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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악마가 숨어있었네…부동산 중개 수수료 ‘깎는 척’ 했나

지역에 따라 수수료율 상한 0.1% 가감 가능
복비 인하, 9억 이하 주택에 효과 없을 수도
정부, 요율 인상 가능성 숨기다 입법 예고
국토부 “8월 17일 공개토론에서 나온 얘기”

 
 
지난 2일 정부가 발표한 부동산 중개보수 개편안을 두고 수수료율을 인하하는 시늉만 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시세 6억~9억원 주택 거래시 수수료율 상한을 0.1%포인트 낮추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지만 지역에 따라 0.1%포인트 올릴 수 있도록 했기 때문이다. 사진은 서울 양천구의 한 공인중개사에 붙은 매매 ·전세 가격표.[연합뉴스]
 
정부가 부동산 중개보수 상한 요율을 일부 낮추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지만, 지역에 따라 0.1%포인트 올릴 수 있도록 하면서 수수료 개선 취지가 무색해졌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국토교통부(국토부)는 시세 6억~9억원짜리 주택을 매매할 때 중개 수수료 상한 요율을 0.5%에서 0.4%로 내리도록 했는데, 지방자치단체(지자체)가 상한 요율을 0.5%로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6억원 미만 주택을 매매할 때 수수료 상한 요율은 종전과 같은 수준이다. 하지만, 만약 지자체가 이 가격대 수수료 상한을 높일 경우 주택을 사고파는 사람들의 중개 수수료 부담은 더 커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정부가 숨긴 ‘중개 수수료 상한 0.1%p 인상 가능성’  

지난 2일 국토부는 부동산 중개보수 개편안을 입법 예고한다고 밝혔다. 현행 시행규칙에는 주택 매매 시 전체 상한 요율을 0.9% 이하 범위에서 조례로 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주택 가격대를 세분화하고 일부 구간 상한 요율을 낮추는 게 핵심 내용이었다.  
 
예를 들어 현행 규정에서는 6억~9억원 미만 주택의 중개 수수료 상한 요율은 거래 금액의 0.5%를 넘어갈 수 없도록 하고 있는데, 이를 0.4%로 떨어뜨린다는 것이다. 9억원 이상 주택의 수수료 상한 요율은 0.9%에서 9억~12억원은 0.5%, 12~15억원은 0.6%, 15억원 이상은 0.7%를 초과할 수 없도록 했다. 이에 대해 국토부는 “주택가격 상승으로 인한 국민의 중개보수 부담이 경감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문제는 정부가 이번 개편안에 ‘수수료 상한 요율을 지역별로 0.1%포인트 가감할 수 있다’는 내용을 포함했다는 점이다. 지자체가 수수료 상한 요율을 0.1%포인트 올리면 9억원 미만 주택을 거래할 때 수수료율 인하 효과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6억원 미만 주택 거래 시 오히려 수수료 상한선이 올라갈 가능성도 있어 저가 주택을 사고파는 사람들의 부담이 가중될 수도 있다.
 
국토부의 이번 중개보수 개편안에서 6억원 미만 주택에 대한 수수료 상한 요율은 바뀐 게 없었다. 5000만원 미만 주택 매매 수수료 상한은 0.6%, 5000만~2억원 주택은 0.5%, 2억~6억원 주택은 0.4%로 종전과 같았다. 그런데 이 가격대 수수료 상한도 지자체 재량에 따라 0.1%포인트 올리거나 내릴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추가한 것이다. 
 
그런데도 정부는 이런 내용을 숨겨왔다. 지난달 20일 정부는 ‘국민 부담 경감을 위한 중개보수 및 중개 서비스 개선 방안 보도자료를 내면서 지역에 따라 수수료율을 0.1% 가감할 수 있다는 내용을 언급하지 않았다. 6억원 이상 주택의 수수료율을 하향하도록 공인중개사법 시행규칙 개정을 추진한다고만 했다. 그런데 2주일 만에 개편안을 입법 예고하면서 수수료율 인상이 가능한 새로운 내용을 추가한 것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이코노미스트]와의 통화에서 “수수료율의 0.1%포인트 가감에 대한 내용은 8월 17일 공개토론회를 열었고, 그 과정에서 나왔던 이야기였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공개토론회에서 오간 이야기를 정부의 공식 발표에 포함하지 않았다가 입법 예고에 갑자기 추가한 이유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국토부 관계자는 다만 “자세한 이야기를 모두 설명할 수는 없었다”고 해명했다.
 

고가 주택은 수수료 인하 효과, 저가주택은 글쎄

일각에서는 고가 주택 수수료율을 낮추는 대신 저가 주택 수수료율을 올려 공인중개사의 소득을 보전해 주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 2월 국민권익위원회가 부동산 중개 수수료 개편안을 권고하면서 9억~12억원 주택 매매 수수료는 소폭 낮추는 대신 6억~9억원 주택 매매 수수료는 올리면서 비판을 받은 바 있다. 부자들의 부담을 서민들에게 전가한다는 지적이었다.
 
0.1%포인트 수수료율을 올리거나 내릴 수 있는 권한을 지자체에 준 것에 대해서도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수수료율 인하 생색은 정부가 내고, 이 때문에 수익이 줄어들 수 있다는 공인중개사들의 반발은 지자체에 떠넘겼다는 것이다.  
 
지난달 20일 한국공인중개사협회는 “정부가 일방적으로 발표한 중개보수 개편안에 대해 절대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담은 성명을 발표했다. 이와 함께 “정부가 부동산 정책 실패를 공인중개사의 희생으로 무마하려 한다”며 투쟁 수위를 높여 대정부 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국토부 관계자는 “수수료율이 인상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과 정부가 이에 대해 미리 설명하지 않았다는 지적에 대해 알고 있다”면서도 “여러 이해 관계자들의 의견을 수렴해 나온 정책이고 9억원 이상 주택에 대한 수수료율이 떨어진 효과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병희 기자 yi.byeong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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