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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태영의 서소문 오락실] 메타버스와 게임, 비슷한데 왜 다르다고 할까?

게임과 메타버스 차이점 ‘모호’…전문가들 “메타버스, 게임 아니다”
게임법 적용 받는 게임과 엔터 산업 분류된 메타버스 형평성 문제 해결해야

 
 
 
제페토 속 블랙핑크 모습 [중앙포토]
최근 여러 뉴스에서 눈에 띄는 용어가 하나 있습니다. 바로 ‘메타버스(Metaverse)’입니다.
 
그렇다면 메타버스란 과연 무엇일까요. 메타버스는 가상·초월을 뜻하는 메타(Meta)와 세상·우주를 의미하는 유니버스(Universe)를 합친 말입니다. 현실세계와 같은 사회·경제·문화 활동이 이뤄지는 3차원의 가상세계를 뜻합니다.  
 
사실 메타버스라는 개념은 최근 등장한 것이 아닙니다. 메타버스의 개념은 1992년 닐 스티븐슨(Neal Stephenson)의 과학소설 ‘스노우 크래시(Snow Crash)’에서 처음 언급됐습니다. 해당 작품 속에서 메타버스는 고글과 이어폰, 즉 시청각 출력장치를 이용해 접근하는 가상세계로 규정됩니다. ‘아바타(Avatar)’라는 개념도 스노우 크래시에서 등장합니다. 소설 속 등장인물들은 아바타라는 가상의 신체를 빌려야만 가상 세계로 들어갈 수 있습니다.
 
메타버스라는 용어 자체는 생소할 수 있지만 우리는 이미 오래전부터 메타버스 관련 콘텐트를 경험해 왔습니다. ‘싸이월드’ 속 미니미와 각종 온라인게임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은 아바타의 대표적 예입니다. 지난 2018년 개봉한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SF 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은 가상현실(VR) 게임 속에서 경제 활동을 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그리고 있습니다.  
 
여기까지 설명을 보면 고개를 갸웃거리는 사람들이 있을 것입니다. 바로 평소 온라인게임을 즐겨하는 유저들입니다. 그들 입장에서는 ‘메타버스와 온라인게임의 다른 점이 뭔데?’라는 질문이 나올 수 있습니다. 
 
온라인게임 속에도 똑같이 아바타가 등장하고 여러 커뮤니티 관련 활동들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게임 속 공연으로 최근 여러 증권 리포트에서 메타버스 플랫폼으로 분류되는 에픽게임즈의 ‘포트나이트’도 시작은 3인칭 슈팅 게임이었습니다.
 
그렇다면 이런 질문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메타버스랑 게임이랑 굳이 분류를 해야 되나?’ 맞는 말입니다. 그런데 적어도 한국에서는 이를 구분할 필요가 있습니다. 관련 사업 확장을 위해선 ‘게임법’ 적용 유무를 살펴봐야 하기 때문입니다.
 

게임도 메타버스? 게임법 적용 여부가 쟁점 

현재 NFT 기술을 활용한 P2E 게임들은 국내에서 정상적인 서비스를 할 수 없습니다. 게임물관리위원회가 게임 아이템 현금화 가능성이 사행성을 조장할 수 있다는 이유로 NFT 활용 게임에 대한 등급분류를 거부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서비스되는 모든 게임은 연령등급을 받아야 하며, 등급분류가 취소되면 서비스를 이어갈 수 없습니다.
 
반면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는 플랫폼 안에서 유저들이 경제활동을 하고 수익을 얻는 것이 가능합니다. 게임이 아닌 엔터테인먼트로 분류돼 게임법의 영향을 피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결국 쟁점은 게임법 적용 여부입니다.  
 
이와 관련해 최근 열린 ‘게임물관리위원회 2021 정책 세미나’에서 박형준 성균관대 행정학과 교수는 “메타버스와 게임은 유사점이 있다. 그러나 이용자의 콘텐트 생산 확장성, 독자적인 경제 체제 등의 차이점이 명확하다. 이 때문에 메타버스와 게임은 다른 것으로 판단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메타버스는 게임인가, 아닌가’에 대한 국내 전문가 인식조사에서도 ‘게임으로 볼 수 있다’는 응답은 20%에 불과했고 ‘게임으로 볼 수 없다’가 50%, ‘구분이 모호하다’가 28%였던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다만 박 교수는 이번 결과에 대해 “개인 의견일 뿐 게임위의 공식 입장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습니다.
 
최근 메타버스 산업이 급성장하고 있는 상황에서 메타버스에 게임 관련 규제를 적용하기란 사실상 부담이 큽니다. 그렇다고 게임과의 형평성 문제도 좌시해서는 안됩니다. 문제는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기관인 게임위가 스스로 변화를 추구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점입니다. 결국 게임법 개정 등을 위해서는 입법기관인 국회가 움직여야 합니다.
 
신기술의 등장은 항상 혼란을 야기시킵니다. 하지만 혼란스럽다고 해서 이를 방치해서는 안됩니다. 그럴수록, 관련 기술에 대해 공부하고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원태영 기자 won.tae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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