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NPL이 뭐길래①] ‘디지털판 외상’에 뛰어드는 네이버·카카오·쿠팡
"먼저 사고 나중에 갚아라"…글로벌 대세 결제수단 된 BNPL
네이버·카카오·쿠팡, 각자 플랫폼으로 국내 시장 탐색전
글로벌 결제 시장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BNPL(Buy Now Pay Later) 서비스가 국내에서도 초읽기에 들어섰다. 네이버·카카오·쿠팡은 각각의 플랫폼을 활용해 BNPL 서비스를 시범 운영(베타 서비스)하고 있다.
국내에선 아직 생소한 BNPL은 핀테크 사업자가 소비자에게 무이자로 상품 대금을 분할해서 낼 수 있게 해주는 서비스다. 소비자는 상품을 먼저 받고, 몇 주 또는 몇 달에 걸쳐 BNPL 업체에 갚으면 된다. 말 그대로 ‘선구매·후지불’ 구조다.
얼핏 신용카드 할부 결제와 비슷해 보이지만 큰 차이점들이 있다. BNPL은 신용등급 요건을 충족해야 발급받을 수 있는 신용카드와 달리 만 18세 이상이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 연회비나 분할납부 수수료 또한 없다. BNPL 사업이 고가의 상품을 사려는 욕구는 높으나 금융 이력이 부족해 신용카드를 발급 및 이용이 어려운 MZ세대에게 주목받으며 크게 성장하고 있는 이유다.
BNPL 서비스 전체 이용자 가운데 18~24세가 미국 38%, 영국 25%, 호주 23%를 차지한다. 특히 미국에선 25~34세의 약 절반(47%)이 BNPL을 이용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외에선 BNPL이 MZ세대를 중심으로 지급결제 수단의 ‘뉴노멀(새로운 기준)’로 자리 잡은 셈이다.
BNPL 걸음마…네이버·쿠팡 ‘쇼핑’, 카카오 ‘교통카드’
BNPL를 주력으로 하는 핀테크업체가 시장을 장악한 해외와 다르게, 국내에선 대형 IT 기업(빅테크)들을 중심으로 BNPL 서비스가 물꼬를 텄다. 네이버와 쿠팡은 이커머스 결제수단(페이)으로, 카카오는 후불형 교통카드로 시작을 알렸다.
네이버파이낸셜은 지난 2월 금융위원회로부터 혁신금융서비스 지정을 받아, 4월부터 ‘네이버페이 후불결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금융위는 “플랫폼을 통한 소액후불결제(BNPL) 서비스의 첫 번째 허용 사례”라고 밝혔다.
네이버페이 후불결제는 만 19세 이상, 가입 기간 1년 이상인 네이버페이 회원 중 일부만 이용할 수 있다. 자체 심사를 통과한 사람에게 최대 월 30만원 한도를 부여한다. 금융 데이터와 비금융 데이터를 결합해 머신러닝으로 분석하는 대안신용평가시스템(ACSS)을 활용해 소비자의 한도액을 산정한다.
네이버파이낸셜 관계자는 “대학생·주부·사회초년생 등 금융 이력 부족자들에게 소액신용 기회를 제공하는 게 목표”라며 “휴대폰 소액결제·상품권 등 번거로운 절차의 결제수단을 이용하던 이들에게 편의성을 높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카카오페이는 지난 5월 모바일 후불형 교통카드 서비스를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받았다. 버스·지하철·택시·하이패스 등에 이용할 수 있고, 올 4분기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해당 서비스는 선불 충전형 모바일 교통카드의 충전금이 부족할 경우 최대 월 15만원 한도에서 BNPL을 허용하는 구조다. 여기서도 ACSS를 활용해 소비자의 결제 한도를 책정한다.
카카오페이 관계자는 “선불 충전형 모바일 교통카드는 연동 계좌에 잔액이 부족할 경우 충전이 이뤄지지 않아 곤란한 경우가 많았다”며 “이용자 불편 해소가 가장 필요한 분야인 교통카드에서 BNPL 서비스를 시작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쿠팡의 결제회사 쿠팡페이는 네이버와 카카오보다 앞선 지난해 ‘나중결제’ 서비스를 출시했다. 나중결제는 직매입 상품(로켓배송)에만 적용된다. 현재 로켓와우 멤버십 회원 중 선별된 일부만 이용할 수 있고, 한도는 이용실적 및 자체 정책에 따라 각자 다르게 산정된다.
이같이 국내 빅테크 기업들이 BNPL 시장에 뛰어드는 이유는 미래의 유력 금융 고객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고은아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수석연구원은 “MZ세대는 금융 서비스 이용 방식을 고착화하는 경향이 있다”며 “(빅테크 기업은) BNPL 서비스로 고객들의 플랫폼 이탈을 막는 잠금(lock-in) 기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직 갈 길 먼 국내 BNPL…규제 내용 변화 주목해야
금융권의 저항도 만만찮다. 네이버파이낸셜과 카카오페이 등 선불전자지급수단 발행업자는 원칙적으로 후불결제 업무를 영위할 수 없다. 현재는 금융위로부터 제한적인 소액후불결제(혁신금융서비스)만 허용받은 것이다. 비금융회사가 금융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결제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아직 국회에 계류 중이다.금융권에선 전금법 개정안을 둘러싸고 핀테크 기업이 금융업과 동일한 서비스를 제공하면서도 같은 규제를 적용받지 않기에 역차별이라 주장한다.
이에 따라 여신 관리가 취약해져 막대한 채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내비치고 있다. 고은아 연구원은 “정책 당국의 규제 내용에 따라 BNPL 시장의 확장성은 열려있다”며 “금융사와 빅(핀)테크사는 해외 규제 사례를 검토하고 선제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윤형준 인턴기자 yoon.hyeong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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