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수음식 대신 편의점 도시락”…코로나가 바꾼 추석 풍경
코로나19로 집에서 연휴 보내는 ‘홈추촉’ 증가
고급 육류·와인 등 이색 선물, 밀키트 수요 ↑
온라인 통한 비대면 명절 선물 구매고객도 급증
# 서울에서 부모님과 함께 사는 직장인 이모씨(28)는 추석 연휴 기간 부모님의 백신 접종이 예정돼있어 친척이 있는 시골에 내려가지 않기로 했다. 아직 가족 대부분이 백신 접종을 완료하지 않았고, 민감한 시국에 무리하게 움직이지 않기로 한 것이다. 이씨는 “부모님 두 분 다 추석 연휴에 2차 접종 일정이 있다”며 “2차 접종 후 몸살을 앓았다는 사람이 주변에 많아 시골에 내려가는 대신 집에서 부모님 간호를 해드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과일 대신 스테이크·와인 선물…명절 음식 대체하는 간편식도
민족 최대 명절인 추석의 풍경이 바뀌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집에서 연휴를 보내는 ‘홈추촉’이 늘면서 햄, 식용유, 과일 등 전통적인 선물세트 대신 고급 육류, 와인 등 이색 선물이 주목받고 있다. 1인 가구도 늘면서 혼자 추석을 보내는 ‘혼추족’도 증가해 명절 식탁에 가정간편식(HMR)과 밀키트가 올라오고 있다. 집에서 연휴를 즐기는 대신 먼 고향에 있는 가족에게 마음을 담은 선물을 전하고자 모바일로 간편하게 추석 선물을 고르고 구매하는 ‘비대면 선물하기’ 매출도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13일 신세계백화점에 따르면 지난 8월 13일부터 이달 6일까지 추석 선물세트 매출 데이터에 ‘미식 트렌드’가 확인됐다. 전통적인 명절 선물보다 와인, 스테이크, 애플망고·샤인머스캣 세트 등 고급 선물세트의 매출이 지난해보다 높게 나타났다. 푸드 펀딩에도 미식 트렌드 바람이 불고 있다. 국내 크라우드펀딩 플랫폼 ‘와디즈’는 올해 추석 시즌 푸드 카테고리의 특징 중 하나로 프리미엄과 미식의 다양화를 꼽았다. 예를 들어 ‘고기’ 카테고리에서는 단순 신선 정육을 넘어 드라이에이징, 웻에이징, 부위별 제품 등의 수요가 늘었고, 추석 주요 인기 펀딩 사례로는 ‘육우 토마호크’가 있었다.
추석 연휴 기간 백신 접종 일정이 겹치면서 부작용 등을 고려해 ‘집콕’ 연휴를 선택하는 사람이 증가하면서 명절 음식을 HMR이나 밀키트로 대체하는 경우도 늘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국내 HMR 시장 규모는 2016년 2조2700억원에서 2019년 3조5000억원, 2020년 4조원으로 꾸준히 커지고 있다. 2022년에는 5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에 유통업체들은 이러한 트렌드를 반영한 추석 상품을 선보이고 있다.
이마트24는 추석 전후로 오는 9월 15일부터 10월초까지만 판매하는 명절도시락을 출시한다. 혼추족 고객을 대상으로 집에서도 명절 음식을 다양하게 즐길 수 있도록 ‘한상차림도시락’을 준비한 것이다. ‘한가위만 같아라 한상차림’ 도시락은 돼지갈비찜, 잡채, 동그랑땡 등의 모듬전과 나물, 약과 등으로 구성됐다. 국내 밀키트 업체 ‘마이셰프’는 추석 기획전을 통해 프리미엄 밀키트를 선보였다. 6년근 홍삼정 키트, 소고기 갈비찜, 장어 솥밥 등 고급 식재료를 사용한 메뉴가 포함됐다.
‘모바일 선물하기’로 준비하는 추석 선물…비대면 선물 매출 ↑
코로나19로 인해 온라인을 통한 명절 비대면 선물 매출도 증가하고 있다. 지난 12일 현대백화점에 따르면 올해 추석 선물세트 판매 기간 온라인 매출은 지난해보다 105.6% 늘었다. 이에 대해 현대백화점 측은 “사회적 거리두기 장기화로 비대면 구매를 선호하는 고객이 늘어나고 있는 현상이 반영된 것으로 보고 있다”며 “올해 처음으로 선보인 VR 명절 행사장도 오픈일인 지난 10일과 11일 이틀 동안 1만명이 넘는 고객이 체험하는 등 인기를 끌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 이커머스 업체 ‘티몬’이 지난 1일부터 열흘 간 모바일 선물하기 매출을 조사한 결과 이 기간 매출도 지난해(9월 13일~22일)보다 8배 이상 늘었다. 고향이 멀어 직접 선물을 전달하기 어려운 소비자가 선물 받을 상대방에게 주소를 물어보지 않아도 되고 연락처 입력만으로 선물을 전달할 수 있기 때문에 모바일 선물하기 서비스를 이용하는 소비자가 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밀키트 기업 마이셰프 관계자도 “최근 ‘카카오톡 선물하기’로 밀키트 제품을 간편하게 선물하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13일 서울시는 추석 연휴 동안 이동 자제를 유도하기 위한 ‘추석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서울시는 “이번 연휴가 4차 대유행의 중대고비인 만큼 지난 설에 이어 이번에도 대중교통 막차시간을 연장하지 않는다”며 “시립 장사시설 실내 봉안당도 폐쇄해 추모객 집중을 막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전국적으로 연휴 기간 동안 집에 머무르도록 권고 되고 있는 만큼 이번 추석에는 홈추족과 혼추족에 의한 이색 명절 풍경이 연출 될 것으로 보인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사회적 거리두기 영향으로 귀향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면서, 이를 대신해 선물을 통해 마음을 표현하고자 하는 고객들의 심리가 강하게 표출되고 있다”며 “고급 명절 선물과 모바일 선물하기 등 고객의 소비 흐름과 부합하는 상품을 선보일 수 있도록 연휴 기간동안 총력을 기울일 방침”이라고 말했다.
김채영 인턴기자 kim.chae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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