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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돈의 코인시장②]몰라도 돼 ‘깜깜이 투자’ 권하는 업비트

구체적인 상폐 기준 명확히 공개 못하는 업비트
업비트도 과거엔 '자전거래'로 거래량 부풀려
업비트 “기준 공개하면 악용 범죄 우려해 비공개”
주식거래소 확인 가능한 근거 제시해 정보 투명화

업비트에서 상장 폐지한 24개 코인의 상폐 사유(중복 허용)를 분석한 결과 ‘글로벌 유동성’ 평가 기준 미달로 지적된 종목이 12개를 기록했다. 하지만 업비트 측은 '기준'에 대한 명확한 수치는 공개하지 않고 있다.[연합뉴스]
 
특정금융거래정보법(특금법)이 시행을 석 달 앞두고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들이 코인 정리작업에 들어갔다. 코인 거래소는 투자자 보호를 위한 조치라는 입장이지만, 투자자와 상장사들은 명확한 기준을 밝히지 않는 깜깜이 상폐라고 주장한다. 암호화폐 시장의 혼란이 심화하는 가운데 정부의 책임 있는 역할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근 불거진 암호화폐 시장의 논란과 문제점을 [이코노미스트]가 짚어봤다. [편집자]
 
“기준은 있지만, 투자자를 위해 공개할 수 없다.”
국내 암호화폐(코인) 거래소 업비트가 6월 18일 코모도(KMD) 등 24개 코인의 거래 지원 종료(상장 폐지) 방침을 밝혔다. 상장폐지 사유는 사업성‧기술역량 등의 평가 기준 미달이었다. 하지만 사업성이 얼마나 나쁜지, 기술역량이 얼마나 떨어지는지 구체적인 수치는 공개하지 않아 논란이 되고 있다. 사실상 업비트 마음대로 상장폐지 시켜도 투자자는 알 길이 없다는 것이다. 
 

‘거래량 기준 미달’이라고 상폐…기준은 안 밝혀 

 
업비트에서 상장 폐지한 24개 코인의 상폐 사유(중복 허용)를 [이코노미스트]가 분석한 결과 ‘팀 역량과 사업성’, ‘국제 유동성’ 평가 기준 미달이 각각 12개로 가장 많았다. ‘기술역량’, ‘정보 공개와 커뮤니케이션’ 평가 기준 미달 사유도 각각 9개를 기록했다. 업비트가 제기한 문제점 지적에 대해 상장사가 제대로 된 답변을 하지 않아 ‘소명 의지가 없다고 판단했다’고 밝힌 종목은 5개로 집계됐다. ‘(코인의) 익명 전송 가능성’, ‘블록체인 네트워크상 활동’ 기준 미달 사유도 있었다.
 
문제는 이런 상폐 사유의 ‘구체적인’ 기준이 없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업비트는 이그니스(IGNIS) 코인의 상장 폐지 사유에 대해 “국제 유동성에서 낮은 점수를 받아 당사 거래지원 기준에 미달한 것으로 최종 판단했다”고 밝혔다. 그런데 ‘국제 유동성 기준’을 묻는 본지의 질문에 업비트 관계자는 “코인 상장 업체나 사업마다 상황이 달라 일괄적으로 설명할 수 없다”며 “기준은 있지만, 공개할 수는 없다”고 했다. 일‧월‧연 평균 거래량이 어느 정도 이상이어야 기준을 충족하는지 밝힐 수 없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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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비트가 코인 상장폐지를 결정하는 기준인 ‘거래지원 후 가상자산 관리 체계’를 보면 상폐 과정과 기준이 얼마나 불분명한 지 그대로 드러난다.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 측은 ‘해당 가상자산의 실제 사용 사례가 부적절하거나 가상자산에 대한 사용자들의 반응이 부정적인 경우’, ‘해당 가상자산의 기반 기술에 취약성이 발견되는 경우’, ‘해당 가상자산에 대해 사용자들의 불만이 계속 접수되는 경우’ 등의 상황에서 코인을 상장폐지 할 수 있다고 밝혔다. 특정 코인은 거래량이 적어 시세 조작에 쉽게 노출될 수 있기에 유의 종목으로 지정할 수 있다고도 했다. 그러면서도 상장 폐지나 유의 종목으로 지정할 수 있는 근거를 수치나 점수로 공개하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익명을 요구한 암호화폐 시장 관계자는 “두나무가 자신에겐 관대하고 남에게는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고 있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두나무도 업비트 서비스 초기에 거래량을 늘리기 위해 자전 거래한 사실이 있는 점과 비교하면, 거래량이 작거나 가치가 낮은 코인을 제재할 명분이 없다는 지적이다. 송치형 두나무 의장은 암호화폐 거래소 업비트 출범 초기에 임의 법인계정을 활용해 1500억원 상당의 부당이득을 취한 혐의로 지난해 1월 재판을 받았지만, 1심에서 무죄 판결이 났다. 
 

이런 불투명한 정보 공개 시스템에 대해 업비트 관계자는 “투자자를 위한 최대한의 조처”라고 해명했다. 업비트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명확한 상장 또는 폐지 기준이 공개되면 이를 이용해 코인 상장을 돕겠다는 명분으로 사기 등 범죄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공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이런 해명에 대해 주식시장과 단순 비교하긴 어렵지만, 납득하기는 어렵다는 분위기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오히려 명확한 기준이 있어야 투자자들이 기업에 대해 믿고 투자할 수 있다”며 “이런 논리로 주식시장에서 정보 공개가 이뤄지지 않으면 더 큰 혼란을 초래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암호화폐가 실체가 없고 사업성을 평가할 방법이 없다 보니 규정도 모호하게 만들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실제 업비트가 코인 상장폐지를 결정하는 기준인 ‘거래지원 후 가상자산 관리 체계’를 보면 상폐 과정과 기준이 얼마나 불분명한 지 그대로 드러난다. 특정 코인은 거래량이 적어 시세 조작에 쉽게 노출될 수 있기에 유의 종목으로 지정될 수 있다고도 했다. 그러면서도 상장폐지나 유의 종목으로 지정할 수 있는 근거를 수치나 점수로 공개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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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시장에서는 투명한 정보공개가 투자자·기업에 도움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을 관리하는 한국거래소는 어떤 기준으로 주식 시장의 거래를 허용‧금지할까. 한국거래소는 시장 경보 제도를 통해 주식시장을 감시한다. 시장감시위원회가 투기나 불공정거래 개연성이 있는 종목‧주가가 비정상적으로 급등하면 투자자에게 주의를 주는 방식이다. ‘투자주의종목 → 투자경고종목 → 투자위험종목’의 단계를 거친다. 
 
투자주의 종목으로 지정하는 사유도 명확하다. 3일간 주가가 100% 이상 오르거나, 15일 동안 투자 주의 5회‧75% 이상 주가 상승 등의 사유가 생기면 투자 경고 종목으로 지정한다. 이후 다시 2일간 주가가 40% 이상 오르면 1일 거래를 중지하고, 3일간 주가가 45% 이상 상승, 5일간 60% 이상 상승 등의 사유가 생기면 투자 위험 종목으로 지정한다. 한국거래소는 일시적으로 거래를 중단시켜 투자자들에게 숨 고르기 할 시간을 주기도 한다.
 
기업에 문제가 발생해 상장 폐지를 진행하더라도 명확한 기준에 따른다. 정기보고서를 제출하지 않거나, 감사인 의견 미달 사유가 발생한 경우. 기업이 자본잠식에 빠졌거나 매출액이 일정 수준에 미달하는 등 투자자가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근거가 있어야 한다. 
 
최철호 한국거래소 상장제도팀장은 “한국거래소는 홈페이지에 상장 등에 관한 관련 규정을 공개하고 있다. 이를 근거로 법인이 상장 절차나 요건 등을 확인하고 상장 준비를 할 수 있다”며 “주식시장에서는 투명하게 정보를 공개하는 게 투자자나 기업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병희 기자 yi.byeonghee@joongang.co.kr  
 

이병희 기자 yi.byeong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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