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뱅·케뱅·토뱅 ‘인뱅 삼국지’ 개막...진검승부는 내년? [2021 금융업계 리뷰-인뱅]
카카오뱅크는 상장, 케이뱅크는 흑자, 토스뱅크는 출범
신용평가 모형 고도화 및 중금리대출 확대는 핵심 과제
올해 국내 금융권은 ‘인뱅 삼국지’가 본격 개막한 의미 있는 한 해로 기록될 것으로 보인다. 각 사 별로도 큰 숙원과제를 마무리했다. 카카오뱅크는 주식시장 ‘상장’ 흥행몰이에 성공했고, 케이뱅크는 ‘코인’을 타고 흑자 전환에 청신호를 켰다. 토스뱅크도 안팎의 큰 기대감 속에 새롭게 ‘닻’을 올리며 치열한 인뱅 3파전을 예고했다. 인터넷은행은 100% 비대면, 간편한 애플리케이션(앱) 등의 강점을 내세우며 대형 시중은행에 ‘디지털 대전환’이라는 난제를 안겨주기도 했다.
카카오뱅크 ‘노란 상어’ 등극... 사용자 수 1470만명 넘어
인터넷은행 첫 상장사인데다 자산 규모에서도 대형 금융지주에 비해 큰 열세지만, 상장과 동시에 KB금융지주를 제치고 금융 대장주로 등극했다. 지난 8월 초 상장 이후 코스피시장 시가총액 기준으로도 10위권 안팎을 줄곧 유지하고 있다.
카카오뱅크는 '카카오'라는 플랫폼을 무기로 여신‧수신 상품을 늘리며 몸집을 키워나갔다. 카카오뱅크 올해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은 2050억원, 당기순이익은 1679억원을 기록했다. 수신 잔액은 29조645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5조5252억원 불어났다. MZ세대 이용자들에게는 시중은행이 아닌 카카오뱅크가 주거래 은행으로 인식되고 있다. 실제 카카오뱅크 모바일 앱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 Monthly Active User)는 1470만명을 넘어섰다.
100% 비대면 영업에 기반을 둔 비용 효율성 측면에서도 눈에 띄는 성과를 나타냈다. 카카오뱅크 직원 1인당 생산성은 약 3억원으로 시중은행 직원(2억원)의 1.5배 수준이다. 국내 은행들의 3분기 경영현황 공시를 종합하면, 올해 1∼9월 카카오뱅크의 직원 1인당 이익(충당금 적립 전 기준)은 2억8000만원으로, 같은 기간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의 직원 1명당 평균 이익(1억8700만원)보다 49.7% 많았다.
카카오뱅크는 내년 주택담보대출 출시를 위해 또 한 번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내년에는 카카오뱅크만의 모바일 완결성을 바탕으로 주택담보대출 시장에 진출해 새로운 혁신을 선보일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금융 플랫폼 3파전' 진검 승부 예고하는 케이뱅크, 토스뱅크
금융권에 따르면 케이뱅크는 올해 연간 기준으로 100억원 중반대 당기순이익이 전망된다. 지난해 1054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하고 상반기까지 대출 중단이었던 상황을 감안하면 분위기가 크게 달라진 것이다.
케이뱅크의 환골탈태는 ‘코인 열풍’의 큰 수혜를 입고 있는 가장자산거래소 '업비트'와의 제휴가 주효했다. 업비트에서 원화 거래를 위해 케이뱅크 계좌를 발급받으면서 케이뱅크 고객이 크게 늘었다. 올해 케이뱅크 고객은 3배 이상 늘어 700만명을 돌파했다.
고객 확대에 여신 규모는 지난해 말 2조9900억원에서 지난달 말 6조8300억원으로 두 배, 수신은 3조7500억원에서 11조8700억원으로 세 배 이상으로 급증했다.
올해 2분기부터 케이뱅크의 비이자손익(순수수료손익)도 흑자로 돌아섰다. 케이뱅크는 아파트담보대출과 비상금 마이너스 통장, 사잇돌대출, 전세대출 등을 내놓으며 여신 포트폴리오를 완성했고, 무료 자동이체, 중도 상환 수수료 무료 등 이용자 편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케이뱅크는 증가한 고객을 기반으로 디지털 금융플랫폼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전략이다. 최근 출범 이후 처음으로 전 직군에 걸쳐 채용연계형 인턴을 모집하면서 인력 확대에도 나섰다. 케이뱅크 관계자는 “케이뱅크의 50대 이상 고객은 올해 들어서만 약 80만명 증가했다”며 “금융 문턱을 낮추고 전 연령층을 위한 디지털 금융 플랫폼 사업자로 도약하겠다”고 밝혔다.
반면 지난 10월 5일 후발주자로 합류한 토스뱅크에게는 2021년은 다소 아쉬운 한해로 기억될 것으로 보인다. 출범 열흘 만에 5000억원 대출 한도를 소진하면서 대출이 중단됐기 때문이다. 토스뱅크로서는 새롭게 대출한도가 채워지는 내년을 기약할 수밖에 없게 됐다. 이를 위해 토스뱅크는 고객별로 다양한 직업군과 소득군을 고려한 신용평가모델 고도화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사실 토스뱅크의 출범은 카카오·케이뱅크 못지않게 화려했다. 출범 전부터 '조건 없는' 연 2% 금리를 내세워 사전 신청 고객 170만명이 몰리며 흥행몰이에도 성공했다. 2000만명이 사용하는 모바일 금융 앱 토스를 기반으로 토스 앱 하나에서 은행, 증권, 송금 서비스를 한꺼번에 이용 가능한 ‘원 앱’ 전략이 적중한 것이다.
하지만 대출이 중단된 상태에서 2% 금리를 지급해야 하는 ‘역마진’ 상황에 놓이면서 혜택을 일부 축소했다. 토스뱅크 입장에서는 불가피했지만, 금융소비자로선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다. 토스뱅크는 내년 1월 5일부터 1억원을 넘는 수신 금액에 대해서 연 0.1% 금리(세전)를 적용할 예정이다.
토스뱅크 관계자는 “역마진 상황에서 혜택 축소는 경영 부담을 일부 덜기 위한 조치”라며 “1억원 한도 내에선 기존처럼 2%를 적용해 약 99%에 달하는 고객들은 기존과 변함없는 혜택을 누릴 수 있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고 전했다.
시중은행도 '공격 앞으로'...쉽지 않은 중금리대출 과제
인터넷은행의 올해 3분기 말 기준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은 카카오뱅크 13.4%, 케이뱅크 13.7%, 토스뱅크 28.2% 수준이다. 이들 은행은 연말까지 각각 20.8%, 21.5%, 34.9%까지 중저신용자 비중을 늘려야 한다.
내년에는 중신용대출을 둘러싼 경쟁도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인터넷은행뿐 아니라 시중은행도 내년 35조원까지 늘어날 중금리 대출 확대를 위해 대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선 금융 이력이 부족한 중저신용자 대출 시장에서 수익을 확보하기 위해 이들의 상환능력을 정확히 평가하는 게 핵심 과제라고 보고 있다.
한 인터넷은행 관계자는 “전체 가계대출 총량 규제에서 중신용대출을 제외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지만 아직 구체적으로 결정된 것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인터넷은행들 모두 중신용대출 확대를 위해 이자 지원 이벤트와 평가모형 고도화 등으로 노력하고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홍다원 기자 hong.da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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