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새 인사 체계 발표 날, 노조 "사측이 이메일 사전 검열"
노조, 기자회견 열고 "명확한 사과, 재발 방지 입장 밝혀야"
인사 체계 '일부' 비판, 찬성하는 항목도
회사 "사실과 다른 내용 알려지는 것 우려한 것"
삼성전자가 노동조합이 보내는 사내 메일을 사전 검열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 등 삼성전자 4개 노동조합 공동교섭단은 29일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사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노조에 적대적인 태도를 넘어 노조의 목소리를 막기 위해 온갖 무리수를 동원하고 있다”며 “사태에 대한 명확한 사과 및 재발 방지 입장을 반드시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번 기자회견은 노조 측이 삼성전자의 인사제도 개편안을 비판하는 내용을 담은 이메일을 직원들에게 보내고, 회사가 이를 막았다는 것이 문제로 불거지며 촉발됐다. 삼성전자는 29일 동료평가제 도입, 직급별 표준 체류기간 폐지 등의 내용을 담은 인사제도 개편안을 내놨는데, 노조는 개편안의 일부를 반대해왔다.
전국삼성전자노조 관계자는 본지와 통화에서 “노조가 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을 사실과 다른 내용에 포함됐다는 이유로 (회사가 발송을) 막았는데, 이는 엄연한 사전 검열”이라고 했다. 그는 “만약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었더라도 나중에 내용을 수정하는 등의 방법이 있는데, 처음부터 막은 것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기자회견도 회사 측의 이메일 사전 검열 등 노조 활동 탄압에 대한 비판에서 열었다는 것이다.
노조 측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노동3권 보장 약속이 지켜지길 바란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5월 이 부회장은 대국민 기자회견에서 “더 삼성에서 무노조 경영이란 말이 나오지 않도록 하겠다”며 “노사관계 법령을 철저히 지키고 노동3권을 확실히 보장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 관계자는 “(개편안과 관련해) 잘못된 내용을 알고 계신 분들도 있고 실제 제도와 다른 내용의 기사도 있었다. (이를 고려해) 내용 수정을 부탁드린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한편 삼성전자는 29일 발표한 인사 체계 개편안에는 승진의 기본 조건이었던 ‘직급별 표준체류기간’ 폐지와 직원 평가를 상대평가 대신 절대평가로 바꾸는 내용이 담겨 있다. 한 부서에서 5년간 근무하면 타 부서로 옮길 수 있는 자격을 주고, 우수 인력은 정년 이후에도 근무할 수 있도록 하는 ‘시니어 트랙’ 제도도 도입할 방침이다.
노조 측은 “교환근무나 경력단절 직원의 연착륙을 위한 일정 기간 평가 보류 등 찬성하는 부분도 있다”면서도 “인사평가 제도가 부서장의 권한만 강화하고 직원 간의 불신을 조장하게 하는 역효과도 우려된다. 이런 부분은 개선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병희 기자 yi.byeong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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