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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뭉칫돈 몰리는 장외주식①] 공모주 갈증에 올 들어 8000억원 몰렸다

일평균 거래대금 50% 늘어…카카오게임즈 상장 후 300% 수익
물량 적고 우량기업에 쏠림 심해, 무조건 고수익 기대하다간 낭패

 
 
비상장 종목을 거래할 수 있는 장외주식 시장으로 뭉칫돈이 몰리고 있다, 치열한 공모주 청약 경쟁을 뚫기보단 상장 전에 미리 주식을 확보하는 게 더 유리하다는 판단에서다. 장외주식은 상장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유가증권이나 코스닥 시장에 상장되지 않은 비상장 주식을 말한다.
 
대표적인 장외주식 시장은 금융투자협회가 운영하는 K-OTC다. 27일 금투협에 따르면 올 상반기 K-OTC 시장의 하루 평균 거래량은 93만9072주로 지난해 동기 대비 18% 늘어났다. 하루 평균 거래대금도 같은 기간 50% 늘었다. 지난 6월 말에는 역대 최대치인 64억7000만원을 찍었다.  
 
6월 말까지 누적 거래대금은 4조6000억원으로, 올 들어 7954억원이 증가했다. 지난 1년 동안에는 1조6000억원이 늘었다. 2014년 시장 개설 이후 1조원 돌파까지 4년이 걸린 것을 고려하면 최근 증가세가 두드러진다. 금투협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이어진 개인투자자 증가와 비상장 기업에 대한 관심 증가로 거래 규모가 지속해서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비상장 주식 플랫폼 잇따라 문 열어 

장외주식은 환금성이 낮지만, 투자에 성공하면 높은 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특히 투자 종목이 상장하면 상장 프리미엄이 있어 수익률이 더욱 높이 치솟는다. 외부에 노출되지 않은 종목을 선호하는 투자자 역시 장외시장을 찾는데, 투자 심리가 회복하면서 더 많은 개미투자자가 장외시장으로 발걸음을 돌리는 분위기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IPO 흥행으로 장외주식의 인기는 더욱 높아졌다. 공모주 청약 경쟁률은 대개 수백 대 1에 달한다. 그러나 장외 시장에서 유통되는 주식을 매입하면 공모주를 배정받기 위해 경쟁을 벌일 필요가 없다. 최근 카카오게임즈, SK바이오사이언스 등 인기 공모주 청약 당시엔 수천만원의 증거금을 넣은 투자자가 1주도 받지 못한 사례도 발생했다. 장외 주식거래 사이트 한 관계자는 “IPO까지 시간은 걸리겠지만 장외 시장에서 매입해 기다리면 시세차익을 누릴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에 투자하는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 
 
일례로 지난해 9월 코스닥에 입성한 카카오게임즈는 상장 이후 2거래일 연속 상한가(따상상)에 도달했다. 시초가 4만8000원에서 이틀 만에 8만1100원까지 올랐다. 상장 전인 4월 카카오게임즈 주식은 장외에서 2만원대에 거래되고 있었다. 당시 카카오게임즈 주식을 사놨다면 상장 후 300% 이상의 수익률을 올린 셈이다.  
 
장외주식 거래가 늘어난 건 상장 후 높은 기대 수익률도 있지만 거래 접근성도 좋아진 것도 이유로 꼽힌다. 사실 몇 년까지만 해도 주요 장외주식 사이트는 사설 업체인 제이스톡·38커뮤니케이션 등을 통해 거래됐다. 그러나 투자자 수요가 늘면서 2014년 8월 K-OTC가 출범했고, 이후 증권플러스 비상장(2019년), 서울거래소 비상장(2020년), 엔젤리그(2021년) 등 민간 비상장 주식 거래 플랫폼들이 문을 열었다. 
 

투자정보 부족, 가격 변동성 유의해야  

그러나 장외주식은 상장주식 투자보다 위험도가 훨씬 높다는 점에 주의해야 한다. 장외주식 시장에서 IPO 되기 전 미리 주식을 살 수 있다는 장점은 있지만, 유통 물량이 적다는 점은 단점이다. 물량이 적다 보니 특정 종목의 매매가 원활하지 않을 수 있고 변동성도 크다. 일부 우량 기업에 대한 쏠림 현상도 심하다. 장외 종목인 만큼 기업공시 등 각종 투자정보도 부족한 편이다. 
 
상장된다고 무조건 고수익을 올리는 건 아니다. 상장 후 되려 주가가 내려간 종목도 많다. 지난 1월 코스닥에 상장했던 마스크 필터 전문 업체 씨앤투스성진은 지난 26일 상장 당일(2만8700원)보다 29% 내린 2만350원(26일 종가 기준)에 거래를 마쳤다. 공모가(3만2000원)와 비교해도 36.4% 낮은 가격이다.
 
이처럼 고수익 기대감에 섣불리 투자했다가 낭패를 볼 수도 있다. 상대적으로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선 중견, 대기업에 투자하는 게 낫다. 작은 기업일수록 당장의 실적보다 1년 후에 기업이 얼마나 성장할 수 있을지를 살펴보고 투자하는 게 바람직하다.
 

강민혜 기자 kang.minhye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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