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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 뚫고 폭등했던 집값 새해에도 계속 오를까?

[2022 경제대예측 - 국내·외 산업 동향③] yes 65%

 
 
서울 여의도 63스퀘어에서 바라본 서울 아파트의 모습 [연합뉴스]
2021년 11월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은 한 라디오뉴스 인터뷰에서 “확실히 조정국면에 접어들었다”며 집값 안정을 천명했다. 2017년 6·19대책 이후 약 4년 반 동안 시행된 부동산안정화대책의 성과가 나오는 듯한 순간이었다. 한국부동산원(옛 한국감정원)이 내놓는 주간 아파트매매지수도 집값 상승 폭을 줄이며 이 같은 분석을 뒷받침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찬물을 끼얹는 기사가 온라인을 장식했다. 서울 서초구 반포동에 있는 아크로 리버파크 전용면적 84.9㎡가 또다시 매매 신고가를 기록한 것이다. 이른바 ‘국민 평형’이라고도 불리는 면적의 공동주택이 초고가인 45억원에 거래되며 3.3㎡당 1억3000만원을 넘겼다.  
 
2021년 말을 장식했던 종합부동산세 폭탄, 금리 인상에 이어 2022년에는 제20대 대통령선거, 중국 발(發) 부동산 위기, 선진국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 등 대내외적 변수가 쏟아질 예정이다. “꼭지냐, 아니냐”를 두고 전문가 간 이견이 많은 가운데 누군가는 조심스럽게 ‘똘똘한 한 채’를 외치며 “살 사람은 산다”는 지론을 편다. 강남 새 아파트의 초고가 행렬이 의미하는 바는 무엇일까.  
 

눈 높아진 소비자, ‘신상’은 여전히 태부족  

우리나라 1인당 국민소득(GNI)은 어느새 선진국 기준인 3만 달러를 넘긴 지 오래다. 저성장 시대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가 겹쳐 점점 더 먹고살기 어렵다고 하지만 부유층과 고소득자 수 역시 매년 증가하고 있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가 발간한 ‘2021 한국 부자 보고서’에 따르면 금융자산 10억원 이상 자산가 수는 2016년 27만1000명에서 2020년 39만3000명으로 10만명 이상 늘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상 삼성전자, SK텔레콤, 네이버 등 국내 주요 대기업의 2020년 1인당 평균 연봉 또한 1억원을 넘겼다. 토스, SK바이오팜 같은 유니콘들은 임직원에게 억대 스톡옵션과 성과급을 제공했다. 정보통신기술(ICT), 바이오산업 호황에 따라 이 같은 현상은 2022년에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우리 사회 곳곳에선 외형만큼 선진국다운 조건을 충족하지 못하는 부분을 발견할 수 있다. 이번 주제인 주택시장을 돌아보자면 ‘압축 성장’의 상징인 이른바 ‘닭장 아파트’가 대표적이다. 어느 나라든 고밀 개발 된 대도시는 맨션, 또는 콘도라 불리는 공동주택이 주거형태의 주를 이루지만 한국의 많은 도심 아파트 입주민들은 유독 주차난, 상수도 녹물 같은 불편을 겪고 있다.
 
특히 수도권에선 주거 선호지역으로 갈수록 이 같은 주택 노후화가 심한 기현상을 발견할 수 있다. 애초에 1970~80년대 서울 강남·여의도·목동 같은 곳에 대규모 공동주택 단지가 개발되며 부촌을 이룬 탓도 있다. 문제는 야심 차게 추진했던 도시정비사업이 2008년 뉴욕 발(發) 금융위기 이후 부동산 시장 불황 여파로 지체되거나 규제의 벽에 부딪혀 미뤄진 경우가 적지 않다는 점이다. 한국부동산원 부동산테크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서울의 평균 아파트 연식은 21.2년으로 국내 대도시 최고 수준을 달리고 있다. 정도의 차이일 뿐 대전·부산·광주 같은 지방 대도시 아파트 연식도 20년 안팎인 것은 마찬가지다.  
 
그래서 최근 몇 년간 수도권 집값 급등의 원인으로 지목된 주택공급 부족 현상은 ‘신축 아파트’ 부족과 맞물려 더 큰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주택보급률이 2008년 이미 100%를 초과한 상태에서 “집이 없다”는 말은 사실 “살만한 아파트가 없다”는 뜻이 된다. 이처럼 품귀현상을 불러일으킨 새 아파트는 2016년 전후로 본격 시작된 이번 집값 상
승기를 주도했다.  
 

규제의 아이러니…분양·대출규제가 다져놓은 집값

아크로리버파크 단지 전경 [중앙포토]
서울 강남권에선 3.3㎡당 1억원 시대를 연 아크로리버파크가, 강북 직장인들 사이에선 마포래미안푸르지오가 선망하는 주거단지로 자리 잡았다. 대전에선 도안신도시, 부산에선 대연 롯데캐슬 레전드 등 대연동 신축이 집값 상승 열풍을 불러일으켰다.
 
그러나 정부는 정권 초부터 공급이 아닌 수요를 손봤다. 대출 규제로 고가주택의 상승을 억제하고 분양가 통제, 안전진단기준 강화 등으로 재개발·재건축 등 미래 신축 아파
트가 낳을 잔치 분위기를 차단하기로 한 것이다.  
 
분양보증을 무기로 하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분양가 심사와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로 일부 청약자들은 로또를 맞았지만 이미 공급됐어야 할 단지들이 여전히 계산기를 두드리면서 주택 공급은 말라가고 있었다. 실수요자들이 몇 년 동안 손꼽아 기다린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아파트 재건축(둔촌 올림픽파크 에비뉴포레)은 2020년 착공한 뒤 공정률이 40%에 도달했는데도 일반분양 시장에 나오지 못하고 있다.
 
이에 부동산 전문가 다수와 주택산업연구원(주산연)은 입을 맞춰 2022년에도 수급 불안 문제로 집값 상승을 점치고 있다. 주산연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 5년간 누적된 공급 부족이 38만 가구에 이른다. 이중 서울에서만 14만 가구의 공급이 부족한 상태다. 아파트를 착공해 완공하기까지는 최소 2년에서 3년까지 기간이 필요하다. 현재 입주물량 부족은 2~3년 전 분양이 감소하면서 생긴 결과라는 뜻이다. 정부는 2018년 하반기 부랴부랴 수도권 30만 가구 공급대책을 내놨지만 3기 신도시 등 택지개발에만 최소 5년이 걸린다.  
 
결국 다년간 집값 상승의 피로감, 금리 인상, 대출 규제, 대구·세종 등 일부 지역의 입주물량 적체 같은 요소가 작용해 2021년보다 상승 폭은 줄 수 있지만 2022년에도 수급 부족 현상이 이어지며 집값이 상승한다는 뜻이다.  
 
[이코노미스트]가 업계 전문가 21명에게 물어본‘2022년 부동산 설문’에서 응답자가 예상한 내년 집값 상승률 평균과 주산연 전망치는 2.5%로 같았다. 건설·부동산 애널리스트로 명성을 얻었던 이상우 인베이트투자자문 대표는 “공급 부족 등 모든 지표가 상승에 일조할 것”이라고 단언하기도 했다.
 
또한 역설적이게도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안정화 대책은 그동안 높은 집값의 바닥을 다졌다. 일례로 지난 4년 동안 전 지역이 투기과열지구였던 서울에서 집을 산 매수인 상당수는 집값의 채 40%도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을 받지 못했다. 10억원짜리 아파트를 사며 신용대출 없이 담보대출만을 받았다면 4억원도 빌리지 못했다는 뜻이다. 2017년 8·2대책으로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 주담대에 대한 담보인정비율(LTV)과 부채상환비율(DTI)이 40%로 제한됐기 때문이다. 담보인정비율 산정 시 실거래가 아닌 KB부동산 시세, 한국부동산원 시세 등 시가를 기준으로 한다. 통상 부동산 상승기엔 기관 시세가 실거래 상승의 속도를 따라잡지 못한다.
 
덕분에 규제지역으로 지정된 수도권과 지방 광역시 부동산은 정부 대책 발표 시기에 잠시 주춤했다가 숨 고르기를 한 후 다시 상승하는 패턴을 이어갔다. 대출 규제에 적응하는 시기를 거치며 계단식 상승을 반복한 셈이다.  
 

매수심리 결정할 대선, 당장은 상승에 한 몫  

그럼에도 2022년 3월 대통령선거는 여전히 부동산 시장에 영향을 줄 변수로 지목된다. 특정 후보의 당선 여부에 따라 정책이 전혀 다른 방향으로 갈릴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여야의 대립되는 부동산 정책 방향성에 따라 시장참여자들 대응이 달라지면서 가격 변동이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당장 2022년까진 승자가 누구든 선거 자체가 집값을 올리는 동력이 되리라는 전망 또한 다수를 이루고 있다. 이 역시 공급물량과 관련이 있다. 선거철에 분양이나 주택마케팅을 하지 않는 것은 건설업계 불문율이다.  
 
부동산 분석업체 부동산인포와 리얼투데이에 따르면 이 때문에 2021년 말 일명 ‘밀어내기 물량’이 집중됐다. 경기도·인천에선 2만3000여 가구, 전국으로 치면 6만2558가 규모다. 이 또한 누적된 공급 부족을 채우기엔 역부족이며 2022년 주택공급은 일시적으로 더더욱 부족해질 전망이다.
 
조영광 대우건설 부동산데이터 연구원은 “대선도 변수이나 누가되든 공급부족이 예상된다”면서 “여당이 승리하면서 지금과 같은 HUG의 분양가 규제가 계속된다면 시장 왜곡이 계속되며 실수요자 사이에 ‘패닉바잉(공포에 의한 사재기)’, ‘청무피사’(“청약은 무슨 피주고 사”를 줄인 유행어) 현상이 지속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그는 “야당이 승리해도 종부세, 재초환 등 민감한 부동산법안을 수개월 내 변경하기 어려워 2023년이 돼야 민간공급의 숨통이 트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선거에서 재개발, 광역교통망 등 지역공약이 호재로 작용하며 집값을 밀어 올릴 가능성도 있다. 2022년에는 대선뿐 아니라 6월 지방선거도 열린다. 지방선거는 지자체장 등을 뽑는 특성상 구체적인 지역 호재로 이어진다. 재선을 노리는 오세훈 서울시장의 신속통합기획 민간정비사업이 대표적이다. 5년 이상 걸리던 정비구역 지정 기간을 2년으로 단축한다면 30년 넘은 낡은 아파트가 곧 호텔식 커뮤니티를 갖춘 럭셔리한 새 아파트가 될 것이란 상상력이 발휘될 수 있다. 이에 따라 주요지역 정비사업 추진 단지의 가치는 더욱 오를 전망이다.  
 
2018년 공개된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개발계획이 경기도 동탄, 일산부터 인천 송도 집값을 끌어올렸던 현상과 같은 일이 반복될 수 있다. 이미 조짐이 보인다. 국토부가 2021년 12월 14일 광역철도 지정기준 개선안을 발표함에 따라 각 지자체에 의해 동탄이 종점이던 GTX-C노선의 평택 연장과 GTX-B의 춘천 연장이 추진되고 있다. 제주 제2 공항, 동남권 신공항(부산 가덕도) 개발 문제도 다시 부상하고 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내년 선거로 인해 주택공급 확대 및 기반시설 구축 등 개발 호재가 있다”면서 “정부가 계획한 공급물량은 많지만, 입주까지 시일이 걸려 당분간 상승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민보름 기자 min.boreu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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