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int

정부, 탄소 배출 35% 감축 강행...경제계 “공장 멈추란 거냐”

탄소중립법, 환노위 여당 단독 처리에 실효성 논란
경제계 “과속 정책에 기업만 탈나”…환경부 “소통할 것”

[게티이미지]
 
“현실성이 없는데도 계속 밀어붙이면 정책인가”, “가뜩이나 힘든 제조업에 ‘35% 감축’은 날벼락이나 마찬가지다”  
 
경제계가 정부의 ‘탄소중립기본법 제정안’에 크게 반발하고 있다. 지난 19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환노위) 전체회의에서 이 법안을 여당 단독으로 강행 처리했기 때문이다.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를 뒷받침하기 위한 이 법안은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를 ‘35% 이상’으로 상향하는 내용이 골자다. 경제계가 우려하던 탄소 중립 목표 ‘과속’이 현실화되고 있다는 평가다.  
 
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한국무역협회(무협)·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19일 일제히 논평을 내고 “환노위가 산업현장과의 충분한 논의 없이 탄소중립기본법을 처리했다”며 유감을 표했다.
 
탄소 배출량을 감축하기 위한 기술 개발이 요원하고 기반시설도 갖춰지지 않은 상황에서 과도한 목표치를 설정한 것은 한국의 핵심 산업인 철강·정유·반도체 등의 신규 투자와 고용에 타격을 줄 것이라는 우려다.  
 
한 제조업 관계자는 “10년 내 온실가스 순배출량을 35% 이상(2018년 대비) 줄이려면 공장 가동률을 낮춰야 하거나 신재생 에너지 등 시스템을 바꿔야 하는데 이를 어떻게 감당하라는 건지 모르겠다”며 “아니면 공장을 해외로 옮겨야 하는 데 이 경우 인력 유출이나 세금 문제 등 복잡해진다”고 말했다.  
 
앞서 국회 환노위 소속 여당 의원들은 18일 밤 단독으로 법안소위와 안건조정위를 열어 2030 온실가스 순배출량 감축 수치를 35% 이상으로 상향 조정했다. 이어 19일 2050년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한 국가전략 및 중점 추진과제 수립, 중장기 온실가스 감축목표 설정, 기후대응기금 조성·운용 등을 담은 관련 법안을 통과시켰다.  
 

경제계 “제조업 중심 산업구조여서 감당 어렵다” 반발

이에 국민의힘 등 야권은 크게 반발했다. 업계의 생산량 차질이나 전력 수급 공백, 신사업 투자 감소 등 현실적인 부분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았다며 비판의 수위를 높였다. 임이자 국민의힘 의원은 “NDC 35%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목표 근처에도 가지 못했다”며 “2050 탄소중립 달성이 첫 단추부터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같은 당 김웅 의원은 “이 법안은 기후 변화에 대응하는 법안이 아니라 예산갈취용 기후악당법”이라며 “IPCC의 권고인 2010년 대비 50% 이상 감축 권고는 안드로메다로 간 것”이라고 비난했다.  
 
경제계는 여당의 사전 예고 없는 입법 강행을 전형적인 밀실 입법으로 규정한 상태다. 경제계는 법안대로라면, 2030년까지 총 2억4021만t 탄소를 줄여야 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포스코의 한 해 탄소배출량이 8148만t인 점을 감안하면, 포스코 가동을 3년간 멈춰야 하는 셈이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중소기업 경영에 과도한 부담으로 작용해 탄소중립 대응 자체를 포기하게 될 것”이라며 우려를 나타냈다.
 
신재생 에너지 발전량을 늘려야 하는 것도 현실적으로 녹록치 않다. 2018년 기준 신재생에너지 발전량은 35.6TWh(테라와트시)로 총발전량의 6.2%를 차지했는데 이를 9년 내 38.4~39.2%까지 늘리기 까진 산림 훼손, 생태계 파괴, 주민 갈등 등 여러 문제가 얽혀 있다. 한국전력통계에 따르면, 2017년부터 2020년까지 국내 신규 신재생 에너지 관련 설비는 9.5GW(기가와트) 늘었다. 전체 에너지원 중 발전량은 6.6% 수준으로 정부가 내세운 ‘재생에너지 속도전’보다 더딘 증가세다.
 
한국경영차총협회는 “정부가 지난해 말 감축 목표를 발표한 지 1년도 채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제조업 위주의 산업구조와 에너지 체계에 대한 충분한 검토 없이 또다시 감축 목표를 상향할 경우 사회 전반에 걸쳐 상당한 부작용이 발생할 것”이라며 “석탄화력발전을 축소 또는 중단할 경우 전력 수요를 충족하면서 온실가스 배출을 최소화할 수 있는 수단은 현재까지 원자력 발전이 유일하나, 탈원전 정책 기조가 유지될 경우 향후 전기요금 인상 이슈로 확대될 우려도 크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환경부는 “35% 이상 감축이 모든 부문에 적용된다는 것이 아니기에 업계와 지속적으로 소통할 것”이라고 말했다. 환노위 여당 간사인 안호영 민주당 의원도 “향후 탄소중립위원회에서 산업계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고려해 구체적인 NDC 수치를 정할 것”이라고 우려를 일축했다. 
 

김하늬 기자 kim.honey@joongang.co.kr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불황인데 차는 무슨"...신차도, 중고차도 안 팔려

2큐라클 "떼아, 망막질환 치료제 반환 의사 통보"

3'고령자 조건부 운전면허' 논란에...정부, 하루 만에 발표 수정

4‘검은 반도체’ 김, 수출 1조원 시대…티맥스그룹, AI로 ‘품질 관리’

5이제 식당서 '소주 한잔' 주문한다...주류면허법 시행령 개정

6삼성전자, 새 반도체 수장에 전영현 부회장 임명…'반도체 신화 주역'

7경북도, 경북도, 억대 소상공인 육성 프로젝트 추진

8대구시, 티에이치엔·덴티스·영풍 파워풀 스타기업 정

9미얀마 거점 수백억 투자리딩 사기조직 적발... 해외취업 미끼 범행 가담시켜

실시간 뉴스

1"불황인데 차는 무슨"...신차도, 중고차도 안 팔려

2큐라클 "떼아, 망막질환 치료제 반환 의사 통보"

3'고령자 조건부 운전면허' 논란에...정부, 하루 만에 발표 수정

4‘검은 반도체’ 김, 수출 1조원 시대…티맥스그룹, AI로 ‘품질 관리’

5이제 식당서 '소주 한잔' 주문한다...주류면허법 시행령 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