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읽기 들어간 러시아 백신 국내 위탁생산…국내 도입 여부는?
미국‧유럽에서 불신 받는 러시아 백신, 국내 CMO 임박
일단은 국내서 제작, 해외 수출 물량
한국 보건당국 허가 받고 유통될 수 있을까

최근 러시아직접투자펀드(RDIF) 기술진이 ‘백신 시험생산 참관’을 목적으로 한국 CMO 업체에 방문한 게 계기가 됐다. 여기에 지난 20일 엠피코퍼레이션(MPC)이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에 러시아 코로나19 백신 ‘코비박’의 비임상 자료를 제출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국내 시장 진출의 가능성이 나왔다. MPC는 러시아 과학아카데미 산하 추마코프 연방과학연구소가 개발한 백신 코비박의 한국 위탁생산을 위해 설립된 특수목적법인(SPC)이다.
코비박은 ‘스푸트니크V’와 ‘에피백코로나’에 이어 러시아가 내놓은 세 번째 백신이다. 바이러스를 가열·화학 처리해 사멸시킨 다음 체내에 주입해 면역 반응을 유도하는 불활화방식이다. 추마코프 연구소 측은 “코비박의 예방효과가 80% 이상”이라고 주장했다.
물론 코비박 백신은 우리나라 정부가 도입계획을 공식적으로 밝힌 백신은 아니다. MPC가 약사법 규정에 따라 비임상(독성·효력시험) 자료에 대한 사전검토를 신청했을 뿐이다. 러시아에선 지난 2월 긴급사용승인을 받고 3월부터 공급되기 시작했다. 이후 세계보건기구(WHO) 등에 자료를 제출했지만 러시아 이외의 국가에선 아직 허가를 받지 못했다.
식약처는 제출된 비임상 자료를 두고 안전성과 효과성을 자세히 검토할 예정이다. 식약처 관계자는 “제출된 자료는 현재 사전검토를 진행 중”이라면서 “제품 안전성 측면을 중점에 두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한국 시장 진출을 염두에 두고 있는 러시아 백신은 또 있다. 휴온스는 지난 4월 29일 식약처에 독성‧효력시험 등 비임상 자료를 제출하며 스푸트니크V 허가신청 전 사전검토를 신청했다. 다만 비임상 자료 검토 단계로 정식 품목 허가 신청은 제출하지 않은 상황이다.
스푸트니크V 백신도 정부에서 도입계획을 발표한 백신이 아니다. 스푸트니크V는 국립 가말레야센터가 개발해 러시아 정부가 지난해 8월 세계 최초로 공식 승인한 백신이다. 스푸트니크V 백신은 지난 2월 의학잡지 [랜싯]에 91.6%의 효능이 입증된 임상 3상 면역 효과가 게재되면서 개발도상국 등 70여 국가에서 긴급사용승인 사례가 늘어났다.
7월 29일 가말레야센터는 스푸트니크V가 델타 변이에 90% 정도의 예방효과를 보였다고 전하기도 했다. 미국, 유럽에서 아직 허가를 받진 못했다. 현재 유럽 의약품청(EMA)은 지난 3월 4일부터 사전검토를 진행하고 있다.
이 백신은 통상적인 백신 개발 절차와 달리 3상에 앞서 1상, 2상 뒤 곧바로 공식 승인을 받으면서 효능과 안전성에 대한 우려를 불러일으킨 바 있다. 아스트라제네카, 얀센과 같은 바이러스 전달체 백신이라 혈전증, 척수염과 같은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한국코러스 컨소시엄, 휴온스글로벌 컨소시엄 위탁생산 앞둬 러시아 역시 자체 개발 백신에 대한 주민들의 불신으로 접종률이 낮은 편이다. 러시아는 지난 1월 중순부터 전국적으로 18세 이상 성인에 대한 백신 접종에 들어갔다. 타스통신에 따르면 7월 28일(현지시간) 러시아인 약 2100만명이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마쳤다고 현지 보건 당국이 밝혔다. 전체 인구(1억4600만명) 대비 접종률은 14% 수준이다. 미국과 유럽 등에서 50% 수준의 접종률을 나타내는 것에 비해 크게 낮은 수치다.
실제로 해외 여러 국가는 러시아산 백신의 효능을 불신하고 있다. 이에 러시아 보건당국은 “러시아의 백신은 오랜 개발 전통을 가진 양질의 백신”이라고 “세계보건기구(WHO)가 조만간 러시아제 코로나19 백신을 승인할 것”이라면서 맞서기도 했다.
러시아 백신의 국내 진출 시점은 가늠하기 어려워도, 위탁생산은 곧 이뤄질 전망이다. 한국코러스 컨소시엄(종근당바이오‧보령바이오파마‧바이넥스‧이수앱지스‧큐라티스‧제테마)과 휴온스글로벌 컨소시엄(휴메딕스‧프레스티지바이오파마‧보란파마) 등이 러시아 측과 대규모 위탁생산 계약을 맺었다. 컨소시엄에 참여한 한 기업 관계자는 “백신 생산이 가능한 설비와 기술력을 가지고 있어 팬데믹 종식에 힘을 보태고자 위탁생산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국내에서 생산한 러시아 백신은 해외 수출물량이다. 국내 도입은 미정이다. 백신도입사무국 관계자는 “올해 정부는 전 국민이 접종하기에 충분한 1억9340만 회분의 백신을 확보했으며, 현재 기 확보된 백신의 안정적 공급 및 접종에 집중하고 있다”며 “해외 백신 동향은 지속해서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승훈 기자 lee.seung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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