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브로드밴드, 승소에도 사용료 협상은 ‘가시밭길’
‘월 사용자 1000만명’ 넷플릭스가 협상 이끌 것
통신사 관계자 “넷플릭스와 계약 바꿀 계획 없어”
25일 넷플릭스가 SK브로드밴드를 상대로 낸 소송 패소로 넷플릭스는 망 사용료를 내라는 SK브로드밴드와 본격적으로 협상에 나서야 한다. 그간 네이버‧카카오 등 국내 콘텐트 업체가 지급해온 사용료에 준하면, 넷플릭스가 지급해야 할 액수는 1000억원이 넘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그러나 통신업계 일각에선 “여전히 협상의 주도권은 넷플릭스가 쥐고 있다”며 “앞으로도 SK브로드밴드는 쉽지 않은 싸움을 해야 할 것”이라고 고개를 가로젓는다. 이유가 뭘까.
앞서 나온 ‘사용료 1000억원’의 근거를 따져보면 답이 나온다.
이 액수는 국내 콘텐트 업계가 이미 내고 있는 망 사용료를 바탕으로 계산한 결과다.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는 지난해 망 사용료로 KT, SK브로드밴드, LG유플러스 등 국내 3개 인터넷망 업체에 700억원을 냈다. 국내 업체 중 가장 많다. 카카오가 200억원으로 뒤를 이었다. 이를 바탕으로 SK브로드밴드가 기대하는 적정 망 사용료를 가늠해볼 수 있다.
네이버가 지난해 발생시킨 트래픽(데이터 전송량)은 국내 총 트래픽의 1.8% 남짓. 카카오는 1.4%다. 넷플릭스는 두 업체를 합친 것보다도 크게 많은 4.8%를 차지했다. 트래픽 비중에 따라 망 사용료를 책정한다고 했을 때, 넷플릭스가 내야 할 돈은 적게는 686억원에서 많게는 1867억원에 달한다. 지난해 넷플릭스의 국내 매출 4155억원의 절반에 이르는 셈이다.
그러나 SK브로드밴드의 기대가 이뤄질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국내 콘텐트 업체와 넷플릭스의 협상력이 다르기 때문이다. 망 사용료는 단순히 트래픽 비례로 계산하는 것이 아니라, 콘텐트 경쟁력 등을 모두 고려해 결정하게 된다. 그런 면에서 넷플릭스는 망 사용료 협상에서도 우위에 설 공산이 크다. 1000만명이라 월 사용자 수가 최대 무기다.
한 통신업계 관계자는 “최악의 경우 넷플릭스 영상을 보는데 뚝뚝 끊기거나 접속 장애가 발생한다고 생각해보자. 사용자 입장에선 SK브로드밴드를 쓸 이유가 없다”며 “넷플릭스로 기울어진 협상장에서 SK브로드밴드가 원하는 액수를 얼마나 받아낼지 의문”이라고 진단했다.
이런 인터넷서비스 가입자 경쟁 때문에 KT와 LG유플러스는 일찌감치 넷플릭스를 상대로 망 사용료를 받지 않는 쪽을 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신 제휴를 맺고 넷플릭스 콘텐트를 자사 IPTV에 공급하는 제휴를 맺었다. 그편이 가입자를 묶어두는 데 이득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두 업체 중 한 곳의 관계자는 “이미 넷플릭스와 계약을 맺었던 만큼 (망 사용료 관련) 소급 적용하지 않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SK브로드밴드는 앞으로도 외로운 싸움을 이어가야 한단 뜻이다.
문상덕 기자 mun.sangd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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