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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컴, 우주 시대에 도전…한컴인스페이스 국내 최초 민간 관측 위성 발사

[인터뷰] 최명진 한컴인스페이스 대표
6월 세종1호를 시작, 3년 내에 5개의 위성 발사 계획
위성 지상국 분야 기술, 국제적으로 인정 받아
NASA와 공동프로젝트한 스타트업으로 유명
“우주 산업은 현재가 아닌 미래를 위한 것”

 
 
최명진 한컴인스페이스 대표가 사무실에 있는 국내 최초 민간 지구 관측용 위성 세종1호 모형을 놓고 설명하고 있다. 세종1호는 6월에 발사될 예정이다. [사진 김성태 객원기자]
 
# 2019년 8월 즈음. 한글과컴퓨터그룹의 임원이 대전에 있는 한 스타트업을 찾았다. 당시 한컴은 드론 사업을 확장하려던 참이었다. 한컴이 찾은 스타트업은 드론의 자동 이착륙과 무선충전 및 데이터 수집 등의 기술을 통합한 드론 무인 자동화 시스템 ‘드론셋’을 개발한 곳이다. 한컴그룹 관계자는 스타트업 대표로부터 발표를 듣고, 드론이 아닌 위성에 특화된 스타트업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 관계자는 급하게 한컴그룹 관계자에게 전화를 했다. “아무래도 직접 설명을 들어보는 게 좋을 것 같다”는 이야기였다. 스타트업 대표에게 한컴 본사가 있는 경기도 판교 사옥에 와서 다시 한번 발표를 해달라고 요청했다. 스타트업 대표는 경기도 판교에 있는 한컴 사옥을 찾았다. 그 장소에 한컴그룹의 2세 경영자인 김연수 부사장이 있었다. 이 만남이 있은 후 1개월 만에 한컴그룹은 위성 관련 스타트업 인수를 발표했다. 2012년 설립된 위성 관련 스타트업 인스페이스였다. 한컴의 인수 발표와 함께 ‘한컴인스페이스’라는 사명으로 바뀌었다. 한컴을 우주 시대에 발을 디디게 한 주인공은 인스페이스의 창업자인 최명진 한컴인스페이스 대표다.
 
최 대표는 당시의 기억을 떠올리며 “미팅 후 1개월 만에 한컴과 손을 잡을 정도로 빠르게 인수합병이 빠르게 진행됐다”면서 웃었다. 한컴이 인수합병을 서두른 이유는 인스페이스의 기술력도 있지만, 당시 우주 관련 대기업이 인수를 위한 실사를 할 정도로 관련 분야에서 주목을 받았기 때문이다. 최 대표는 “그때 우리 임직원들도 대기업보다 한컴과 손을 잡는 게 좋다는 의견이 높았다”면서 “한컴은 소프트웨어 기업이기 때문에 인스페이스와 시너지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며 한컴과 손을 잡은 이유를 말했다.
 
한컴인스페이스는 국내에서 우주 관련 스타트업 M&A 1호라는 기록을 남겼다. 이후 한화 등 대기업에서 관련 스타트업 인수 소식이 이어졌다. 자연스럽게 우주항공 분야가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한컴인스페이스도 이 흐름 때문에 더욱 관심을 끌고 있다.  
 
한컴인스페이스는 또 하나의 기록을 예고하고 있다. 바로 최초의 민간 지구관측 위성 발사라는 타이틀이다. 한컴인스페이스는 세종1호라는 이름이 붙은 지구관측 위성을 6월 1일 지구 궤도에 올릴 예정이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설립한 스페이스X의 팰콘9 발사체를 이용해 지구 궤도에 올리게 된다.  
 

소형위성 세종1호, 스페이스X 팰콘9으로 발사 예정  

세종1호는 가로 20㎝, 세로 10㎝, 높이 30㎝, 무게 10.8㎏의 초소형 인공위성이다. 관측 폭은 20㎞, 해상도는 5m 크기까지 관측하게 된다. 최 대표는 “세종1호 발사 후 6개월마다 소형 위성을 계속 발사할 예정”이라며 “3년 내 5개 소형 위성을 테스트해보고 이후 50여 개의 군집 위성을 궤도에 올릴 것”이라는 청사진을 내비쳤다.
 
한국의 위성 산업은 그동안 정부 주도로 진행됐다. 1992년 8월 우리별 1호를 시작으로 30여 개 가까운 위성을 발사했고, 예산이 잡혀있는 계획된 위성까지 합하면 100여 개가 넘는 위성을 발사하게 된다.
 
민간 기업에서 관측용 위성 발사를 하지 못했던 이유는 위성 제조 기술이 부족했고, 위성 발사에 막대한 비용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스페이스X로 대표되는 재활용 발사체의  
개발과 소형 위성의 시대가 열리면서 민간 기업에서도 소형 위성 발사가 가능해졌다. 최 대표는 이를 “뉴스페이스의 시대가 열렸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말했다. 세종1호 제조와 발사 비용에 대해서 “구체적인 액수는 밝히지 못하는데, 재활용 발사체 덕분에 발사 비용이 과거의 10분의 1로 줄었다”고 대답했다.
 
한컴이 드론 관련 사업 확장이라는 목표 대신 인스페이스가 추진하고 있는 위성 사업을 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기술력 때문이다.  
 
한컴인스페이스가 위성 지상국 분야에서 유명한 기업이라고 하는데, 어떤 분야인지 설명해달라.  
지상국은 위성을 관제하고 위성이 보내온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할 수 있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한컴인스페이스는 국립환경과학원이 띄운 환경위성 GK-2B, 기상청의 천리안 위성 등의 지상국을 운영했다. 이외에도 군이나 정보기관 등의 운영하는 위성이 보내온 데이터를 분석하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2007년 한국항공우주연구원에서 일할 때 아리랑 위성 2호의 위성영상 융합기술을 개발해 미국 마르퀴즈사가 발행하는 ‘세계공학인명사전’ 10주년 기념판에 오르기도 했다.  
 
인공지능 기반의 위성 영상분석 능력이 뛰어나다고 하던데.
지구 궤도를 움직이는 인공위성은 보통 초속 7㎞ 속도로 움직이면서 영상을 촬영을 한다. 초속 7㎞라고 하면 속도를 느끼기 어려운데, 총알 속도가 0.7㎞다. 이렇게 빠른 속도로 영상이나 이미지를 촬영해서 지상국으로 데이터를 보내면 당연히 왜곡이 생길 수밖에 없다. 이렇게 왜곡된 이미지나 영상에서 원하는 것만 골라내서 손실된 데이터를 복구하는 게 우리가 가지고 있는 기술력이다.  
 
위성을 직접 제조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나라가 전 세계에서 5~6개국에 불과하다는데. 그럼 위성 데이터를 분석할 수 있는 국가도 소수인가?
물론이다. 가장 높은 기술력을 보유한 나라가 이스라엘이다. 잘 알겠지만 항상 전쟁의 위험이 많기 때문에 위성 데이터 분석 능력이 필요하다. 전 세계 경찰이라는 미국은 말할 것도 없고, 중국 등의 일부 선진국만 이런 기술력을 가지고 있다. 한국은 전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라는 점에서 위성을 통한 감시와 이를 통한 분석을 오랫동안 해왔기 때문에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각 나라마다 고유한 위성 영상 분석 기술이 있다.
 

NASA와 함께 달의 어두운 부분 분석 프로젝트 진행

한컴인스페이스가 쏘아 올릴 세종1호부터 5호는 농산물 작황이나 생산량을 예측하는 데 사용된다. 또한 해안환경 변화나 산림자원 보호, 재난 관리 등에도 활용된다.  
 
한컴인스페이스의 기술력을 보여주는 또 다른 사례는 미국 항공우주국(NASA)와 협업을 했다는 점이다. NASA는 한컴인스페이스와 3년 동안 달 궤도선에 탑재하는 섀도캠을 활용하는 프로젝트를 실시했다. 한미 정부가 합의한 프로젝트에 한국의 스타트업이 참여를 한 것이다. 최 대표는 “섀도캠은 달의 어두운 부분을 촬영하는 탑재체인데, 위성이 찍은 영상을 분석하는 프로젝트”라며 “영상을 분석해서 바다가 있는지, 물이 있는지를 알아내려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NASA와 함께 일을 한다는 것만으로도 큰 자랑거리인데, 한국에 잘 알려져 있지 않아서 서운하다”며 웃었다.
 
위성 산업은 방위 산업과 연결되어 있다. 일반인들이 한컴인스페이스를 잘 모르는 이유다. 최 대표는 인스페이스를 창업한 후 엑시트에 성공할 때까지 한 번도 투자를 받지 못했다. 우주 산업에 대한 관심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인스페이스가 생존한 것은 비즈니스 모델이 B2G(Businessto Government)였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 정부 기관 용역을 했기 때문에 살아남은 것이다.  
 
최 대표는 “월급을 주기 위해 용역에 매달렸다”고 표현할 정도다. 한컴인스페이스 매출액의 80~90%는 여전히 이름을 밝히기 어려운 정부 기관에서 나오고 있다. 최 대표는 “B2G의 단점은 단발성이라는 것이다. 우리가 지상국을 만들어서 운영을 하는 것도 프로젝트가 끝나면 지속하기 어렵다는 게 가장 어려웠다”고 토로했다.
 
다행히도 한컴에 인수되면서 사업 영역의 확장이 가능해졌다. 최 대표는 요즘 드론 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위성은 넓은 지역 촬영이 가능하지만, 지상의 세부적인 내용을 촬영하는 것은 어렵다. 이를 보완할 수 있는 게 드론이다. 위성 영상 분석 기술을 드론에 접목하게 되면 우주와 지상을 연결하는 세밀한 영상 데이터를 얻고 분석할 수 있게 된다.
 
최명진 한컴인스페이스 대표가 대전 유성소방서 옥상에 설치한 무인 드론 자동화 시스템인 '드론셋(DroneSAT)'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드론셋은 드론의 자동 이착륙과 무선충전, 통신 데이터 수집 및 관제, 분석 등의 기술을 통합한 무인 자동화 시스템이다. [사진 김성태 객원기자]
 
그 첫 도전은 소방서에 개발 완료한 드론자동화 시스템인 드론셋을 설치해 운영하는 것이다. 대전 유성소방서 옥상에 테스트를 위해 드론셋이 설치되어 있다. 테스트 결과가 좋으면 소방서 등 재난 관련 부처에 드론셋을 설치 운영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에는 드론 관련 R&D에 집중했고, 올해부터 드론 분야에서 매출이 발생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최 대표는 한컴인스페이스의 올해 매출 목표를 150억원 정도로 잡고 있다. 최 대표는 “한컴인스페이스 전체 임원이 80여 명 정도인데, 이중 R&D 인력이 80%를 차지한다”면서 “비즈니스 성과를 높이기 위해 서비스나 영업 등의 인력을 충원해 R&D 인력을 50% 정도로 줄이는 체질 개선을 할 계획이다”고 설명했다.  
 
한컴인스페이스가 자랑하는 영상 분석 기술은 위성과 드론에 그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자율주행차로 대표되는 모빌리티 시장에도 꼭 필요한 기술이기 때문이다. 한컴그룹에도 모빌리티 시장을 공략하는 계열사가 있다는 점도 한컴인스페이스의 향후 도전을 예상하게 한다.
 

위성 영상 분석 기술, 모빌리티 분야에도 적용 가능

모빌리티 시장 진출을 묻는 질문에 그는 “모빌리티는 모든 영역이 다 연결된다. 현재 한컴인스페이스가 주도적으로 ETRI 기술을 도입하고 로봇, 광학영상센서 전문기업 등과 관련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현재는 위성과 드론 사업에 집중할 것이다. 향후 어떻게 될 것인지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대답했다. 어쩌면 지난해 최 대표 주도로 대전에서 처음 시작한 ‘M(Mobility)·A(AI)·R(Robotics)·S(Space) 포럼’은 한컴인스페이스가 지향하는 바를 잘 보여준다.
 
최 대표는 원래 수학자를 꿈꿨다. 숭실대에서 수학을 전공한 후 수학을 좀더 폭넓게 이용하는 전공을 찾아 카이스트 응용수학과에 지원했을 정도다. 그가 우주에 빠져든 것은 우연이었고, 그 우연이 현재를 만들었다. 석사 과정을 밟고 있을 때 카이스트 인공위성연구센터에서 수학 전공자를 찾는다기에 지원했던 게 인연이 됐다. 그곳에서 우리별1호와 우리별 2호 개발 관리를 경험했다. 위성에서 촬영한 영상 분석의 알고리즘을 짜고 코딩을 직접 하면서 이 분야의 매력을 알게 됐다.  
 
사고로 병원에 있을 때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이 위성 영상 분석의 어려움을 해결해주면서 우주 산업의 본거지로 꼽히는 항우연에 합류했다. 남들은 모두 부러워하는 항우연에서 몇 년 일하다, 39살에 직접 인스페이스를 창업하고 독립을 했다.
 
“안정적인 직장에 안주하면 도전하기 힘들 것 같았다”라는 게 이유였다. 그는 ”나이 마흔이 되면 독립을 하기 어려울 것 같아서 창업에 도전했다”면서 “우주 산업은 진입 장벽이 높다는 점도 도전해볼만한 분야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우주의 매력이 뭔가”라는 질문에 그는 “우주 산업 기술은 현재의 기술이 아니라, 없는 기술을 연구하는 것이기 때문에 가슴을 뛰게 한다”고 말했다.  
 
“탐험의 욕구는 인간의 본성이다. 우리는 나그네로 시작했으며 나그네로 남아 있다. 인류는 우주의 해안에서 충분히 긴 시간을 꾸물대며 꿈을 키워 왔다. 이제야 비로소 별들을 향해 돛을 올릴 준비가 끝난 셈이다.”(칼 세이건의 「코스모스」 중에서)
 
 

최영진 기자 choi.young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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