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 권하는 대한민국➂] 은행 막히니 보험·저축은행 '풍선효과'…또 다른 부실 뇌관 되나
1~7월 보험·저축은행·여전사 가계대출액 ↑
금리 낮추며 1금융권서 내몰린 수요자 흡수
당국은 강도 높은 2금융권 대출 규제 예고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규제에도 젊은층을 중심으로 부동산·주식시장에서의 '영끌·빚투' 열풍이 식지 않으면서 가계빚 급증세가 지속되고 있다. 특히 저축은행과 카드사들의 신용대출·카드론 금리 인하와 함께 보험사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시중은행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제2금융권 대출 수요가 급증하는 '풍선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금융당국은 은행권에 이어 2금융권 대출 규제에도 나서겠다는 방침이지만, 오히려 중·저신용자들을 불법 사금융으로 내몰 수 있어 또 다른 논란을 야기할 조짐마저 엿보인다.
치솟는 2금융권 대출… 저금리 기조가 부추겼다
특히 7월 한달 간 보험사와 저축은행 등 2금융권에서 가계대출은 5조6000억원 증가하며 과거에 비해 증가폭이 커졌다. 올 상반기 증가액만 21조7000억원 수준으로 지난해 2금융권 전체 가계대출 증가액(11조3000억원)도 반기 만에 넘어섰다.
앞서 저축은행과 카드사들은 은행권에 대한 금융당국의 개인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가 시작되자 공통적으로 ‘대출 금리 인하’에 나섰다. 이에 대출 수요가 2금융권으로 쏠리면서 대출 잔액이 증가하기 시작했다.
실제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올 7월 말 기준 국내 38개 저축은행의 가계신용대출 평균금리는 15.7%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1%포인트 낮아졌다. 이 기간 대부분의 저축은행들이 신용대출 평균금리를 1~2%포인트 가량 인하했다. 특히 NH저축은행의 7월 신용대출 평균금리는 9.8%로 지난해(17.22%) 대비 7.4%포인트나 하락했다.
카드사들도 카드론 최저금리 인하에 나섰다. 삼성카드는 최근 카드론 최저금리를 5.9%에서 4.9%로, 7월 초 현대카드는 5.5%에서 4.5%로 낮췄다. KB국민카드는 지난 3월 업계 최저 수준인 3.9%의 최저금리를 제시했다. 현재 카드론을 취급하는 7개 전업 카드사 중 삼성·KB국민·현대·롯데·우리카드 등 5곳은 최저금리가 4%대 이하다.
이로 인해 올해 저축은행과 카드사 대출 잔액도 급증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5월 기준 국내 저축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35조90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27조6199억원 대비 26.8% 늘어난 규모다. 특히 저축은행과 카드사 등이 포함된 여신전문금융사의 올해 1~7월 가계대출액은 총 10조7000억원을 기록했다. 지난 2년간 1~7월 가계대출 증감액 합산액이 약 5조원임을 감안하면 올해에만 두배 가량 증가한 셈이다.
보험사 가계대출액도 증가세다. 올해 1~7월 보험 가계대출액은 4조4000억원 늘었다. 직전 같은 기간 2019년(-1조원)과 2020년(-8000억원), 가계대출액이 감소한 것과 반대의 양상이 전개됐다. 특히 주택담보대출(주담대) 잔액은 올해 1분기 말 기준, 48조8000억원으로 전 분기 대비 1조6000억원 증가하며 가계대출 잔액 증가를 견인하고 있다.
이는 보험사 주담대 금리가 시중은행과 큰 차이가 없거나 더 낮아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7월 말 기준, 국내 4대 은행 주담대 고정 금리는 연 2.89~4.48% 수준이다. 이 기간 생명보험사 주담대 고정금리는 2.90~3.56%에 형성돼 있다.
또한 보험사 주담대의 경우 은행보다 완화된 대출 규제를 받는다. 대출 수요자가 규제지역 주택을 구매하며 주담대를 받으면 은행권은 40%, 보험사는 60%의 DSR을 적용받는다. 대출금리도 비슷하고 심지어 더 많은 대출금을 받을 수 있는 보험사 주담대로 수요자들이 쏠릴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부실 뇌관' 터질라…당국, 2금융 대출 규제도 잰걸음
무엇보다 주식시장으로의 자금 유입은 심각한 후유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 지난 7월 대출 규모가 커진 것은 이 시기 집중된 기업공개(IPO) 청약 증거금 영향이 컸는데, 계속되는 공모주 청약이 대출액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이들이 자금 마련을 위해 지속적으로 2금융권 문을 두드릴 경우 '풍선효과'로 인한 가계빚이 걷잡을 수 없는 수준으로 커질 수 있다.
특히 보험 대출자의 경우 취약 차주로 여겨지는 다중채무자, 저신용등급 및 저소득 차주의 비중이 은행에 비해 높은 점도 부담이다. 보험업권의 다중채무자 비중은 33.6%로 은행(18.8%), 상호금융(21.9%)보다 각각 1.8배, 1.5배 높다. 이석호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 펴낸 보고서를 통해 "향후 기준금리가 인상되고 부동산시장이 불안정해지면 취약차주 비중이 높은 보험사 대출채권의 문제점과 위험요인들이 현실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우려를 감안해 금융당국은 이달 초부터 2금융권의 가계대출 관리를 본격화하고 있다. 저축은행에 가계대출 현황 보고를 지시하고, 대출액 점검 주기를 한 달에서 일주일 단위로 줄였다. DSR 40% 규제 대상에 카드론이 포함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일부 보험사들은 당국의 압박에 이달부터 아예 주담대 금리를 소폭 상향했다.
문제는 1금융권 대출 규제로 인한 효과가 수요 위축보다는 대출금리 상승으로만 이어졌다는 점이다. 김상봉 한성대 교수는 "전체 대출 총액을 규제하는 것은 맞는 방향이지만, 퍼센트 단위로 대출 규제를 세분화할 경우 효과에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며 "은행권에 대한 대출 죄기는 대출 수요를 2금융으로 옮겨가게 하고, 결국 대출 금리가 높아지는 결과로 이어졌다"고 지적했다. 이어 "여기에 2금융권 대출 규제가 본격화할 경우 갈 곳 잃은 중·저신용자들이 불법사금융 시장으로 내몰릴 수 있는 만큼 관련 대책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김정훈 기자 kim.junghoon2@joongang.co.kr,강민경 기자 kang.mink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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