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테크
해외 거래소도 국세청 레이더에…'CARF'가 바꿀 코인 과세
- [100억 코인 부자, 증명의 시간②
올해 거래정보 이르면 내년부터 국가 간 공유
미참여국·개인지갑 등 추적 사각지대 여전
[이코노미스트 박세진 기자] 과세당국의 손길이 닿지 않던 해외 가상자산 거래소가 더 이상 사각지대로 남기 어려워질 전망이다. 국내외 가상자산사업자가 이용자의 거래 정보를 수집하는 암호화자산 정보교환규정(CARF·카프)이 시행되면서다. 올해 해외 거래소에서 이뤄진 국내 투자자의 가상자산 거래 정보는 이르면 2027년부터 국가 간 자동정보교환을 통해 국세청에 전달될 수 있다.
카프가 시행되면 해외 거래소는 이용자의 거주지와 거래 정보를 해당 국가 과세당국에 보고해야 한다. 각국 과세당국은 확보한 정보를 정기적으로 교환한다. 국세청이 해외 거래소에 일일이 자료를 요청하지 않더라도 상대국 과세당국을 통해 국내 투자자의 거래 자료를 확보할 길이 열리는 것이다.
해외 거래소에 자산을 숨기면 국세청이 알기 어렵다는 믿음도 깨질 수 있다. 다만 모든 해외 거래와 개인 지갑의 최종 소유자까지 한꺼번에 파악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참여국과 정보교환 대상이 얼마나 넓어지느냐에 따라 제도의 실효성이 갈릴 전망이다.
은행 계좌 넘어 코인 거래도 자동 교환
카프는 가상자산을 이용한 역외 탈세와 조세 회피에 대응하기 위해 마련된 국제 정보교환 기준이다. 기존 공통보고기준(CRS)이 은행 예금과 주식 등 전통적인 금융자산을 중심으로 운영됐다면 카프는 정보교환 범위를 가상자산 거래로 넓혔다.
보고 의무를 지는 가상자산사업자는 ▲이용자의 이름과 주소 ▲세무상 거주지 ▲납세자번호 등 신원정보를 확인해야 한다. 이용자가 어느 나라에 세금을 낼 의무가 있는지를 파악한 뒤 거래 정보를 거주지국 과세당국에 전달하기 위해서다.
보고 대상은 가상자산을 법정화폐로 사고파는 거래에 그치지 않는다. 서로 다른 가상자산을 교환하거나 다른 사업자 또는 외부 지갑으로 이전한 내역도 포함될 수 있다. 가상자산의 ▲종류와 거래 건수 ▲수량 ▲금액 등의 정보가 보고된다.
과세당국은 이를 통해 해외 거래소에 남아 있는 자산뿐 아니라 일정 기간 발생한 매매와 교환, 외부 이전 규모까지 확인할 수 있다. 단순히 계좌 잔액을 파악하는 수준을 넘어 가상자산의 거래 흐름을 들여다볼 수 있게 되는 셈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카프에 따른 첫 국가 간 정보교환을 2027년 시작할 계획이다. 한국을 비롯해 일본과 인도네시아 등도 2027년 첫 정보교환을 목표로 제도를 정비하고 있다. OECD에 따르면 올해 6월 기준 46개 국가·지역이 2027년 첫 정보교환을 약속했다.
한국 정부는 2024년 카프 다자간 정보교환 협정에 서명했다. 국제조세조정에 관한 법률을 개정해 국가 간 자동정보교환 대상에 암호화자산 거래를 추가했고, 올해 1월에는 관련 이행 규정도 시행했다. 올해 수집된 거래 정보는 각국의 보고와 검증 절차를 거쳐 이르면 2027년부터 교환될 전망이다. OECD도 카프에 따른 첫 정보교환이 2027년 시작될 것으로 보고 있다.
국제 공조 첫발…완성된 추적망은 아냐
그동안 해외 거래소에 보유한 가상자산은 투자자가 직접 신고하지 않으면 과세당국이 파악하기 쉽지 않았다. 국세청이 해외 거래소에 자료를 요청할 수는 있지만 국내법만으로 제출을 강제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거래소가 협조하지 않으면 실제 거래 내역을 확보하기 어려운 구조였다.
하지만 카프를 통해 해외 거래소의 모든 정보가 국세청에 들어오는 것은 아니다. 실제 정보교환은 카프 참여국 가운데 한국과 교환 관계가 활성화된 국가를 중심으로 이뤄진다. 제도에 참여하지 않은 국가나 지역에 기반을 둔 사업자의 거래 정보는 빠질 수 있다.
다자간 협정에 서명했다고 곧바로 정보교환이 시작되는 것도 아니다. 각국이 관련 법과 전산 시스템을 마련하고 상대 국가와 교환 관계를 활성화해야 실제 자료가 오갈 수 있다. 같은 참여국이라도 준비 상황에 따라 정보교환 시점이 달라질 수 있다.
가상자산은 국가 간 이동이 상대적으로 쉽다는 점도 변수다. 정보교환에 참여하지 않는 지역이나 규제가 느슨한 사업자로 자산을 옮기려는 움직임이 나타날 수 있다. 카프의 실효성이 참여국 확대와 국가 간 공조에 달렸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카프로 확보한 자료만으로 모든 거래의 성격을 확정하기도 어렵다. 해외 거래소에서 외부 지갑으로 가상자산이 이전된 사실은 확인할 수 있지만 해당 지갑이 투자자 본인의 것인지, 제3자가 관리하는 지갑인지는 거래 자료만으로 판단하기 어렵다.
외부로 이전된 자산의 구체적인 목적과 최종 사용처도 자동으로 드러나지 않는다. 거래 정보에서 이상 징후가 발견되면 과세당국이 납세자에게 추가 자료를 요구하거나 별도의 확인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이용자의 세무상 거주지를 정확히 확인하는 것도 과제다. 이용자가 거주지를 허위로 기재하거나 여러 국가를 오가며 거래하면 어느 국가에 정보를 전달해야 하는지 판단하기 복잡해질 수 있다.
카프는 해외 가상자산 거래를 빠짐없이 포착하는 완성된 추적망이라기보다 과세당국이 관련 정보를 정기적으로 확보하고 납세자의 신고 내용을 검증할 국제 공조 기반을 마련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참여국과 실제 정보교환 대상이 대상 늘어날수록 해외 거래의 사각지대도 점차 좁아질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카프를 통해 해외 가상자산 거래 정보를 정기적으로 확보할 통로가 처음 마련된다는 점은 의미가 크다”면서도 “미참여국이나 한국과 정보교환 관계가 구축되지 않은 국가의 거래까지 포착하기는 어렵다. 실제 실효성은 정보교환 체계가 얼마나 촘촘하게 구축되는지를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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