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카운트다운…노사 모두 불만족에 '부글부글'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 내년 1월 27일 시행
직업성 질병자 범위·중대시민재해 적용 등 구체화
勞 “반쪽짜리 처벌법”, 社“모호한 기준 우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이 국무회의를 통과하면서 중대재해처벌법의 입법 절차가 마무리됐다. 중대재해 기준이 되는 직업성 질병자의 범위가 정해지고 경영책임자의 안전 확보 의무 등이 구체화된 것이다. 하지만 재계는 "기준이 모호하다"고 불만을 나타내고 노동계는 "(중대재해) 범위가 축소됐다"며 반발하는 분위기다.
중대재해처벌법은 노동자가 사망하는 등 중대재해가 발생한 경우, 안전조치를 소홀히 한 사업주·경영책임자·법인 등을 처벌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중대재해처벌법에 따르면 노동자가 안전사고로 사망할 경우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에게 1년 이상 징역 또는 10억 원 이하 벌금, 법인 또는 기관에 50억원 이하 벌금이 내려지는 등 처벌이 엄격하다.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은 지난1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고, 내년 1월 27일 시행될 예정이다.
정부는 28일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열린 제42회 국무회의에서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정안을 심의·의결했다. 이번 시행령은 중대재해 판단 기준이 되는 직업성 질병자의 범위를 규정한게 핵심이다. 인과관계의 명확성(급성)·사업주의 예방가능성·피해의 심각성 등을 고려해 정했다. 각종 화학적 인자(총 199종의 유해인자와 금지 물질)에 의한 급성중독과 반응성 기도과민증후군·열사병 등 급성중독에 준하는 24가지 질병이 목록이 포함됐다.
시공능력 상위 200개 건설사 전담조직 설치해야
중대시민재해의 적용 대상이 되는 공중이용시설의 범위도 대상의 명확성·공중 이용성·재해 발생 시 피해 규모 등을 고려해 규정됐다. ▶연면적 2000㎡ 이상 지하도상가 ▶연장 500m 이상 방파제 ▶바닥면적 1000㎡ 이상 영업장 ▶바닥면적 2000㎡ 이상 주유소·충전소 등이다.
안전·보건 확보 의무의 구체적 내용도 마련됐다. 사업주·경영책임자는 사업·사업장의 안전·보건 목표와 경영방침을 설정하고, 유해·위험요인을 확인·개선하는 업무절차를 마련해 1년에 2차례 점검해야 한다. 특히 상시근로자 수 500명 이상, 시공능력 상위 200위 내 건설사업자는 안전·보건 업무를 총괄하는 전담조직을 설치해야 한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이 통과됐지만 노사 모두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재계는 직업성 질병의 중증도 기준 등이 명확히 규정되지 않았다고 불만을 표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28일 보도자료를 통해 “시행령 제정안이 불명확성을 해소시키지 못한 것에 우려를 표한다”며 “모호한 규정으로 산업현장의 혼란이 가중되고 경영 위축과 불필요한 소송 등 부작용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전경련은 또 “기업들도 산재를 줄이기 위해 노력을 다하고 있다”며 “기업이 억울한 피해를 입지 않도록, 정부와 국회가 준비 기간 등을 고려해 유예기간 부여 등의 조치를 검토해 줄 것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민노총 “5인 미만 적용 등 즉각 법 개정해야”
민주노총 측은 “식물인간으로 살면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모순, 광주 학동 붕괴 참사가 발생해도 책임자를 처벌할 수 없는 모순이 드러났다”며 “5인 미만 적용제외·인과관계의 추정 조항 삭제 등을 비롯해 광주 붕괴·민간위탁 금지 등을 포함해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즉각 개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정부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우리 사회가 해야 할 일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법 시행 전까지 분야별 고시 제정과 가이드라인 마련, 권역별 교육, 현장지원단 구성·운영을 통한 컨설팅 지원을 하겠다는 방침이다.
정지원 인턴기자 jung.jeewo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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