 수 있도록 여러 활동을 하고 있다. [기본에 충실한 주식투자의 원칙] 등 주식분석 기본서를 썼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한국은행 “트럼프발 불확실성에 국내 주력산업 성장 제약”
2임원 2000명 소집한 삼성그룹...'삼성다움' 세미나 열어
3북한군 포로 "한국 가고 싶다"… 정부 "전원 수용할 것"
4결론 임박한 KDDX 사업...‘공동설계’ 실현 가능성은
5오밤중에 용산 노후 아파트 천장 붕괴…20kg 콘크리트 덩어리 ‘아찔’
6‘벼랑 끝’ 고려아연 핵심 기술진 “영풍·MBK 무법질주 막아달라”
7CJ올리브영, '임차 건물' 아예 인수 나선다...'6000억원대 가치'
8LG이노텍, 반도체 부품으로 연 매출 3조 목표...車 AP 모듈 ‘출사표’
9"이래서 강남 살아야"...역삼동에 로봇배달 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