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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 사임·총수 부당 승계 작업 논란…하림그룹의 오너리스크?

프리미엄 라면 사업 이끌던 윤석춘 하림 대표 사임
김홍국 하림 그룹 회장은 장남에 일감 몰아주기 논란

 
 
하림그룹이 오너·경영진 리스크로 홍역을 앓고 있다. 고가의 프리미엄 라면으로 시장에 출사표를 던진 하림은 제품 출시 3개월 만에 이를 담당하던 수장이 물러났다. 하림그룹 계열사들은 지난해 총수 아들 회사를 부당지원한 사실이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에 적발되면서 과징금을 물게 됐고, 경찰은 일감 몰아주기 의혹 등과 관련해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 수사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0월 서울 강남구 논현동 하림타워에서 열린 'The미식 장인라면' 출시 미디어 데이에서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이 라면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 하림]

프리미엄 라면 사업 이끌던 윤석춘 대표 사임

하림은 지난해 12월 31일 윤석춘 대표이사가 사임했다고 공시했다. 이로써 하림은 김홍국, 박길연, 윤석춘 각자대표 체제에서 김홍국, 박길연(각자대표) 체제로 전환했다. 윤 전 대표는 하림그룹의 라면사업 진출이라는 중책을 맡으며 새로운 시작을 알렸지만, 임기를 2년이나 남기고 물러났다.  
 
장인라면은 개당 2200원의 고가 제품으로 출시 당시부터 주목을 받았다. 지난해 10월 장인라면 출시 미디어데이에는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이 직접 나와 라면을 소개하기도 했다. 하지만 소비자들의 호응을 끌어내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으면서 윤 전 대표가 책임을 떠안은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윤석춘 대표의 사임에 대해 유통업계 관계자는 “일신상 사유라는 이야기도 있지만, 대표의 사임이 간단한 문제는 아니다”라며 “신제품 출시와 성과, 이에 대한 책임 등 복합적인 평가를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CJ씨푸드 대표, CJ제일제당 영업총괄 부사장, SPC삼립 대표 등을 역임한 윤 전 대표는 식품업계 전문가로 2018년 하림에 합류했다. 그룹이 라면사업을 막 시작한 상황에서 이를 책임지던 수장이 물러나면서 향후 회사의 사업 방향에도 변화가 생길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해 10월 육성권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 기업집단국장이 27일 오전 정부세종청사 공정거래위원회 기자실에서 하림그룹의 '올품' 부당 지원과 관련해 브리핑을 하고 있다. 공정위는 기업집단 '하림' 소속 계열 회사들이 김홍국 회장의 장남 김준영 씨가 100% 지분을 보유한 '올품'을 부당하게 지원하고 이익을 제공한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48억8800만원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연합뉴스]

총수 일가에 일감 몰아주기, 불법 승계 의혹 남아  

대표이사 사퇴 외에 하림그룹의 총수 일가에 대한 일감 몰아주기도 논란이 되고 있다. 지난해 10월 공정위는 하림그룹 계열사들이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 장남 회사에 부당하게 이익을 제공했다고 발표했다.   
 
공정위는 공정거래법을 위반한 하림 계열 8개사(팜스코, 선진, 제일사료, 하림지주, 팜스코바이오인티, 포크랜드, 선진한마을, 대성축산)와 올품에 시정 명령 및 과징금 48억8800만원을 부과한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하림 계열사들이 김홍국 회장과 그룹본부의 개입 아래 김홍국 회장 아들 회사에 구매물량을 몰아주거나 제품을 고가에 매입하는 방식으로 경제적 이익을 제공했다고 판단했다. 2021년 12월에는 경찰이 김홍국 회장 등 하림 그룹에 대한 조사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위에 따르면 55개 계열사를 거느린 하림그룹의 자산총액은 2021년 10월 기준 13조1000억원으로, 재계 순위 31위다. 하림지주는 하림(57.37%), 제일사료(88.11%), 엔에스쇼핑(47.96), 선진(50%), 팜스코(56.34%), 팬오션(54.70%) 지분을 보유한 하림그룹 지주회사다. 이 회사의 최대주주가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 일가다. 지난해 9월 기준 김홍국 회장이 보유한 하림지주 지분은 22.95%, 한국인베스트먼트(주)와 올품은 각각 20.25%와 4.36%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인베스트먼트(주)가 올품의 100% 자회사이고, 올품의 지분 전량을 김홍국 회장의 장남 김준영씨가 갖고 있다는 것을 고려하면, 사실상 하림 지주 최대주주는 김준영씨가 되는 셈이다.  
 
공정위 조사에 따르면 하림그룹 계열사들은 최대주주 회사에 이익을 안겨주기 위해 일감 몰아주기 등의 부당한 혜택을 줬다는 해석이다. 공정위는 하림그룹 계열회사들이 올품에서 제품을 시장가보다 비싼 값으로 사들이거나 올품을 거쳐 제품을 구매해 올품에 이익을 올려주는 방식으로 올품을 부당 지원했다고 판단했다.  
 
일감 몰아주기는 그 자체로도 문제가 되지만, 대기업 오너나 그 일가가 이렇게 얻은 이익을 기업 승계에 활용하는 사례도 있어 ‘부당 승계 지원’ 수단으로 지적받기도 한다.  
 
공정위는 당시 보도자료를 통해 “이 사건 지원행위는 하림그룹 내에서 동일인 2세가 지배하는 올품을 중심으로 한 소유집중 및 자신의 경쟁력과 무관하게 올품의 사업상 지위를 강화하는 시장집중을 발생시킬 우려를 초래했다”고 설명했다. 경찰이 조사하는 부분도 일감 몰아주기와 부당한 지원 등에 관한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 재벌 승계 논란 답습 지적도  

이런 논란은 과거 대기업 오너 일가의 승계 과정에서 문제로 불거진 바 있다. 일부 대기업 총수가 일감 몰아주기 등으로 비상장회사를 키워 승계 자금을 마련했다는 의혹을 받았기 때문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1994년 고 이건희 회장에 증여받은 61억원을 불려 삼성그룹 정점에 있던 에버랜드의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에버랜드-삼성생명-삼성전자·삼성물산으로 연결되는 지배구조 정점에 선 것이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최대주주로 있는 현대글로비스도 비슷한 논란을 겪었다. 현대글로비스는 정의선 회장이 지분(23.29%)을 가장 많이 보유한 현대차그룹 계열사 중 하나다. 향후 그룹 지배구조 개편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되는 곳이기도 하다. 지난해 말 기준 시가총액은 6조3000억원. 정 회장이 보유한 현대글로비스의 주식 가치는 약 1조5000억원에 달한다.  
 
2001년 한국로지텍으로 시작한 현대글로비스의 자본금은 12억5000만원 수준이었다. 이후 현대차그룹 계열사 일감을 받아 성장하고, 상장에 성공하면서 기업 가치도 순식간에 불어났다. 그러나 2006년 정몽구 명예회장이 계열사에 1000억원이 넘는 비자금을 조성하고 회사에 손해를 끼친 혐의로 구속되는 가운데 현대글로비스도 연루됐다는 사실이 드러나 문제로 지적되기도 했다. 

이병희 기자 yi.byeong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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