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르르 무너져 내린 신뢰도, ‘아이파크’ 간판 떼도 해결 안돼
[HDC현산 앞날은③] 20여년 명성 어떻게 되나
사고 후 아이파크 브랜드 순위 24위로 '급락'
아이파크 브랜드 신뢰 회복은 사실상 불가능
“장시간 신뢰도를 형성해 나가는 방법밖엔”
HDC현대산업개발(HDC현산)의 아파트 브랜드인 ‘IPARK’(아이파크)에 대한 보이콧(boycott·불매운동) 움직임이 격화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아이파크 브랜드는 사실상 회생 불가능에 가깝다고 입을 모은다. HDC현산이 브랜드 교체를 단행할 수도 있지만, 만약 브랜드를 바꿀 경우 국내 건설사 최초의 ‘사고로 인한 브랜드 교체’라는 불명예를 안게 된다.
아이파크 지우기에 나선 아이파크 입주민
재건축을 추진 중인 서울 강남 개포1단지 주공아파트도 마찬가지다. 개포1단지는 재건축 후 단지 이름을 디에이치 퍼스티어 아이파크로 정했기 때문이다. 한 조합원은 “HDC현산의 관리·감독 수준을 신뢰할 수 없고, 향후 아파트값이 떨어질 수도 있다”며 “단지 이름에서 아이파크를 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HDC현산이 컨소시엄 형태로 참여한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에서도 일부 조합원들이 HDC현산을 컨소시엄에서 빼야 한다는 요구가 빗발치는 상황이다.
정몽규 회장이 지난 17일 “아이파크 아파트의 안정보증 기간을 10년에서 30년으로 늘리겠다”며 안전을 약속했지만, 입주민들의 불안감을 씻어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좋은 아파트 브랜드가 높은 성과를 만든다
당장 올해 전국에서 입주가 예정된 아이파크 아파트만 무려 11개에 이른다. 그만큼 아이파크는 우리 일상생활 속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브랜드다. 이는 곧 아이파크 브랜드 파워가 강력하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아파트에서 브랜드는 곧 건설사의 생명줄과도 같다. 인지도가 높은 아파트 브랜드를 가지고 있는 건설사는 정비사업 수주와 분양에서도 눈에 띄는 성과를 내기 때문이다. 이에 많은 건설사가 자사의 아파트 브랜드나 하이앤드 브랜드를 최전방에 앞세워 정비사업 수주전에 나서고 있다. 건설사의 힘이 곧 아파트 브랜드에서 나온다는 의미다.
한화건설도 2019년 ‘꿈에그린’ 브랜드에서 ‘포레나’로 아파트 브랜드를 변경한 이후 전국 각지에 공급한 17개 단지에서 완판 행진을 이어나갔다. 이뿐만 아니라 기존에 ‘꿈에그린’으로 공급한 단지들에서도 브랜드명을 바꿔 달라는 신청이 많이 증가했다.
사고 전까지는 브랜드 파워 좋았던 아이파크
HDC현산의 지난해 도급순위가 9위인 것을 고려하면 도급순위보다 브랜드 파워 순위가 더욱 높았다. 공인중개사가 뽑은 최고의 아파트 브랜드에서도 아이파크는 4위를 기록했다.
하지만 붕괴 사고 직후 아이파크 아파트 브랜드는 날개 없는 추락을 거듭하고 있다. 한국기업평판연구소의 24개 아파트 브랜드에 대한 빅데이터 평판분석에 따르면 아이파크는 지난해 6월 광주 철거현장 붕괴사고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8월 브랜드 평판 순위를 3위까지 끌어올렸다.
하지만 지난 11일 광주 서구 화정아이파크 사고 후 아이파크 브랜드 평판은 이달 24위까지 한 번에 급락했다. 지난해 6월 발생한 광주 재개발 철거 현장 붕괴사고에도 아이파크의 브랜드에 금이 가긴 했지만, 브랜드파워는 굳건했다. 하지만 여론은 연속으로 발생한 붕괴 사고에 완전히 뒤로 돌아섰다.
‘아이파크’ 역사의 뒤안길로?
이은희 인하대 교수(소비자학과)는 “아이파크가 소비자의 신뢰를 만회하기에는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과거와 달리 현재 소비자들은 아파트 브랜드별로 어떤 이미지를 가졌는지 완벽하게 파악하고 있다”며 “아이파크 브랜드는 최근 연속적인 사고로 불안함의 이미지가 이미 형성됐을 것이기 때문에 회복이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이어 “기존의 브랜드를 버리고 새로운 브랜드를 구축하는 것도 대안이 될 순 있지만, 능사는 아니다”며 “정보교환 속도가 빠른 현시대에서는 새로운 브랜드가 나오더라도 HDC현산의 불안한 이미지를 벗기에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결국에는 HDC현산이 철저한 안전진단과 사고 처리 수습을 통해 장시간 동안 신뢰도를 형성해 나가는 방법밖에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정희 중앙대 교수(경제학과)는 “연속적으로 사고가 난 것이기 때문에 위상 회복은 정말 어렵고, 쉽지 않은 문제”라며 “HDC현산의 아이파크 브랜드 가치가 심하게 훼손됐기 때문에 새로 시작하는 자세로 장시간 동안 노력을 쌓아야 회복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어 “이번 사건은 아무리 브랜드 이미지를 좋게 구축하더라도 기업이 관리를 제대로 못 하면 한 번에 브랜드가 추락할 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덧붙였다.
김두현 기자 kim.dooh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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