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익 서강대 경제대학원 교수 “장기적 침체 내년 하반기 시작”
[투자의 신세계] 신간 통해 부채 역사상 최대, 자산 가격 '거품 경고'
유동성 자산 확보와 전기차·배당투자는 ‘매력적’
“부디 현금으로 샀기를”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를 다룬 영화 ‘마진콜’에서 주인공들이 나눈 대화의 내용이다. 그들은 직장을 잃은 동료의 집 앞에서 ‘현금’을 이야기했다. 부채상환 능력이 떨어질 경우, 자산가격이 무너질 경우 결국 승자는 현금을 손에 쥔 사람이니까.
지난해부터 주식 시장이 호황을 맞으며 자금력이 부족한 투자자들까지 '영끌'과 '빚투'에 나섰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예상보다 빠른 포스트 코로나 위기를 말하고 있다. 사상 최대로 늘어난 가계·기업대출과 증권사 신용융자잔고가 자산가격의 거품을 만들고 있다는 경고다. 여기에다 코로나19는 수그러들 기미가 안 보인다. 언제나 그랬듯 위기가 거품에서 시작한다는 것을 생각한다면 위험 신호는 곳곳에서 울리고 있다.
최근 [투자의 신세계]를 펴낸 김영익 서강대 경제대학원 교수도 현금의 중요성을 이야기한다. 김 교수는 “위기를 대비해 현금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며 “지인 중 수천억대 자산가를 봐도 늘 일정 부분 현금을 보유하고 있다. 위기에 대비할 뿐 아니라 자산을 싸게 살 기회에 대비한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그는 지금은 빚으로 투자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빚투 중이라면 레버러지 비율도 줄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그는 현재 역사상 가장 심한 거품이 발생했다고 경고했다. 침체가 예상되는 시기도 멀지 않다. 그는 본격적인 위기를 2022년 하반기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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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자산에 거품이 만연했다
세계경제가 1~2년 내 극심한 침체에 빠질 수 있다고 했는데.
최근 취임한 금융감독원장이 ‘퍼펙트 스톰’ 가능성을 이야기했는데 저도 그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고 생각한다. 문제는 부채와 자산가격 거품이다. 각국 정부가 돈을 엄청 풀면서 부채가 늘었고 결국 정부마저 부실해졌다. 각국의 중앙은행은 금리를 0%까지 내렸다. 그래서 가계, 기업이 부실해졌다. 금리가 낮고 돈이 많이 풀리니까 주식과 부동산에 거품이 발생한 것이다. 거품 발생 정도를 측정해보면 미국의 경우 역사상 볼 수 없는 거품이 발생했다. 주식 시장의 시가총액을 명목 GDP로 나눈 버핏지수를 보면 올해 1분기에 318%를 기록했다. 2000년 IT버블 붕괴 직전이 210%였다. 미국 가계의 금융자산 중 주식 비중이 52%다. 역사상 최고치다.
위기가 와도 정책수단이 있지 않을까.
정부가 돈을 쓰고 중앙은행이 금리를 내려 돈을 풀 수 있는 수단이 있었지만 지금 정부의 부채가 워낙 높기 때문에 정부가 과거처럼 돈을 쓸 여지가 별로 없다. 더 중요한 것은 통화정책 효과가 없다는 것이다. 전 세계가 금리를 내릴만큼 내렸다. 돈을 풀면 소비와 투자가 증가해 경제가 회복되어야 하는데 지금은 가계·기업부채가 높기 때문에 돈을 풀어도 소비와 투자가 늘기 어려워 보인다. 그래서 침체는 더 심각할 것이고 회복 속도도 느릴 것 같다는 것이다.
위기 시작은 언제로 보는가.
수출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의 경기선행지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보다 4~6개월 앞서는데 우리나라의 경기선행지수가 8월에 정점을 찍었다. 이 선행지수에 주가와 함께 10년만기와 1년만기 국채수익률 차이인 장단기 금리 차도 들어간다. 그런데 우리나라 장단기 금리 차가 지난 5월을 정점으로 하락하고 있다. 장단기 금리 차가 준다는 것은 경제성장률이 떨어진다는 의미다. 그런 선행지수도 8월 무렵 정점을 찍게 됐고, OECD 선행지수는 올 연말 전후에 정점을 기록할 전망이다. 결국 내년 2분기 또는 하반기면 전 세계 경기가 수축 국면에 들어간다는 전망이 가능하다. 우리나라는 중소기업 중 절반 정도가 영업이익으로 은행 이자도 못 갚는 상황이다. 대기업의 20%도 이런 상황이다. 금리가 오르면 결국 이익이 줄어 구조조정에 들어갈 수밖에 없다. 이는 전 세계적인 문제다.
예상되는 경기침체에 탈출구가 없다는 느낌이다.
침체 폭도 길어지고 회복 속도도 길어질 수 있다. 우리나라의 기업부채는 1997년 외환위기 이전에는 107%였다. 지난해 말 기준으론 111%다. 가계부채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GDP 대비 104%로 역사상 처음으로 가계부채가 GDP를 넘어섰다. 증가 속도도 빠르다. 이런 문제가 우리나라만 아니라 글로벌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렇게 광범위하게 부채가 늘어난 것은 역사상 없었다. 거품이 심할수록 타격이 심한데 주식이 그럴 것 같다. 그 다음이 부동산이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의 부동산 가격이 모두 역대급으로 올랐다. 이 부채를 세계가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큰 과제다. 결국 정부가 돈을 쓰되 선별적·생산적으로 써야 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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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시장, 배당투자에 주목하라
이런 상황에서 일반 사람들이 대처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위기가 오면 현금이나 유동성이 높은 자산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현금이 있으면 위기에서 자산을 싸게 살 기회를 갖게 된다. 지인 가운데 수천억대 자산을 가진 부자들을 봐도 모두 현금을 보유하고 있다. 거시 경제의 큰 흐름을 읽기 때문에 위기에 대비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부자들은 위기가 오면 돈을 빌려서라도 투자하고 그렇게 부를 한 단계씩 높여나간다.
지금 투자를 한다면 어디에 해야 하나.
코로나19 이후로 전 세계가 ESG를 말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특히 환경 문제가 가장 중요하게 다뤄진다. 모두 '탄소 제로' 시대를 열겠다고 한다. 자연과 공존해야 한다는 코로나19의 교훈을 깨닫기 시작한 것이다. 그 핵심에 전기차가 있다. 전기차 시장이 빠르게 성장할 나라는 중국이다. 그럼 중국의 전기차 시장에 주목하고 관련 ETF에 장기적으로 투자할 필요가 있다. 위기가 올수록 정부가 돈을 쓸 곳은 결국 전기차이다. 이런 추세에 따라 가격 조정이 올 때마다 매달 사 모아도 좋다. 특히 배당투자는 꼭 해야 한다. 포스코와 KT 등 이런 회사들은 5년 이내에 망할 가능성이 없다. 이런 회사의 배당수익률은 시가 기준으로 4~5% 정도다. 이 회사에 가서 임직원에게 강의하면 '월급을 받아서 은행 말고 당신들 회사에 투자하라'고 말한다. 삼성전자도 배당을 늘리고 있는만큼 장기 적금 들듯 투자하고 위기가 오면 더 살 기회로 보면 된다.
투자에 나선 젊은 사람들이 많다. 조언해준다면?
위기는 항상 반복됐다. 그 경제 위기는 5년 또는 10년 주기로 왔다. 위기의 사이클을 보면 시대에 당하지 않을 수 있다. 내년 하반기에 위기가 오지 않을 수도 있지만 모든 지표가 위기를 가리키고 있다. 그 시나리오에 따라 준비하자는 것이다. 그럼 경제 위기에 훨씬 더 대응하기가 쉬워진다. 늘 말하고 싶은 것은 '자기가 잘 아는 곳에만 투자하라'는 것이다. 20~30대의 주식 투자 수익률을 보면 전 연령대에서 가장 낮다. 잘 모르는 곳에 단기 투자를 하기 때문이다. 젊은 세대도 멀리 내다봤으면 좋겠다. 구조적으로 저금리 시대에 들어선 만큼 결국 주식을 해야 하는데, 더 많이 공부하고 경험을 쌓다 보면 자산을 늘릴 기회가 올 것이다.
이용우 기자 lee.yongwo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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