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금통이 뭐예요?”…요즘 아이들은 ‘앱’으로 돈 모은다
용돈관리는 물론 주식 투자까지 가능한 미성년자 핀테크 앱
미국, 3000억원 투자 등 관련 시장 규모 거대
첫걸음 뗀 국내 빅테크·스타트업·시중은행 각축전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부모들의 '자녀 돈 모으기' 방법은 은행에 저축통장을 만들어주는 정도에 그쳤다. 하지만 요즘 부모들은 현금 없는 사회와 모바일 퍼스트 시대가 되면서 핀테크를 활용한 자산관리와 투자가 익숙한 세대다. 때문에 이들 자녀의 경제 교육에 핀테크 앱이 자연스럽게 자리잡고 있다.
해외에선 이미 미성년자의 금융관리를 하는 핀테크 앱 서비스가 보편화됐다. 자녀의 직불카드를 부모의 은행계좌와 연결해 정기적으로 용돈을 주고 소비 지출을 관리할 수 있다. 자녀들은 받은 용돈을 배분·저축하고 기부와 투자까지 할 수 있다.
국내 업체들도 미성년자 대상 핀테크 앱 개발을 위해 힘쓰기 시작했다. 카카오뱅크, 토스 등 빅테크는 물론 미성년자 핀테크 스타트업들도 새롭게 생겨나고 있다. 기존 시중은행도 미래 잠재고객을 놓치지 않기 위해 미성년자 전용 금융앱을 만들고 있다.
주식 투자·금융 퀴즈…‘각양각색’ 미성년자 핀테크 앱
그린라이트는 부모가 자녀에게 매주 혹은 매달 용돈을 자동 지급하도록 설정할 수 있게 한다. 부모가 이자율을 설정한 뒤 자녀가 심부름·숙제 등 목표를 달성하면 이자를 자급하는 특징도 있다. 그린라이트의 계좌 수는 2017년 어린이용 직불카드를 출시한 뒤 300만개를 넘었다. 현재 그린라이트의 저축액은 1억2000만 달러(약 1410억원) 이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10대를 위한 디지털 금융 서비스를 표방하는 스텝은 특히 부모가 자녀 카드에 돈을 충전하고 지출 제한액을 설정해 실시간으로 카드 사용 내역 알림을 받을 수 있다. 또 자녀의 계좌는 연방예금보험공사(FDIC)로 보호를 받고 수수료 없이 이용할 수 있다. 스텝은 지난해 10월 서비스를 출시 후 현재 사용자가 150만명을 돌파했다.
‘비지키드’는 집안일과 심부름 등 미션을 자녀에게 주고 앱을 통해 완수했다는 것을 확인하면 용돈을 자동 지급하고, 지속 달성 시 보너스를 제공한다. 투자전문업체 ‘스탁파일’과 협약을 통해 앱 안에서 디즈니, 애플, 넷플릭스 등 기업의 주식을 소액의 용돈으로 투자할 수도 있다. 용돈 일부를 자선 단체에 기부할 수도 있다.
‘조고’는 어려운 금융지식을 카드 퀴즈 게임을 통해 알려주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퀴즈를 풀 때마다 포인트를 지급받는데, 이는 스타벅스, 나이키 등 유명 가맹점에서 현금처럼 이용할 수 있다.
“돈 모으는 10대를 모아라!”…빅테크 vs 스타트업 vs 시중은행
스타트업의 진출 속도도 심상치 않다. 지난달 26일 어린이 핀테크 스타트업 ‘레몬트리’는 50억원 규모 시드 투자를 유치했다. 레몬트리는 부모가 자녀의 용돈 관리, 금융 교육, 주식 투자까지 한 번에 관리할 수 있는 원앱 서비스를 준비 중이다. 이민희 레몬트리 대표는 “미국 그린라이트의 사업 모델을 벤치마킹해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10대들의 용돈 관리 스타트업 ‘모니랩’은 다음달 용돈미션 앱의 클로즈베타(체험판)을 출시할 예정이다. 용돈미션은 자녀와 부모가 함께 과제를 설정한 후 해결하면 용돈을 받는 과정으로 진행된다. 친구들과 미션을 공유해 순위를 매겨볼 수도 있다.
하나은행이 앞서 6월 출시한 ‘아이부자’는 부모와 자녀가 함께 회원으로 가입해 이용하는 앱이다. 부모는 앱으로 자녀에게 정기적으로 용돈을 보낼 수 있다. 자녀는 심부름을 한 뒤 인증사진을 찍어 부모에게 보내면 용돈을 받을 수도 있다. 부모에게 대신 주식 거래를 요청하는 주식 매개 조르기 기능도 있다.
전문가들은 국내에서도 미성년자 대상 핀테크 앱은 어린이와 청소년의 금융 이해력을 높이는 데 분명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하지만 돈의 가치를 낮게 보고, 잘못된 정보에 쉽게 넘어갈 위험에 대해서는 경계해야 한다고 말한다. 박홍신 청소년금융교육협의회 사무국장은 “핀테크 앱은 10대들에게 지루하지 않게 금융 지식을 곧바로 전달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면서도 “변별력을 키워주기 위해 부모와 학교, 금융기관이 올바른 앱 사용을 지도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윤형준 기자 yoon.hyeong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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