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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마트24 견제는 성공했는데”…미니스톱 품은 롯데의 고민

SPC세워 인수로 가닥, 빅3 지키기 위한 전략…세븐일레븐 1만4000개 점포 확보 ‘1·2위 추격’

 

 
미니스톱 점포. [사진 김설아 기자]
 
미니스톱을 품에 안은 롯데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 두 번의 재수 끝에 신세계를 누르고 승기를 잡았지만 얼마큼의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을지가 의문이다. 점포 수로 편의점 ‘빅3’를 굳혔다는 시장의 전망과 달리 실적은 좋지 않다. 미니스톱 자체가 매력적인 매물로 평가받지 못했던 만큼 롯데가 신세계를 견제하기 위해 울며겨자먹기로 ‘부담’‘을 떠안은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재수 끝에 ‘3100억’ 인수…“신회장 의중 반영”

21일 롯데지주에따르면 롯데는 이날 한국미니스톱 지분 100%를 인수하는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다. 인수금액은 3100억원 수준이다. 롯데는 세부적인 계획을 밝히진 않았지만 자금 마련을 위해 특수목적회사(SPC)를 세워 인수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이로써 롯데는 두 번째 도전 끝에 미니스톱 인수에 성공했다. 2018년 미니스톱이 매물로 나왔을 때도 롯데는 당시 유력 인수후보로 꼽혔지만 당시 4000억원대 초반 가격에 대한 이견차이로 협상이 무산된 바 있다.  
 
롯데는 이번 재매각전에선 다른 전략을 세웠다. 예비입찰에 참여하지 않고 관망하다 본입찰로 직행하면서, 이마트24를 운영중인 신세계와 넵스톤홀딩스 컨소시엄을 꺾고 막판 결과를 뒤집었다.  
 
롯데 한 관계자는 “확신할 순 없지만 (신동빈) 회장님의 의중이 반영된 것 아니겠냐”면서 “매물의 가치보단 ‘빅3’ 자리를 공고히 하기 위한 일종의 전략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시장에선 미니스톱을 ‘양날의 검’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편의점 자율규약으로 신규 점포 출점이 어려운 상태에서 미니스톱의 2600여개 점포를 한 번에 안을 수 있다는 것은 가장 큰 장점이다. 미니스톱 인수는 법의 테두리 밖에서 점포 수를 한 번에 늘릴 기회로 꼽혔다. 경쟁사인 이마트24가 미니스톱을 품으려 했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빅3 굳히기 vs 부담스러운 투자금액…양날의 검  

롯데가 운영하는 세븐일레븐 1만1750여개 매장과 미니스톱 매장이 더해질 경우 세븐일레븐은 1만4000여개 점포를 확보하게 된다. 1만6000개 매장을 보유하고 있는 편의점 업계 1, 2위인 GS25, CU 등을 바짝 뒤쫓으며 편의점 ‘3강 체제’를 확실하게 구축하는 셈이다. 여기에 미니스톱이 보유한 12개의 물류센터도 세븐일레븐 소유가 된다.  
 
롯데 관계자는 “편의점을 중심으로 근거리 상권을 겨냥한 퀵커머스 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미니스톱 인수로 단기간 내 고객과의 최접점 거점을 확대하게 됐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이점은 편의점 업계 식문화 확대다. 미니스톱은 국내 편의점 최초로 즉석식품을 판매하고 배달과 테이크아웃 중심의 패스트푸드 전문 브랜드를 런칭하는 등 편의점 업계의 식문화를 선도해 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또한 시장 초기에 선점한 우수 입지와 경쟁사 대비 넓은 면적이 강점이다.  
 
반면 고민도 적지 않다. 우선 부담스러운 투자금액이 문제다. 이번 인수전의 핵심은 ‘합리적 가격대’라는 시각이 많았다. 고가에 인수할 경우 ‘승자의 저주’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시장에서 추정한 미니스톱의 가치는 2500억원 안팎. 롯데는 이보다 높은 3100억원에 미니스톱을 안으면서 ‘고가 인수’에서 자유롭지 않게 됐다. 
 
 
게다가 미니스톱은 부침을 거듭하고 있는 상황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한국미니스톱 매출은 지난 회계연도(2020년 3월~2021년 2월) 기준 전년 대비 4.1% 감소한 1조795억원을 기록했다. 또한 영업손실 143억원을 기록하며 적자전환했다.  
 
MZ세대를 겨냥한 편의점 트렌드를 따라가지 못한 것이 실패 원인으로 꼽힌다. 배달과 서비스 론칭, PB상품과 콜라보 상품 출시 등 다양한 시도를 내놓는 경쟁사와 달리 미니스톱은 변화에 소극적이 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탈 점포도 문제다. 미니스톱을 인수했다 해도 계약 종결 후 타 편의점으로 브랜드 변경을 원하는 점주나 계약 연장을 원하지 않는 점주를 막을 순 없다. 이들을 잡기 위해선 추가적 자금 지출이나 투자가 필요한 실정이다.  
 
편의점 업계 관계자는 “3000억원대 인수 금액 외에 점포 인테리어 변경이나 시스템 통합 등 단건으로 드는 비용도 무시할 수 없다”면서 “생존을 위해 적극적으로 인수했지만 여러 고비를 잘 넘기지 못하면 이제부터가 더 큰 문제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김설아 기자 kim.seola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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