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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놀자 인터파크 왜 삼키나… “영업 노하우, 기술력 갖춘 알짜배기 매물”

영업 노하우에 기술력까지 갖춘 여행사 드물어
‘만년 적자’ 온라인 도서 판매까지 품은 건 부담

 
 
19일 인천국제공항 체크인 카운터에서 탑승객들이 수속을 밟고 있다. [연합뉴스]
야놀자가 인터파크를 인수한다. 2940억원을 내주고 인터파크의 전자상거래 사업 전부를 가져오기로 했다. 지난 7월 소프트뱅크 비전펀드로부터 2조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해 현금 동원력이 상당하지만, 그렇다고 부담스럽지 않은 건 아니다. 거래 규모가 야놀자의 지난해 매출(2888억원)을 웃돌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야놀자가 인터파크를 삼킨 건 여행업이 다시 성행할 거란 판단 때문이다. 업계는 내년 상반기쯤 코로나19로 2년간 억눌렸던 해외여행 수요가 폭발할 것으로 보고 있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는 2022년 항공사 적자가 올해보다 78% 줄어든 120억 달러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야놀자는 국내 숙박 시장에선 지배력이 높지만, 해외여행 시장에선 변방의 스타트업에 불과하다. 국내 온라인 항공권 예약 시장의 강자로 꼽히는 인터파크 인수를 통해 해외여행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게 야놀자의 노림수다.  
 
다만 일부에선 이번 딜을 두고 ‘승자의 저주’를 우려하기도 한다. 인터파크가 여행 전문 기업이 아니기 때문에 인수 시너지가 크지 않을 거란 이유에서다. 
 
인터파크는 이커머스 1세대로 꼽히는 회사다. 해외여행 패키지나, 항공권 등을 판매하고 있지만 관광 산업에 ‘올인’한 회사는 아니다. 각종 공연이나 스포츠 경기 예매, 도서 분야에서도 특화한 경쟁력을 보유 중이다. 지난 8월엔 “야놀자가 인터파크 인수전에서 빠진다”는 소문이 투자업계에서 돌았는데, 해외여행 산업과 접점이 많지 않은 사업 포트폴리오 때문이란 분석이 강한 설득력을 얻었다.  
 
하지만 여행업계에선 다른 분석이 나온다. 야놀자가 인수 레이스를 끝까지 완주한 건 인터파크의 남다른 기술력과 판매역량을 눈여겨봤기 때문이라는 거다.  
 
국내 온라인 여행 플랫폼 관계자의 설명을 들어보자. “인터파크에 무슨 신통방통한 기술이 있겠냐는 의문이 들겠지만, 이 회사의 해외 항공권 검색·예약 엔진 기술은 얕볼 만한 게 아니다. 국내 여행사 가운데 해외 항공권 검색·예약 엔진을 자체 개발한 업체는 인터파크와 온라인투어, 두 곳뿐이다. 인터파크는 20년 전 엔진을 개발해 꾸준히 고도화해왔는데, 이 작업이 의외로 쉽지 않다.”  
 
실제로 인터파크의 항공권 검색·예약 엔진은 단순히 항공사에서 자료를 받아 화면에 노출하는 수준이 아니다. 항공사별 항공권 가격은 물론, 기내식과 마일리지까지 여러 가지 옵션을 비교·분석해 한꺼번에 보여준다. 항공사에서 좌석 수보다 더 많이 예약받는 ‘오버 부킹’ 등 문제가 발생해 고객으로부터 항의가 들어왔을 때 여기에 대처할 수 있는 역량도 갖추고 있다.  
 
‘야놀자 테크놀로지’를 슬로건으로 내걸고 테크기업으로의 정체성을 강조하고 있는 야놀자 입장에선 상당히 매력적인 요소다. 인터파크만의 남다른 항공권 영업 노하우 역시 업계에선 유명하다. 그간 인터파크는 항공사가 정하는 고무줄 가격의 항공권을 저렴하게 구입해왔다. 중소 여행사 대표 A 씨는 “같은 노선의 같은 등급 좌석이라도 가격체계가 20가지”라면서 “항공사와 신뢰관계에 있는 업체가 그중 최저가를 갖는 식인데, 인터파크 역시 그런 업체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다만 이번 인수로 본업과 무관한 도서·쇼핑 부문까지 품게 된 건 야놀자가 풀어야 할 숙제다. 특히 도서 부문은 지난해 인터파크 매출의 47%(1512억원)를 차지할 만큼 비중이 크지만, 예스24 등과 가격 경쟁이 치열한 탓에 적자가 이어지고 있다. 앞서 관계자는 “야놀자가 인수를 위해 사업성이 나쁜 부문까지 품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문상덕 기자 mun.sangd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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