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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라면시장 막 진출했는데…” 아들 때문에 179억 출혈을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의 엇나간 부정(父情) 경영
고가 매입, 통행세 거래, 주식 저가 매각 방식으로
장남 준영씨 회사에 70억 일감 몰아주다 적발돼
공정위 “계열사 동원해 부당지원, 승계자금 마련”
앞서 삼계 담합으로 130억 과징과 검찰고발 당해

 
 
육성권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 기업집단국장이 27일 정부세종청사 공정거래위원회 기자실에서 하림그룹의 '올품' 부당 지원과 관련해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닭고기로 유명한 하림그룹 계열사가 김홍국 회장의 장남 회사에 일감을 몰아주다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에 적발돼 49억원가량의 과징금을 물게 됐다. 앞서 지난 6일엔 하림과 계열사 올품은 삼계탕용 닭고기 담합 혐의로 검찰 고발과 공정위 과징금 부과를 받았다. 하림그룹은 10월 들어서만 두 번의 공정위 제재로 총 179억3300만원의 과징금을 받은 것이다.  
 
공정위는 27일 하림그룹 소속 계열사 8곳(대성축산·선진·선진한마을·제일사료·팜스코·팜스코바이오인티·포크랜드·하림지주)이 김홍국 회장의 장남 김준영씨가 지분 100%를 보유한 회사 올품을 부당하게 지원하고, 이익을 제공한 행위에 시정 명령과 과징금 총 48억8800만원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회사별 과징금은 올품 10억7900만원을 비롯해 대성축산 1억5900만원, 선진 1억1200만원, 선진한마을 3억5200만원, 제일사료 2억4700만원, 팜스코 5억1500만원, 팜스코바이오인티 7억4900만원, 포크랜드 5000만원, 하림지주 16억2500만원이다.  
 

장남 지배구조 정점에 오르자 갖가지 부당 지원 시작

하림의 위법 행위는 크게 ▶동물 약품 고가 매입을 통한 부당 지원 ▶사료 첨가제 ‘통행세’ 거래 ▶NS쇼핑(NS홈쇼핑) 주식 저가 매각을 통한 지원 등 총 세가지다.  
 
세가지 위법 행위 한가운데에는 ‘올품’이 자리하고 있다. 2012년 1월, 김홍국 하림 회장은 그룹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올품(당시 한국썸벧판매) 지분 100%를 장남 준영씨에게 증여했다. 이를 통해 준영씨는 올품→한국인베스트먼트(당시 한국썸벧)→하림지주(당시 제일홀딩스)→하림그룹으로 이어지는 지분 구조를 통해 아버지를 뛰어넘는 그룹 지배력을 확보했다. 공정위는 “증여 이후 하림그룹 계열사들은 김 회장과 그룹 본부의 개입 하에 올품에 과다한 경제상 이익을 제공했다”고 설명했다. 
 
[자료 공정거래위원회]
 
공정위에 따르면 하림은 2012년 1월부터 팜스코·팜스코바이오인티·포크랜드·선진한마을·대성축산 등 5개사에 동물약품 구매방식을 종전 계열농장 각자 구매에서 ‘올품을 통해서만 통합 구매’하는 방식으로 변경했다.  
 
올품(당시 한국썸벧)은 2011년 초부터 계열농장들의 동물약품 구매를 올품이 관장하기 위한 계획을 수립하기 시작했다. 올품은 당초 양계용 동물약품만 제조했지만 2012년경부터 동물약품 전체 시장에서 40%가 넘는 양돈용 동물약품으로 진출을 결정하고 양돈용 복제약 생산에 돌입했다.  
 
그런데 복제약의 경우 가격이나 품질 측면에서 타사 제품과 차별화가 어려운데다, 특히 올품은 양돈용 동물약품에서 사업역량이 검증되지 않고 인지도도 낮은 신규 진입자여서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매출을 늘리는 데 한계가 존재했다. 공정위는 “결국 계열농장의 통합구매를 비용절감이라는 명분으로 내세웠으나 실제 의도는 올품 제품 판매를 확대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올품은 대리점들의 적극적인 자사 제품 판매를 유도하기 위해 ‘충성 리베이트’ 전략을 사용했다. 계열농장에 동물약품을 공급하는 대리점별로 자사 제품의 판매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달성하면 내부시장에 대한 높은 판매마진을 제공하는 식이었다. 그 결과 2012∼2016년 자사 제품의 대리점 외부 매출액은 지원 행위 전과 비교해 약 2.6배 증가했다.
 

아들에게 ‘통행세’로 이득 챙겨주고 저가로 주식 넘겨

하림은 배합사료를 제조하는 계열 사료회사들에게는 기능성 사료첨가제 구매방식을 종전 제조사 직접 구매에서 2012년부터 올품을 통해 통합구매하는 것으로 변경했다. 이를 통해 2012년 2월∼2017년 2월 거래상 역할이 사실상 없는 올품이 구매 대금의 약 3%를 중간 마진으로, 이른바 통행세 명목으로 가져갔고, 그 이익은 총 17억2800만원으로 집계됐다. 물론 통합구매로 인한 원가절감 효과는 발생하지 않았다.  
 
계열 사료회사들은 올품을 거래단계에 추가할 경우 시장 상황 등에 대한 정보 파악이 늦어지고 단가경쟁에도 뒤처질 수 있다는 이유로 부정적 입장을 표명했다. 하지만 김 회장과 그룹본부의 지시와 개입에 의해 선택의 여지 없이 수용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 공정위의 설명이다. 
 
육성권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 기업집단국장이 27일 정부세종청사 공정거래위원회 기자실에서 하림그룹의 '올품' 부당 지원과 관련해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공정위는 2011년 1월 지주사 체제 전환 과정에서 당시 제일홀딩스(현 하림지주)가 보유하던 옛 올품의 주식 매각 과정도 문제 삼았다.  
 
당시 하림은 올품이 보유하던 NS쇼핑 주식 3.1%를 외부에 팔아야 했다. 공정위의 ‘손자회사 외 국내 계열사 주식 소유 금지’ 규정 위반에 해당했기 때문이다.  
 
이에 제일홀딩스는 당시 지주사 체제 밖에 있던 회사였던 당시 한국썸벧판매에 매각하면서 법 위반 소지를 피했다. 이후 한국썸벧판매는 올품과 합병했지만, 당시에는 지주사 체제 밖 회사였기에 가능했던 일이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NS쇼핑 주식을 지나치게 낮게 평가해 매각했다는 것이 공정위의 판단이다.  
 
공정위에 따르면 제일홀딩스가 한국썸벧판매에 매각했던 올품의 주식 가치는 1주당 1129원으로 평가했다. 해당 시기 올품이 보유하던 NS쇼핑 주식 가치는 1주당 7850원으로 계산해 반영했다. 해당 시기 비상장 상태였던 NS쇼핑은 장외 시장에서 5만3000~15만원에 거래된 기록이 있다. 하림은 이를 6.7~19.1배 싸게 넘긴 것이다.
 
이처럼 약품과 사료첨가제 구매, 주식 저가 매각 등을 통해 올품이 부당하게 지원받은 금액은 약 70억원에 달한다고 공정위는 밝혔다.  
 

중견기업 시절 이뤄져 김홍국 회장 고발은 피할 듯

육성권 공정위 기업집단국장은 “이번 제재는 동일인 2세 지배회사에 대한 지원행위를 통해 승계자금을 마련하고 그룹 지배권을 유지·강화할 수 있는 유인구조가 확립된 후 행해진 계열사들의 지원행위를 적발한 것”이라며 “앞으로도 총수일가 경영권 승계와 관련한 부당지원행위를 철저히 감시하고 위반행위에 대해서도 엄정하게 처리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
김 회장에 대한 검찰 고발 등의 조치가 제외된 것에 대해서는 “공정위가 기업집단의 부당지원 행위를 규제할 때 대규모 집단 중심으로 조사와 제재를 하는데 하림의 경우는 사건 기간 대부분 (대기업집단이 아닌) 중견기업 시기에 이뤄졌다”며 “부당지원금액이 크지 않은 점도 고려했다”고 덧붙였다.  
 
앞서 지난 6일 공정위는 2011년 7월부터 2017년 7월까지 삼계탕용 닭고기의 가격과 출고량을 담합한 7개 닭고기 신선육 제조·판매사업자들에 대해 과징금 총 251억 3900만원을 부과한 바 있다. 당시 공정위는 7개사 가운데 하림과 올품에 각각 78억7400만원, 51억7100만원 등 총 130억45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고 두 회사에 대해서만 검찰 고발을 결정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올품한국썸벧 등 55개의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는 하림그룹의 자산총액은 2021년 10월 기준 13조1000억원으로 재계 순위 31위에 올라있다. 최근엔 가정간편식으로 영역을 확장하면서 첫 발걸음으로 라면시장 진출을 선언했다.  

허인회 기자 heo.inho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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