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인상 후폭풍①] 가계 유동성 파티 끝, ‘빚투’ 청구서 온다
가계부채 1800조원, 금리 1% 오르면 이자 12조원 늘어
부동산·주식·코인에 몰려든 ‘영끌’ ‘빚투’에 치명타 우려
금리 인상, 이제부터 시작…내년까지 세 차례 인상 전망
한국은행이 26일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 방향 회의에서 장기간 초저금리 시대에 드디어 마침표를 찍었다. 이날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린 0.75%로 인상했다. 동결 기조를 유지한 지 15개월여, 2018년 11월 인상 후 2년 9개월여 만이다. 사상 최대 가계부채, 꺾일 기미가 없는 집값 상승세, 커지고 있는 자산시장 거품 등 국내 부작용들이 확산되고 있는데다,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연내 테이퍼링에 시동을 걸 조짐이 다가오고 있는 상황을 고려하면 결국 한국은행이 꺼낼 카드는 ‘금리 인상’ 밖에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후폭풍이 거셀 전망이다. [이코노미스트]는 금리 인상이 가계·기업·부동산 등에 미칠 파장에 대해 진단해봤다. [편집자 주]
[금리 인상 후폭풍]
① 가계 유동성 파티 끝, ‘빚투’ 청구서 온다
② 역대급 ‘불장’ 집값 상승에 ‘소방수’ 될까
③ 기업 “코로나 피해보다 이자가 더 무섭다”
가계부채가 역대 최대 수준에 다다랐다. ‘빚투(빚내서 투자)’와 ‘영끌(영혼까지 끌어 모음)’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에 따른 생활고까지 겹치면서 가계 빚은 1700조원을 넘어섰다. 가계신용 잔액은 1800조원에 달한다. 가계신용은 가계가 은행·보험사·대부업체·공적 금융기관 등에서 받은 대출에 결제 전 카드 사용금액(판매신용)까지 더한 ‘포괄적 가계 빚(부채)’이다.
한국은행(한은)이 지난 24일 발표한 ‘2021년 2분기 중 가계신용(잠정)’에서 2분기 말 가계신용 잔액은 약 1805조9000억원이다. 2분기 중 증가액 약 168조6000억원으로 지난 2003년 가계신용 통계 작성 이후 역대 최대 규모다. 지금까지 전년 동기대비 가계신용 증가 최대 기록은 올 1분기의 153조5000억원이었다. 분기마다 가계부채 기록을 경신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상태에서 금리가 인상되면 가계대출 이자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다. 윤두현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개인대출 금리가 1%포인트 오를 때 가계대출 이자비용은 약 11조8000억원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소득분위별 가계대출(금융부채) 가운데 약 72%를 변동금리 대출로 보고 분석한 결과다. 금리가 0.25%포인트 오른다고 해도 가계대출 이자 부담은 약 3조원(2조4500억원)에 달한다.
실제 이자 부담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지난 6월 예금은행의 신규 가계대출 중 변동금리 대출 비중은 7년 5개월 만에 가장 높은 81.5%로 집계됐기 때문이다. 2019년 신규 가계대출 기준 변동금리 평균 비중(53%)과 비교하면 불과 2년 사이 30%포인트나 뛰었다. 가계대출 전체 잔액 기준으로도 6월 변동금리 대출 비율은 72.7%로 지난 2014년 9월 이후 최대치를 기록 중이다.
대출 조이자 제2금융권으로 쏠리는 ‘풍선효과’
여기에 금융위원회는 올해 들어 가계대출이 급증한 제2금융권에 대한 대출 총량 관리 압박에 나섰다. 전체 금융권에는 신용대출 한도 축소도 주문했다. 고승범 금융위원장 후보자는 가용한 수단을 총동원해 가계부채 관리 대책을 내놓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는 “2023년 7월까지 단계적으로 확대하기로 한 차주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강화 방안의 추진 일정이 적정한지, 제2금융권의 느슨한 DSR 규제 수준이 ‘풍선효과’(한쪽을 제지하면 다른 문제가 불거지는 현상)를 유발할 가능성은 없는지에 대해 살펴보고 필요하면 보완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금융위 직원들에게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리를 인상하면 유동성이 축소된다는 점이다. 시중에 도는 돈이 줄어 주식과 코인(가상화폐)을 통한 차익 실현 가능성이 높지 않게 된다. 더구나 대출 금리는 더욱 올라 당장 빠져나갈 이자만 늘어나게 된다. ‘영끌’로 주택을 사고 빚내서 주식과 코인에 공격적으로 투자하면서 자산시장의 주도 세력이 된 20·30이 금리 인상의 직격탄을 맞을 가능성이 커진 셈이다.
고 후보자가 지적한 제2금융권 풍선효과는 이미 현장에서 일어나고 있다. 금융당국이 지난달부터 DSR 규제를 실시하면서 대출을 억제하자 은행 대출 문턱을 넘지 못한 중저신용 차주가 상호금융·보험·카드사 등 제2금융권으로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7월 중 가계대출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2금융권 대출 증가액은 약 5조6000억원에 이른다. 2008년 통계 속보치 작성 이래 7월 기준 최대치다. 농협 등 상호금융 약 2조8000억원, 보험사 약 1조원, 여전사 약 8000억원 등 골고루 증가했다. 금리 인상에 앞서 대출 문턱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하고 혹시 모를 급전 상황에 대비하려는 사람들이 몰린 탓이다.
빚내서 집사고 주식 투자한 20·30에 ‘직격탄’
문제는 금리를 인상하면 유동성이 축소된다는 점이다. 시중에 도는 돈이 줄어 주식과 코인(가상화폐)을 통한 차익 실현 가능성이 높지 않게 된다. 더구나 대출 금리는 더욱 올라 당장 빠져나갈 이자만 늘어나게 된다. 영끌로 주택을 사고 빚내서 주식과 코인에 공격적으로 투자하면서 자산시장의 주도 세력이 된 20·30이 금리 인상의 직격탄을 맞을 가능성이 커진 셈이다.
현 상황에 대해 이승석 한국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가계부채 증가에 대한 책임을 취약계층과 저연령층이 짊어지게 된 모습이나 다름 없다”고 비판했다. 특히 이 위원은 “DSR은 차주 단위에 채무상환능력을 대출한도 산정요소로 확대 적용하게 된다”라면서 “소득 여력이 충분치 않은 취약계층이나 저연령층에는 앞으로 대출받지 말라는 선고와도 같은 정책”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취약계층의 채무상환 위험을 실질적으로 분산시킬 수 있는 세심하고도 미시적인 정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과도한 가계부채 억제 정책을 정부주도로 급하게 시행하기보다 금융부문이 자율적으로 차주의 상환능력을 평가해 자율적으로 대출한도를 조율하는 선진국형 여신 관행을 정착시키려는 노력이 장기적 안목에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신용상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도 비슷한 생각이다. 신 위원은 “민간부채 전체의 총량 관리와 함께 가계부채·부동산금융 등 특정 부문별 총량관리 목표를 설정해 관리할 필요가 있다”며 “청년층 대출 등 위험이 높은 부문에 별도로 총량 목표를 제시하거나 취약계층의 부채 상환 시점을 탄력적으로 조정하는 등의 대책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미국 테이퍼링 작동 시 국내 금리 상승 압력 커질 듯
미국이 통화정책을 긴축으로 선회하면 우리나라 금리 상승 압력은 한층 높아진다. 유동성 축소로 인한 해외 자본 이탈을 막아야 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이 2023년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추가적인 선제 대비책도 필요하다. 한은의 ‘8월 금리 인상’이 끝이 아닐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투자은행 JP모건은 이달 초 한은이 내년까지 3번의 금리 인상을 단행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 시기는 이번 달과 올해 4분기, 내년 3분기다. 연쇄 금리 인상이 이뤄질 것이라는 예상이다. 금융통화위원회는 이달을 제외하고 오는 10월과 11월 통화정책 방향 회의가 예정돼 있다.
이주열 한은 총재의 생각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이 총재는 지난 6월 기자간담회에서 “지금 상황에서 기준금리를 한두 차례 인상한다고 해도 통화정책은 여전히 완화적”이라고 말했다. 연내 두 번의 금리 인상 가능성을 시사한 대목으로 볼 수 있다. 결국 시간이 갈수록 가계의 부담은 더욱 증폭될 것이라는 예상이다.
heo.inho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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