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대출 두고 내놓는 당근·채찍…고객들 "못 먹는 감 찔러 봤자"
신용점수제 등 통해 대출 환경 좋아져
고객들 입장선 DSR 규제 강화로 대출받기 어려워
저소득자 규제 풀어주자 고신용자 '역차별' 논란도
은행권이 대출 영업을 두고 고객에게 당근과 채찍 정책을 내놓고 있다. 앞에선 금융소비자 혜택을 늘리고 뒤에선 대출을 조이는 방식이다.
이는 금융당국이 가계부채 관리와 서민 피해 우려를 두고 오락가락 대책을 내놓은 게 원인으로 분석된다. 당국은 올해부터 '담보'보다 '상환능력'이 대출 지급의 기준이 되게 하겠다는 입장이다.
지난해부터 당국의 대출 조이기가 강화되자 대출 한도 축소, 금리 인상 등 은행들의 규제도 시작됐다. 하지만 비판 여론이 높아지자 당국은 다시 예대마진이 문제라고 언급하고 나서 은행들이 대출 우대금리를 복원하는 상황이다.
신용점수제 도입·우대금리 복원 등 혜택 늘려
금융위는 지난해부터 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은행 등 5대 은행에서 시행한 신용점수제를 올해는 전 금융사에 적용하기로 했다. 금융위는 신용점수제 도입을 통해 약 240만 금융 소비자가 연 1% 수준 금리 절감 혜택을 받을 것으로 예상한다.
아울러 전업주부, 취업준비생들도 카드 소비 패턴과 비금융 분야인 공공요금⋅통신비⋅관리비 납부 이력 등이 신용점수제에 적용되면서 대출 신청 등에 혜택을 받게 될 전망이다.
여기에다 은행들은 지난해 하반기 일시적으로 축소했던 우대금리를 복원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3일부터 10개 신용대출과 4개 주택담보대출의 우대금리를 0.3∼0.6%포인트 인상한다. KB국민은행도 같은 날부터 전세자금대출과 부동산담보대출 우대금리를 0.2~0.3%포인트 올리기로 했다.
은행업계는 우대금리 인상 분위기가 전 은행으로 확산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경쟁 은행이 우대금리를 복원했기 때문에 고객 유입을 고려해서 다른 은행들도 우대금리를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대출 지급 기준, 앞으로 '담보'서 '상환능력'으로
금융위는 먼저 1월부터 2억원 초과 대출자에게 연간 원리금 상환액이 연 소득의 40%를 넘지 못하도록, 7월부터는 1억원 초과 시부터 40%룰을 적용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은행별 가계대출 증가율을 지난해(5~6%)보다 낮은 4~5%로 관리하겠다는 방침이다.
금융당국은 DSR 도입으로 지금까지 '담보'만 있으면 대출을 받을 수 있는 대출 환경을 '상환능력'이 있어야 받을 수 있게끔 바꾼다는 입장이다.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신년사에서도 코로나19 대출 지원에 대해 '상환능력'을 강조하며 "채무자들이 상환능력 범위 내에서 신속하게 채무를 상환하고 재기할 수 있도록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금융당국은 연 소득 3500만원 이하 저소득자의 경우는 규제에서 제외하는 당근 정책도 내놨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8월 가계대출 총량관리에 나서기 시작하면서 신용대출 한도를 연봉의 100% 이내로 축소한 바 있지만, 올해는 소득 수준에 따라 연 3500만원 소득자에 대해서는 심사를 통해 이 규제를 예외로 하기로 했다.
아울러 결혼·장례·출산·수술 등 긴급 생활안정자금을 위한 대출에 대해서도 올해부터 연 소득 제한을 두지 않기로 했다. 문제는 고소득 전문직 등 고신용자들이 연 소득 제한으로 대출 한도가 줄어 역차별을 볼 수 있다는 점이다. 당국 규제로 다수 시중은행이 신용대출은 연 소득 이내로, 마이너스 통장은 최대 5000만원 한도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금융당국은 "올해 상반기까지 신용대출 규제를 유지하고 추가 연장 등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용우 기자 lee.yongwo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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