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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감 전망대②] 가상화폐·사모펀드, 규제와 구제 해법 고민

200여개 가상화폐 거래소 폐쇄로 투자 피해 예고
끝나지 않은 사모펀드 사태의 보상·책임 논란 심화
국민피해 확산 막고 업계 감독할 방안 쟁점 될 듯

 
 
8일 서울 용산구 코인원 고객센터 모니터에 표시된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 시세.[연합뉴스]
 
국회가 10월 1일부터 21일 동안 국정감사 대장정에 들어간다. 국감에선 코로나19 재난과 경제 위기, 부실투성이 금융투자상품, 부작용으로 얼룩진 가상화폐·부동산 등 국민의 삶을 피폐하게 만든 이슈들이 논쟁의 화두가 될 예정이다. 내년 대통령 선거까지 앞둬 여·야 대립은 더욱 첨예하게 충돌할 분위기다. 국감 도마 위에 오를 여러 논란들 가운데 주요 민생 쟁점들은 무엇일지 전망했다. [편집자 주] 
 
[연재 순서]
① 방역과 민생 사이에서 가계부채 관리 고심
② 가상화폐·사모펀드, 규제와 구제 해법 고민
③ 누더기 된 문재인 부동산 정책 여·야 공방전
 
가상화폐(정부는 가상자산이라 통칭)와 사모펀드는 지난해 국정감사(국감)에 이어 다음달 열릴 국감에서도 빼놓을 수 없는 쟁점이 될 전망이다.  
 
가상화폐와 관련한 각종 논란과 민원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 상반기에도 크게 번지자 정치권은 금융당국의 책임론을 수 차례 강조했다. 금융위원회(금융위) 등은 가상화폐가 투기 자산이어서 보호할 수 없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하지만, 여·야 모두 가상화폐 투자자 보호와 관리를 위한 법제화 방안을 추진해왔다. 특히 다음달 국감이 열릴 때는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특금법)에 따라 200여개나 난립하던 거래소들 중 대부분이 폐쇄될 가능성이 크다. 이에 따라 발생할 투자자 피해에 대한 책임론이 국감에서 불거질 것으로 예상된다.  
 
라임과 옵티머스 등 사모펀드 사태와 관련해 지난해 국감에선 금융당국이 부실 감독 논란으로 집중포화를 받았다. 올해는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소송 결과에 따른 금융당국의 책임론이 재부각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국감에서는 금융사들이 주 표적이 됐다면, 올해는 금융위와 금융감독원 등에 여·야의 질의가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가상화폐 거래소 줄폐업 예고, 젊은층 피해 확산 우려

9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가상자산 사업자’ 신고 기한은 오는 24일이다. 총 3주 남았지만, 추석 연휴 등을 제외하면 실제로 2주 가량 남은 셈이다.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는 이날까지 정보보호관리체계(ISMS) 인증과 은행의 실명 입출금 계정을 확보해 금융정보분석원(FIU)에 신고해야 한다. 신고하지 못하면 국내에서 거래소 운영을 중단해야 한다.  
 
신고 마감일을 앞두고 빗썸·코인원은 NH 농협은행과 실명계좌 발급 재계약을 마쳤다. 코빗도 신한은행에서 실명확인 입출금계정 확인서를 발급받기로 했다. 업비트는 케이뱅크와 실명계좌 발급 계약을 연장했다. 거래량이 많은 대형 거래소들은 사업자 관문을 통과한 셈이다.  
 
하지만 문제는 중소 거래소다. 이들 대부분은 사실상 ‘준폐업’ 또는 ‘조만간 폐업’ 상태에 들어갈 수 밖에 없어 가상화폐 대란이 벌어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신고기한을 연장해달라는 중소 거래소들의 요청에 금융당국은 부정적인 입장이다. 이들 거래소는 원화 거래를 더 이상 지원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 투자자들의 주의가 요구된다.  
 
ISMS 인증을 받은 9개 거래소가 7일 긴급 성명을 발표한 것도 이러한 이유다. 해당 거래소는 보라비트·에이프로빗·코어닥스·코인앤코인·포블게이트·프로비트·플라이빗·한빗코·후오비 등이다. 이들 거래소는 금융위원회 신고 요건 중 하나인 은행 실명계좌를 받지 못했지만, ISMS 인증은 확보한 업체들이다. 금융위에 따르면 ISMS 인증만 받은 경우 신고가 불가능하고, 25일 이후 가상화폐 간 거래(코인마켓)만 가능하다.  
 
이들은 금융당국에 “24일까지 우선 신고를 받고, 이후 심사기간에 실명계좌 발급 요건 등을 보완할 수 있도록 유연성을 발휘해달라”고 요청했다. 심사가 진행되는 사이 실명계좌 요건을 충족할 수 있도록 시간을 더 달라는 요구다.  
 
하지만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후보자 시절인 지난달 25일 국회 인사청문회 서면 답변에서 신고 기한 연장에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낸 바 있다. 고 위원장은 취임식에서도 “가상화폐 시장 문제도 피하거나 미룰 수 없다”며 기한 연장 불가를 재확인했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은 이번 국감에서 투자자 보호를 위한 해법 마련을 요구 받을 것으로 보인다.  
 
고 위원장은 이를 고려해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투자자 보호방안 마련 등을 위한 당정회의를 13일 가질 예정이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줄폐업이 현실화돼 코인 민심이 폭발하면 내년 대선에서 악재로 작용할 수 있는 만큼 타협안 마련에 힘이 실리고 있다.  
 
가상화폐 주요 투자자는 2030 청년층이 대부분이다. 지난 1분기 국내 4대 가상화폐 거래소(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의 신규 계좌를 분석한 결과 20대가 81만6039명으로 34.4%를 차지했고, 30대가 76만8775명으로 32.4%를 기록해 나란히 1·2위를 차지했다. 같은 기간 30대의 예탁금 규모는 전체의 33.8%로 1위를 차지했다.  
 
이는 2030의 선택지가 어쩔 수 없이 코인으로 향하게 만든 국내 시장 상황 때문으로 보인다. 이미 오를 대로 오른 부동산 시장에 진입하기에는 문턱이 너무 높고, 주식시장 역시 넘치는 유동성으로 인해 사상 최고점에 근접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입법조사처는 2021년 국정감사 이슈 분석에서 “금융당국 소관 상임위원회인 정무위원회가 올해 국감에서 이 같은 문제를 중점적으로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입법조사처는 “거래소가 투명한 절차와 기준 없이 거래지원을 종료할 경우 발행업체와 투자자들이 손해를 입을 가능성이 있다”며 “거래소의 상장과 폐지 과정의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 금융위가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경실련·금융정의연대·민변민생경제위원회·참여연대 등 시민사회단체들이 지난해 12월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서 사모펀드 계약 취소 결정과 강력 제재를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우리은행에 패소한 금감원, 사모펀드 사태 책임 논란 재점화

사모펀드 사건에 대한 금융당국의 감독 부실 문제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여야의 쟁점이 될 전망이다. 금융당국도 부실징후를 파악했지만 제대로 된 조치를 하지 못하고 있는 점에 대해 비판이 쏟아질 것으로 보인다.  
 
권은희 국민의당 의원에 따르면 라임의 경우 금감원이 2017년 주식시세 조정 의혹 제보를 받았지만 자체 종결 처리했다. 유의동 국민의힘 의원은 “금감원이 옵티머스를 적기시정조치로 시장에서 퇴출할 수 있었지만, 준비 기간을 과도하게 주면서 결국 펀드 사기 사건을 자초했다”고 지적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부)마저 옵티머스 사기 사건을 밝혀냈는데도 금융당국은 수 차례 검사에도 파악하지 못했다는 비판도 나왔다. 야권은 “과기부가 전파진흥원 투자와 관련해 자체감사까지 했고 불법 사실에 대해 수사 의뢰를 했지만 금융당국은 조치조차 없었다”고 질타했다.
 
이에 금융당국은 사모펀드 운용사에 대한 규제 강화, 고객 손실 보상 방안 등 입법화에 주력했다. 제도 개편에 따라 10월 21일부터 사모펀드는 ‘일반용’과 ‘기관 전용’으로 분리된다. 그동안 운용 목적에 따라 ‘전문 투자형’, ‘경영 참여형’으로 분류했던 사모펀드의 기준을 투자자 기준으로 바꾼 것이다.  
 
다만 이번 제도 개편에서 제외된 집단소송제, 징벌적 손해배상제 등이 이번 국감에서 재논의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실질적인 투자자 보호 방안을 강화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우리금융 DLF 손실 사건 관련 1심 소송 결과에 대한 여·야의 질타도 예상된다.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은 DLF 손실 사건으로 인해 중징계를 받은 데 불복, 금감원장을 상대로 제기한 행정소송에서 승소하면서 금융사에 대한 금감원의 징계 관행에 대한 집중 질의가 예상된다. 현재 DLF·라임·옵티머스 등 사모펀드 사태와 관련해 손 회장처럼 내부 통제 미비를 이유로 금융위의 징계를 받은 금융사 CEO는 10명이나 더 있다.
 
법원은 금감원이 내부통제 준수 여부를 제재할 법적 근거 없이 무리한 징계를 했다고 판단했지만, 현재 금감원과 금융위는 항소 여부를 검토 중이다. 만약 금감원이 이번 우리금융 법원 판결을 받아들이면 그동안 조치한 징계들이 부적절했음을 스스로 인정하는 수모를 겪어야 한다.  
 
이와 관련 금감원의 공공기관 지정 이슈도 이번 국감에서 제기될 수 있다. 입법조사처는 보고서에서 “현재 금융감독기능의 내실화를 위해 금융에서의 정책 기능과 감독 기능을 분리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며 “’국제기구에서도 금융감독기구의 독립성 제고를 권고하고 있다”고 밝혔다.  
 
금감원의 공공기관 지정 논의는 결국 감독기관의 독립성 보장과 금감원의 방만 경영 방지라는 공익적 차원에서 결정될 정책적 판단 사항이란 얘기다. 다만 “금감원 특성상 독립성 훼손 등의 우려가 있어 찬반양론이 팽팽하게 대립할 수 있다”고 입법조사처는 내다봤다. 

김하늬 기자 kim.hone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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