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C현산 붕괴사고, 고쳐지지 않은 관행이 불러온 ‘인재’
기업 오너도 처벌하는 중대재해법 27일부터 실행
법규 위반 관행, 반복되는 건설사고 막을 지 관심
HDC현대산업개발이 외양간을 고친다 해놓고 또 고치지 못했다. 어쩌다 한두 번이라 하기엔 너무 반복된다. 붕괴사고가 발생한 광주 주상복합아파트 신축 현장의 시공사인 HDC현대산업개발은 최근 5년간 여러 건의 중대 산업재해를 일으켰다.
이 사고 중에는 지난해 6월, 17명의 사상자를 낸 광주 학동4구역 재개발 철거현장 붕괴사고도 포함돼 있다. 불과 7개월여 전의 일이다. 당시 정몽규 HDC그룹 회장은 대국민 사과를 통해 “재발 방지를 위해서 전사적 대책을 수립해나가겠다”며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그러나 이번 사고로 정 회장의 약속은 공염불에 그쳤다.
건설업계 관행적 계약 구조가 불러온 ‘참사’
당국은 현재 명확한 사고 원인을 조사 중이다. 전문가들은 인재(人災) 가능성을 제기한다. 공기 단축을 위해 아래층 콘크리트가 완전히 굳지 않은 상태에서 위층 타설을 진행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본다. 그 결과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외벽이 무너져 내렸을 것이란 분석이다.
이러한 인재 사고가 반복되는 이유 중 하나는 원청에서 발주하는 일감이 하청·재하청으로 내려지는 건설업계의 관행적 계약 구조가 문제로 꼽힌다. 화정현대아이파크 신축 아파트 붕괴 사고 역시 시공사의 재촉 지시를 받은 하청업체 직원들이 겨울철 양생 기간을 5일 정도밖에 갖지 않아 문제가 됐을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 6월 벌어진 학동4구역 재개발 철거현장 붕괴사고 역시 인재였다. 도로와 인접한 5층짜리 건물을 철거하는 과정에서 구조검토와 현장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정해진 안전규칙을 지키지 않고 ‘주먹구구식’으로 작업이 진행된 것이다. 작업한 직원들도 하청에 재하청을 받은 회사의 인부들이었다. 심지어 사고 당시 현장엔 감리도 없었다.
산업재해 사망자 50%가 건설업, 관련 법규 지키지 않아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2020년 산업재해 통계’를 보면 지난해 산업재해 사망자가 882명이었으며 그 중 건설업 사망자가 458명으로 51.9%를 차지했다. 이는 2019년 428명 대비 30명이 증가한 수치이며 ‘떨어짐’으로 인한 사망자가 236명으로 가장 많았다. 그 뒤를 물체에 맞음(42명)·부딪힘(38명)·화재(36명)·깔림과 뒤집힘(33명)이 근소한 차이로 잇고 있다.
건설현장에서 일어나는 사망사고는 대부분 관련 법규를 지키지 않아 발생한다. 현행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제32조에 따르면 높이 또는 깊이가 2m 이상으로 추락할 위험이 있는 장소에선 추락을 방지하는 안전대가 설치돼야 한다.
동일 규칙 제38조에 따르면 건물 등의 해체작업을 할 경우에도 근로자 안전을 위해 해당 작업, 작업장의 지형·지반과 지층 상태 등에 대해 사전조사를 하고 작업계획서를 작성해야 한다. 39조에선 작업지휘자를 지정해 작업계획서에 따라 작업을 지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그동안은 ‘솜방망이 처벌(사망사고 발생 시 평균 벌금액 432만원, 사업주 형사처벌 10년간 0.5%)’이 계속됨에 따라 관련 법규의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됐다. 산업안전보건법상 처벌 대상 역시 직접적인 작업지휘자로 한정돼 ‘꼬리 자르기’라는 지적도 매번 나왔다.
이제는 바뀌어야 할 시점이다. 당장 오는 27일부터 시행되는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법)이 강화된다. 해당 법은 사업주·경영책임자·법인이 처벌 대상이며, 1년 이상 징역과 10억원 이하 벌금과 최대 5배의 징벌적 손해 배상이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 특히 ‘오너’ 또한 강화된 처벌 범위에 들어감에 따라 대형 건설사들은 바짝 긴장해야 한다.
차완용 기자 cha.wan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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