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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A생명 야심작 '월 5500원 바이탈리티' 멤버십, 성과는 '글쎄'

유료 전환 9개월, 가입자 증가폭 둔해져
경쟁 치열해지는 헬스케어, AIA바이탈리티의 미래는

 
 
AIA바이탈리티 앱 화면.
 
AIA생명이 야심차게 선보인 건강증진형 헬스케어 유료서비스 'AIA바이탈리티(Vitality)'가 가입자나 수익성 측면에서 유의미한 성과를 내고 있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금융당국의 헬스케어 관련 규제 완화로 보험사간 경쟁도 더욱 치열해진 상황이라 AIA바이탈리티가 향후 어떤 성적표를 받을지 관심이 쏠린다.  
 

월 5500원 유료화… 가입 상승세 '뚝'

지난해 11월 AIA생명은 ‘AIA 바이탈리티 2.0’ 서비스를 선보이며 기존에 무료로 서비스했던 'AIA바이탈리티'가 유료화된다고 발표했다.
 
AIA 바이탈리티는 AIA생명이 2018년 SK㈜ C&C, SK텔레콤과 전략적 파트너십을 통해 국내에 도입한 보험업계 최초의 구독 기반 헬스 앤 웰니스 플랫폼이다. 사용자는 매일 또는 매주 걷기 목표를 설정하고 바이탈리티 나이를 확인하는 등 앱을 통해 건강도 관리하면서 획득한 포인트에 따라 보험료 할인, 상품권 혜택 등을 받는다.  
 
기존 AIA생명의 가입자는 AIA바이탈리티 서비스를 무료로 가입해 이용할 수 있었지만, 지난해 11월부터 신규 가입자(AIA생명·SK텔레콤 가입자 한정)에 한해 월 5500원을 납부하는 유료로 전환했다. 보험료 할인폭 상승, 각종 외식상품권 제공 등 혜택이 보다 강화된 점이 특징이다.  
 
피터 정 AIA생명 대표는 유료화 전환 기자간담회에서 "한국을 제외한 나라에서 AIA바이탈리티는 이미 유료 멤버십 서비스"라며 "월 회비가 회원들의 자발적 참여도를 높일 동기가 될 수 있다고 본다. 이에 현재로서는 사용자 수 감소를 우려하지 않고 있다. 멤버십에 더 많은 사람이 가입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11월 열린 AIA바이탈리티 2.0 출시 간담회 모습. 피터 정 AIA생명 대표(가운데)가 발언하고 있다.[사진 AIA생명]
 
피터 정 대표의 기대처럼 AIA바이탈리티 회원 수는 늘었지만 기대치엔 못 미친다. AIA바이탈리티에는 2018년 9월 출시 후 1년간 133만명, 지난해 11월까지 160만명이 가입했다.  
 
2~3년전만해도 국내 보험사가 전개하는 헬스케어 서비스가 사실상 전무했기 때문에 AIA바이탈리티는 가입자들에게 신선한 서비스로 다가왔고 가입률이 높았다. 하지만 유료화 이후 올 8월 기준, 가입자는 170만명 수준으로 9개월간 약 10만명이 늘어나는데 그쳤다. 유료화로 전환됐다는 점을 감안해도 증가폭이 크게 둔화됐다. 그동안 애니핏, 하우핏 등 대형 보험사들이 헬스케어 관련 서비스를 꾸준히 론칭한 영향도 컸을 것으로 분석된다.  
 
업계에서는 AIA바이탈리티 무료 가입자들의 유료화 전환율도 낮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기존 AIA바이탈리티 상품 가입자들이 가입일로부터 5년 동안 리워드 혜택을 제공받기 때문이다. 5년간 혜택을 받을 수 있는데 굳이 유료화로 갈아탈 요인이 적다는 지적이다. AIA생명 측은 AIA바이탈리티 회원의 유료 가입 전환율 수치는 공개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경쟁 더 치열해진 '보험 헬스케어'

[사진 AIA생명]
 
AIA바이탈리티는 AIA생명의 보험료 수익에도 큰 도움이 되지 않은 모양새다. 지난해 AIA생명은 1500억원대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대비 92% 증가한 수치다. 올 1분기에도 1002억원의 순익을 냈다.  
 
하지만 이는 보험영업 이익보다는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인한 실적 부진에 따른 기저효과 측면이 크다. AIA생명은 지난해 실적과 관련 "주식시장 활황에 따른 주식관련 손익이 늘었으며, 코로나19 이후 해약이 증가했지만 책임준비금 환입액이 크게 증가해 당기순이익이 개선됐다"고 설명했다.
 
특히 지난해 1분기에는 당기손익인식 금융자산 관련 손실 규모만 3394억원에 달했다. 올 1분기에는 이 부문 손실이 1000억원대로 줄면서 순익이 증가했다.  
 
정작 보험료 수익은 감소세다. 지난해 1분기 보험료 수익은 4958억원을 기록했지만 올 1분기에는 4777억원으로 줄었다. 2분기 실적이 아직 발표되지 않았지만 업계에서는 바이탈리티의 수익성만으로 당분간 AIA생명의 보험료 수익이 크게 증가하기에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한다. 또한 AIA생명은 'AIA바이탈리티 프로그램'을 공동 개발한 SK C&C 등 업체들에게 연간 적지않은 수준의 프로그램 이용료도 지불하고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바이탈리티 보험료는 사실상 미니보험 상품의 보험료 수준이라 유의미한 실적을 내려면 장기적으로 더 많은 가입자를 꾸준히 확보하는 것이 중요해보인다"고 밝혔다.
 
긍정적인 점은 AIA바이탈리티 가입자 수가 줄지는 않았다는 점이다. 무료 가입자들은 언제든 유료로 전환할 여지가 존재한다. 다만 보험업계 헬스케어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는 부분은 부담이다. 금융당국의 규제 완화로 보험사가 건강관리서비스업을 부수 업무로 진행할 수 있게 됐고, 고객이 보험사로부터 받은 포인트로 상품을 구입하는 선불전자지급 업무도 허용됐기 때문이다. 또 데이터3법 통과로 개인별로 맞춤형 헬스케어 서비스 제공도 가능해졌다. AIA생명 입장에서는 보다 차별화된 서비스로 돌파구를 찾아야 하는 상황이다.  
 
AIA생명은 지난달 초 AIA바이탈리티 애플리케이션을 전면 개편한 ‘AIA 바이탈리티 3.0’ 플랫폼을 출시했다. 앱을 중심으로 한 서비스 강화를 꾸준히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AIA생명 관계자는 "앞으로도 바이탈리티 플랫폼 서비스를 집중 강화할 계획"이라며 "또한 바이탈리티 파트너십 제휴사도 꾸준히 확장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정훈 기자 kim.junghoon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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