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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탄소전쟁 ②] 글로벌 ‘탄소 중립’, 우리 기업에 호재일까 악재일까

탄소국경세 부과 따라 철강 울고 태양광 웃고
탄소 감축 노력 인정 받으려면 기준 높여야
배출권 무상할당 줄이고 효율적 관리 필요

충남 보령시 오천면 오포리에 위치한 보령석탄화력발전소.[중앙포토]
 
 
미국과 유럽연합(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탄소국경세) 도입 움직임에 국내 산업계 움직임도 분주해졌다. 제품 생산 과정에서 탄소 배출이 많은 철‧철강 산업이 가장 먼저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가운데 추후 탄소국경세 부과 대상이 확대 적용되면 다른 업종도 위기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EU에서 추진하는 탄소국경세는 EU 바깥에서 만든 물건을 수입할 때, 해당 물건 생산 시 탄소 배출량이 EU가 정한 기준을 충족하지 않으면 추가 관세를 부과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EU는 탄소 배출량 감축을 일찍부터 준비해온 만큼 기준도 엄격한 편인데, 개발도상국 입장에선 이 기준을 맞추기 쉽지 않아 더 많은 관세를 내야 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철강‧자동차는 긴장, 배터리‧친환경업종은 기대  
주요 선진국이 환경 기준을 강화하고 탄소국경세를 도입하면, 우리 기업에 미칠 영향은 없을까. 가장 큰 타격이 예상되는 분야는 철강·알루미늄·비료·시멘트·전기 등 5가지 업종이다. EU가 이 5가지 종목에 2023년부터 우선 탄소국경세를 부과할 방침이라고 밝혔기 때문이다.  
 
회계‧컨설팅 법인회사인 EY한영이 2021년 1월 그린피스 의뢰로 발간한 ‘기후변화 규제가 한국 수출에 미치는 영향분석’ 보고서를 보면 대(對) 철강 등 교역 규모는 9억4900만 달러에 이른다. 또 2019년 기준 주요 업종의 EU 수출 관련 탄소 배출량을 분석한 결과, 철강은 약 464만t, 석유화학이 306만t, 자동차가 17만t, 조선이 4만t으로 집계됐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한국 철강 기업의 부담이 연간 최대 3390억원에 달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자동차 산업도 위기의식을 느끼기는 마찬가지다. 당장 탄소국경세 부과 대상에서는 제외됐지만, 유럽에선 2035년까지 내연기관차 판매를 금지하고 2050년까지 운송 분야 탄소 배출량을 90% 줄인다는 목표가 포함됐기 때문이다. 결국 탄소 감축에 따른 간접적인 비용 부담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우리나라에서 EU로 향하는 자동차 수출 규모는 연간 71억300만 달러(8조1000억원)로 수출 품목 중 1위다.  
 
하지만 탄소국경세 도입을 성장의 기회로 여기는 업종도 있다. 배터리·태양광·수소 등 친환경 관련 산업에 투자하는 기업이 주인공이다. 선진국이 추진하는 탈 탄소 탄소 중립 움직임의 종착지는 친환경으로 풀이되기 때문이다. 유럽이 재생에너지 사용 비중을 높이고, 그린 수소를 적극적으로 생산하겠다고 밝힌 것도 이런 맥락으로 볼 수 있다.  
 
조선업은 상황 변화에 따라 희비가 엇갈릴 수 있다는 평가다. 전 세계적으로 친환경 선박에 대한 수요가 늘면 고부가가치 선박 건조 기술을 보유한 우리나라가 수혜를 볼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EU 교역량이 16억9900만 달러(선박)로 4위에 이르는 주요 산업인데도 탄소국경세 부과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자동차와 비슷하지만 걱정하기 이르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한화솔루션이 미국 캘리포니아에 지은 태양광 발전소. [사진 한화솔루션]
 
유럽 기준 맞추려 탄소 배출권 무상 할당 축소 전망  
문제는 탄소국경세 대상이 된 업종을 중심으로 이들에게 추가되는 부담을 줄일 대책이 있느냐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탄소 배출권거래제, 신재생에너지 공급의무화제도(RPS) 등의 탄소 중립 정책을 실행하고 있어 이를 설명하고 유럽과 같은 기준을 적용 받도록 하는 데 최선을 다한다는 입장이다. 만약 우리나라의 탄소 감축 노력과 기준이 EU의 그것과 동등하게 평가 받으면 탄소국경세를 추가로 내지 않을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가 시행하는 탄소 배출권 거래제 기준이 유럽 기준에 못 미친다면 유럽과 동등하게 인정받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 기업들이 2015년부터 2019년까지 정부에서 5년간 받은 무상 배출권이 실제 탄소 배출량의 약 96%에 달한다는 것이다. 이런 지적이 사실이라면 탄소 배출에 부담을 지지 않고 제품을 생산했다는 뜻인데, 이는 탄소국경세를 추진하는 EU 등 선진국의 의도와는 부합되지 않는다. EU 집행위는 탄소국경세를 추진하는 이유 중 하나로 무상할당 배출권의 문제를 들었다. 기업이 탄소 배출에 대한 부담을 느끼지 않으면서 친환경 생산시설 전환이 늦춰지는 등 문제가 지속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화진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탄소국경세 도입으로) 우리나라의 수출 경쟁력 저하가 우려되는 상황이지만, 신재생에너지, 전기수소차, 탄소 저감 관련 투자 등은 더욱 가속화할 전망”이라며 “기업과 금융시장도 빠르게 적응하며 변화에 대응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이병희 기자 yi.byeong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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