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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 기간은 짧아도 5년 잡아야 [이상건 투자 마인드 리셋]

투자 실패하는 이유는 손실 후 투자 멈췄기 때문
현금을 마련하는 방법은 무조건 저축하는 것

 
 
계속 투자를 위해선 투자 기간에 대한 기본값으로 길게 잡아야 한다. [중앙포토]
 
최근 들어 자주 생각하는 주제 중 하나가 ‘계속 투자’다. 계속 투자란 말 그대로 계속 시장에 머무르면서 투자하는 것을 말한다. 안타깝게도 계속 투자는 그 방법의 유효성에 비해 상대적으로 관심을 받지 못하는 주제이다. 시장 전망, 유망 종목이나 섹터, 금리 움직임 등 투자자들의 주목을 받는 주제들에 비해 계속 투자라는 아이디어는 밋밋하고 지루하며 그 실체도 애매모호하게 보인다. 그러나 경험이 부족한 개인 투자자들이 계속 투자의 개념을 이해하고, 실천할 수 있으면 주식시장에서 패자가 될 가능성을 크게 줄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주식시장 참여자로서 우리에게는 우리 자신이 통제할 수 있는 영역과 그렇지 않은 영역이 존재한다. 예를 들어 가격 변동성은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영역에 속한다. 어찌 보면 주가 변화는 자연의 순환과 같은 것인지도 모른다. 변동성은 그 자체로 좋은 것도 나쁜 것도 아니다. 돈을 잃으면 변동성은 나에게 나쁜 것으로 다가오고, 돈을 벌면 그 반대로 다가올 뿐이다. 확실한 사실은 변동성이 없다면, 우리는 자본시장이나 부동산 시장에서 결코 돈을 벌 수 없다는 점이다.  
 
문제는 변동성이 아니라 그것을 대하는 우리의 태도이다. 변동성은 통제 범위 밖에 있는 것이지만 그 변동성을 대하는 태도는 통제 범위 안에 있다.〈돈의 심리학〉을 쓴 모건 하우젤은 이 변동성을 ‘벌금이 아닌 수수료 혹은 입장료처럼 생각하라’고 조언한다. 주식시장에 참여하기 위해 내는 수수료나 입장료로 여기라고 것이다.  
 

적립식이란 말에 얽매일 필요 없어 

 
주가 전망도 통제 밖에 위치한다. 극단적으로 말해, 내일 아니 모레 주가가 오를 확률은 정확히 50%이다. 동전 던지기 확률과 같다. 50%의 확률에 계속 베팅하는 것은 철저하게 운(運)에 돈을 거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투자는 장기적으로 확률을 높여야 하는 게임이다. 승자가 되기 위해서는 최소한 50%가 넘는 승률을 무조건 확보해야 한다. 주가 전망을 두고 승률을 높이는 것은 뛰어난 통찰력과 혜안을 가진 이들에게는 가능한 일이지만 개인 투자자들 중에 그 정도의 능력을 가진 이들은 많지 않을 것이다.
 
통제 범위 안에 있으면서 그 중요도에 비해 과소평가 받는 것이 투자 방법과 시간 지평(time horizon)이다. 투자 방법에서 특히 제대로 대접받지 못하는 것이 ‘계속 투자’다. 너무 익숙한 대표적인 계속 투자 방법이 적립식 투자이다. 적립식 투자도 너무 적립식이란 말에 얽매일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일정액을 투자해도 좋고 일정 수량을 매입해도 좋고 일정 기간 동안 나누어서 투자해도 좋다. 이 방법을 종목에 적용해도 좋고, 인덱스나 주식형 펀드에 적용해도 좋다.  
 
대부분의 투자자들이 실패를 하는 이유 중 하나는 가격이 하락했다는 이유만으로, 손실이 났다는 이유만으로 투자를 멈추는 것이다. 가격이 하락했다는 것은 그 만큼 싸졌다는 의미이다. 쌀 때는 더 사야 한다. 적립식 투자가 기계적인 방법이면서도 투자 손실을 가능성을 크게 낮추는 이유는 쌀 때 주식을 더 사들이기 때문이다.  
 
계속 투자는 누적(累積)적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누적적일 때, 복리 효과도 생긴다. 같은 금액으로 더 많이 사 놓을수록 누적 효과는 더 커진다. 누적 효과는 다른 말로 복리를 의미한다. 그래서 버크셔 헤서웨이 부회장 찰리 멍거는 이렇게 말한다. “복리의 첫 번째 규칙은 절대 불필요하게 중단하지 않는 것이다.”  
 
계속 투자를 위해서는 투자 기간에 대한 기본값으로 길게 잡아야 한다. 6개월, 1년은 너무 짧다. 아무리 짧아도 3년, 아니 5년은 잡아야 한다. 경제는 순환하고 그에 따라 주식시장도 순환을 하면서 장기적으로 우상향한다.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처럼 아주 특이한 사례는 있지만 전 세계로 확장해서 보면 세계 경제 성장률은 장기적으로 우상향해 왔다. 
 
길게는 10년, 짧게는 1-2년 정도의 하락세를 보이지만 결국에는 그 낙폭을 모두 만회하고 성장해 왔다. 필자는 투자 칼럼니스트 모건 하우젤의 다음과 같은 의견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경기 순환이나 주식거래 전략, 섹터 투자 등에 대한 책들은 많다. 그러나 가장 강력하고 중요한 책은 ‘닥치고 기다려라’가 되어야 한다. 달랑 페이지 한 장에 장기경제 성장 그래프가 그려져 있는 책이다.” 
 
투자에 대한 기초를 다지고자 한다면, 종목 분석 보다 먼저 세계 경제에 투자하는 인덱스 펀드나 ETF 혹은 세계 경제 혁신의 50%를 차지하는 미국이나 글로벌 펀드 같은 투자대상을 골라 공부 삼아 소액이라도 계속 장기투자를 해 보는 것이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경제와 주식시장에 대한 장기적인 낙관을 몸으로 배우지 않으면, 장기 계속 투자라는 개념은 너무 추상적이고 막연하게 다가올 수 있기 때문이다. 젊고 금액이 적은 사람일수록 소액으로 전 세계 경제에 투자하는 경험을 통해 장기적인 낙관을 배우는 게 좋다.
 
장기 계속 투자를 위해 또 하나 갖춰야 할 무기는 ‘현금’이다. 아무리 완벽한 투자처가 있다고 하더라도 실탄을 모두 써서는 안 된다. 간혹 영끌하고 빚투 해서 한 번에 대박을 터뜨린 성공 스토리를 듣게 된다. 필자도 인간인지라 부러운 게 사실이다. 그러나 한 번 생각해 보라. 
 

경제와 주식시장은 장기적으로 우상향

 
국내 주식시장 계좌 수는 4820만개 정도이다. 과연 이 중에 몇 계좌 정도나 초대박을 터뜨렸을까. 아마도 손실을 기록하고 있는 계좌 수가 더 많지 않을까. 우연에 가까운 확률을 기대한다면, 투자를 하지 말고 로또를 사는 게 낫다. 투자는 본질적으로 확률 게임이며, 확률 게임에서는 승률을 높이는 게 중요하다. 그 중간에 만나는 기대 이상의 수익은 자신의 능력이나 노력의 결과가 아니라 행운이며 덤이라고 여기는 게 합리적이지 않을까.  
 
현금은 투자에서 베이스캠프와 같은 역할을 한다. 위험할 때 안전한 장소를 제공하기도 하고, 새로운 기회가 왔을 때 준비할 수 있는 힘을 제공한다. 이런 얘기를 하면 다음과 같은 반박을 하기도 한다. 실제 최근에 지인에게 들었던 얘기이다. “투자 금액이 많은 사람들은 그렇게 할 수 있지만 우리 같은 소액 투자자들이 어떻게 현금을 마련해 놓고 투자를 할 수 있어. 현금 확보 전략은 재산이 적은 사람들에게는 맞지 않는다고 생각해.” 
 
그런데 개인적인 관찰이지만 이런 말을 하는 사람들의 공통점이 있다. 평소에 저축에 별로 신경을 쓰지 않는다는 점이다. 현금을 마련하는 뾰족한 방법은 없다. 그냥 저축하는 것이다. 돈 있는 부모를 만나 돈을 받지 않는 이상, 이외에 어떤 방법이 있을 수 있단 말인가. 저축은 투자가 아니다. 저축은 투자를 위한 밑천, 즉 종잣돈을 제공하고, 포트폴리오에 있어서는 현금 자산의 역할을 한다.  
 
저축은 투자를 위한 출발점이다. 현금의 중요성을 애써 무시하는 사람들에게는 19세기 미국 최고의 부자 중 한 명이었던 철강왕 앤드류 카네기가 자신의 자서전에서 밝힌 부자 공식을 들려주고 싶다. “부자의 비결은 수입이 항상 지출을 초과하는 것이다.” 그들은 가난했을 때도 그랬고 부자가 된 후에도 그랬다. 당연한 얘기지만 부자도 지출이 수입을 초과하면 망한다. 부자 상속자들이 망한 사례는 너무 흔해서 강조할 필요도 없을 것 같다. 
 
 
※ 필자는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전무로, 경제 전문 칼럼니스트 겸 투자 콘텐트 전문가다. 서민들의 행복한 노후에 도움 되는 다양한 은퇴 콘텐트를 개발하고 강연·집필 활동을 하고 있다. [부자들의 개인 도서관] [돈 버는 사람 분명 따로 있다] 등의 저서가 있다. 

이상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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