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판 넥스트에라’ 꿈꾸는 한화①] 태양광으로 수소 만든다
한화솔루션, '탄소 제로' 시장 선점 나서
태양광·수소 M&A 본격화...2025년까지 2조8000억 투자
수소와 태양광 사업을 담당하는 한화솔루션의 목표는 '한국의 넥스트에라 에너지'다. 세계 최대 태양광·풍력업체인 미국 넥스트에라 에너지와 한화솔루션은 태양광과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를 활용해 ‘수소 에너지’를 생산하는 지향점이 같다. '글로벌 토탈 에너지 프로바이더'로 도약하고 있는 한화솔루션을 조명했다. [편집자]
한화그룹은 수소사업을 위해 계열사의 모든 역량을 총동원하고 있다. 한화솔루션, 한화종합화학, 한화파워시스템, 한화에너지가 모두 수소 시장을 바라보며 수소 생산·저장·운송·유통 등 수소 가치사슬 전반에 걸친 사업을 추진 중이다.
이 중에서도 태양광사업과 화학사업을 전개하는 한화솔루션은 ‘그린수소’의 핵심이 되는 계열사다. 그린수소는 태양광이나 풍력 등 재생에너지에서 얻은 전기로 물을 전기분해한 뒤 수소를 생산한다. 액화천연가스나 메탄을 분해해 생산하는 수소는 생산 과정에서 이산화탄소 배출이 발생하지만, 그린수소는 재생에너지를 활용하기에 이산화탄소 배출이 '제로'다. 즉, 그린수소가 수소경제의 궁극적 목표라 할 수 있다. 정부 역시 현재는 소규모 실증단계 수준인 그린수소를 2050년에는 수소에너지 중 80%(국내 및 해외 도입)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한화솔루션·넥스트에라 "그린수소" 한목소리
한화솔루션은 지난해부터 수소사업에 본격적으로 드라이브를 걸었다. 지난해 2분기 실적발표 이후 이어진 컨퍼런스콜에서 한화솔루션은 “재생에너지를 통해 생산되는 그린수소의 생산과 저장, 충전으로 이어지는 밸류체인의 성장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한다”며 “큐셀부문의 태양광 발전으로 생산한 에너지를 통해 물을 전기분해해 그린수소를 생산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태양광 사업을 토대로 그린수소를 생산하겠다는 청사진은 미국의 에너지 지주회사 ‘넥스트에라 에너지’와 닮았다. 넥스트에라 에너지는 태양열이나 풍력 등을 이용해 전기를 공급하는 미국 최대의 재생에너지 지주사다. 자회사인 넥스트에라 에너지리소스(NEER)을 통해 약 22GW의 태양광·풍력 발전설비를 가동 중이다.
미국 바이든 행정부가 2035년까지 미국 발전부문 탄소배출 '넷제로(실질적 배출량이 0임을 의미)'를 목표로 내세우면서 넥스트에라의 성장 가능성은 더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10월 에너지 업종에서 엑슨모빌을 제치고 시가총액 1위를 차지하기도 했고, UBS는 넥스트에라를 미국에서 가장 좋은 에너지 주식으로 꼽기도 했다.
넥스트에라 역시 한화솔루션과 마찬가지로 지난해 2분기 컨퍼런스콜에서 그린수소로 사업 확장을 발표했다. 넥스트에라는 당시 “배출가스 제로를 달성하려면 다른 기술이 필요하다”며 “우리는 수소에너지의 잠재력에 특히 주목하고 있다”고 했다. 넥스트에라는 수소 시장이 30년 안에 10배 이상 커질 것이라고 전망하고, 지난해엔 6500만 달러를 투자해 플로리다주에서 바닷물을 전기분해해 수소를 추출하는 설비 착공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착공은 2023년을 예상하고 있으며 수소 추출에 사용되는 전기는 태양광을 활용해 그린수소를 추출한다는 계획이다.
태양광 수익성, 언제 '볕들 날' 오나
한화솔루션이 태양광사업을 수소사업으로 확대하는 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먼저 태양광사업의 수익성이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화솔루션 공시자료에 따르면 태양광 부문 영업이익은 지난해 상반기 1570억원에서 올해 상반기 -795억원으로 역성장하며 적자 전환했다. 매출은 지난해 상반기 1조6486억원과 비슷한 1조7512억원을 기록했지만 원재료 가격이 급등한 데 따른 원가 압박이 컸다.
원재료인 폴리실리콘과 잉곳, 웨이퍼 등의 가격이 지난해 하반기부터 급등하며 실적에 악영향을 줬다. 여기에 글로벌 폴리실리콘 생산의 절반을 담당하는 중국의 인권 문제로 미국 정부가 수입을 제한하면서 악재가 겹쳤다. 더 큰 문제는 4분기까지 태양광사업에 볕들 기미가 보이지 않다는 것이다. 하반기 큐셀 부문은 판매량, 가격 회복에도 고가 원재료 투입에 따른 수익성 부진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화솔루션의 미래 성장 동력이 태양광 사업임은 틀림없다. 한화솔루션 안에서 태양광 부문의 자산규모가 가장 크다. 한화솔루션의 연결회사 총자산(17조2185억원)에서 태양광 부문이 12조7812억원으로 74.2%를 차지하고 있다.
한화솔루션 태양광사업이 갖는 상징성도 크다. 한화 3세 경영을 이끌고 있는 김동관 한화솔루션 사장은 취임 이후 한화솔루션을 ‘글로벌 그린 에너지’ 기업으로 탈바꿈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이를 위해 인수·합병에도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지난해 7월 미국 에너지 관리시스템 소프트웨어업체 젤리(그로윙 에너지 랩스) 지분 100%를 인수했고, 12월엔 미국 수소 고압탱크 업체 시마론 지분 100%도 사들였다. 시마론은 2008년 미국 항공우주국(NASA) 사내벤처로 출발한 기업이다. 2015년 NASA에서 독립해 대형 수소탱크와 항공 우주용 탱크를 생산하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높은 압력(517바)으로 수소를 저장할 수 있는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 말에는 유상증자를 통해 2025년까지 2조8000억원을 태양광과 수소에너지에 투자하겠다는 계획도 세웠다. 이를 통해 2025년 매출 21조원, 영업이익 2조3000억원을 달성한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지난해 말 한화솔루션의 매출이 9조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앞으로 4년 내 매출 규모를 2배 넘게 늘린다는 포부다.
한화솔루션은 올해도 재생에너지 포트폴리오 확장을 이어오고 있다. 지난 8월 9일에는 프랑스 재생에너지 개발업체 RES프랑스 지분 100%를 인수했다. 재생에너지 성장 속도가 가장 빠른 유럽에 거점을 마련하기 위해 과감하게 1조원을 베팅했다.
RES프랑스는 1981년에 설립된 영국 RES그룹 자회사로 태양광과 육·해상 풍력, ESS(에너지 저장장치) 등 재생에너지 사업의 개발, 건설관리 등을 진행하고 있다. 한화솔루션에 따르면 최근 5년 동안 프랑스 정부의 재생 에너지 프로젝트 수주 물량 기준 10위 안에 드는 사업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
태양광사업에 주력하던 한화솔루션은 RES프랑스 인수로 풍력발전까지 사업을 확장할 수 있게 됐다. 이번 투자로 한화솔루션은 계획했던 2조8000억원 규모의 투자 중 40~45% 수준을 완료한 것으로 추정된다.
김영은 기자 kim.yeonge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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