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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재건축, 호재에도 ‘관망세’… 압구정현대는 80억 신고가

잠실 주공5 정비계획 통과에도 재건축 단지 거래 안 돼
토지거래허가구역 묶이고, 재건축 부담금 부과 임박 등 ‘부담’
대선이후 규제완화 있을까 ‘촉각’

 
 
잠실주공5단지 일대. [연합뉴스]
 
최근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 시장이 잇단 호재에도 불구하고 ‘관망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는 주요 재건축 단지에 적용된 각종 규제 탓이다.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인 데다 조만간 재건축 초과이익환수 부담금 부과도 시작되는 등 매매거래뿐 아니라 재건축 추진도 순탄치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하지만 최근 강남의 대표적인 재건축 단지인 압구정현대아파트가 직전가 대비 16억원이나 오른 신고가를 기록하면서 상승 기대감도 일고 있다.
 
20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지난 16일 잠실주공5단지 정비계획이 7년 만에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를 통과했지만 매매 시장은 여전히 침체돼 있다. 정비계획 통과 이후 투자자와 실수요자들의 문의가 느는 듯 했지만 실제 거래는 쉽사리 이뤄지지 않고 있다.  
 

강남 재건축 단지 각종 규제에 ‘거래 눈치’

현재 잠실 주공5단지 전용면적 76㎡는 28억∼28억5000만원, 전용면적 82㎡는 31억∼32억원선에 매물이 나온 상태다. 정비계획 통과 후 일부 집주인들이 호가를 높이고 있지만 그보다 싼 물건에도 매수자들이 쉽게 나서지 않는 분위기다.  
 
서울과 같은 투기과열지구 재건축은 팔 수 있는 매물이 한정적이다. 조합설립인가부터 조합원 매매가 금지되기 때문이다. 투기과열지구에서는 조합설립인가 이후에 해당 아파트 매입 시 조합원 지위를 양도받을 수 없어 추후 신축 아파트를 못 받고 현금 청산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정부가 재건축 집값 상승을 막기 위한 거래 제한 조치로 지난 2017년 8·2대책을 통해 투기과열지구에서 조합설립 이후 조합원의 지위양도를 금지시켰다. 다만 10년 보유·5년 거주자의 물건, 해외 이주 등으로 인한 매각은 조합원 지위 양도가 가능하다.  
 
아울러 조합설립 이후 3년이 지나도록 사업승인을 신청하지 못한 경우는 규제를 적용 받지 않는다. 잠실주공5단지는 그동안 사업이 정체돼 있었다. 지난 2013년 12월 조합설립인가를 받았지만 8년 넘게 사업이 정체됐다. 다만 이 경우에도 조합이 사업계획승인을 신청하면 더이상 사업 정체로 인한 예외규정을 적용받지 못하게 된다. 따라서 이러한 지역 아파트 매입 시 조합에 해당 물건이 지위 양도 가능한지 꼭 확인해야 한다.  
 
압구정3구역은 지난해 4월 재건축 조합설립인가를 받았다. 압구정 현대 1~7차, 10·13·14차가 포함돼 가장 규모가 큰 압구정3구역은 서울시가 추진하는 '신속통합기획' 재건축 참여를 신청했고, 1·2·4·5구역도 신청을 마쳤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달 18일 서울 강남구 압구정 현대1차 전용 196.21㎡(64평)가 80억원에 거래됐다. 지난해 4월에도 압구정동 현대7차의 245.2㎡(80평)이 80억원에 거래됐지만, 이번에는 평수가 더 작아졌다. 전용 196.21㎡의 직전거래는 지난해 3월로 실거래 가격은 64억이었다. 이 아파트의 실거래가는 약 10개월 만에 25%나 뛴 셈이다.
 
반면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에선 하락거래가 나왔다. 대치동 은마아파트 전용면적 76.79㎡은 지난해 26억3500만원에 거래됐지만 같은 면적이 올해 1월 24억9000만원에 거래되기도 했다. 대치동 은마아파트 재건축조합설립추진위원회는 최근 서울시에 ‘정비구역 지정 조치 계획’을 제출했다. 그동안 은마아파트 정비계획안은 2018년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에서 안건으로 상정조차 되지 않는 등 수차례 고배를 마셨으나 지난해부터 내용을 보완해 다시 심의절차를 밟으며 통과에 속도를 높여왔다. 업계에서는 은마아파트의 정비계획안의 도계위 통과를 점치고 있다. 이번에 잠실주공5단지도 도계위 문턱을 넘었기 때문이다. 은마아파트가 올해 정비구역지정 고시를 받게 되면 즉시 조합설립인가 신청을 위한 작업에 돌입할 수 있게 된다. 은마아파트의 재건축 속도가 빨라지면 가격도 상승 탄력을 받을지 주목된다. 
 

대선 이후 바뀔까…재건축 규제에 사업추진 쉽지 않아  

강남 재건축 시장이 침체된 이유는 당장 이들 단지가 모두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인 영향이 크다. 매수자는 집을 사려면 3개월 내 매입대금을 100% 조달해야 하고 매도자는 계약갱신청구권 때문에 세입자가 있는 경우 집을 팔고 싶어도 팔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시세 20억∼30억원, 높게는 40억∼60억원을 웃도는 재건축 단지를 무주택자이면서 3개월 내 직접 실입주가 가능한 사람만 매수하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억’대 부담금이 예고된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부담금 부과가 본격화된다는 점도 악재다. 이르면 3∼4월께 서초구 반포동 옛 '반포 현대'(현 반포센트레빌아스테리움) 아파트를 시작으로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부담금 부과가 본격화되서다. 반포 현대의 경우 당초 예정 부과액 1억3569만원보다 최대 2배 많은 2억5000만∼3억원의 부담금이 나올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면서 재건축 조합원들도 긴장하고 있다.  
 
분양가 상한제 시행으로 일반분양가 책정에 제약을 받는 것도 부담이다. 부동산 업계는 대선 후보들이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완화, 재건축 부담금 손질 가능성 등을 공약으로 내놓아 대선 이후 분위기가 반전될지도 주목하고 있다.  
 
지난 17일 서울 노원구에서 유세에 나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는 “재개발·재건축을 합리적으로 풀겠다”고 공언했다. 재건축·재개발 안전진단 기준 완화도 주요 공약으로 세웠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는 안전진단 자체가 재건축 사업의 장애물이라 보고 준공 30년 이상 아파트에 대한 안전진단을 면제하겠다는 파격적인 공약을 걸었다. 분양가상한제 합리화와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 완화도 약속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 연구원은 “이번 잠실주공5단지 정비계획안 심의 통과를 계기로 서울 전역의 재건축이 급격하게 추진될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며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등을 감당할 수 있는 정비조합들이 재건축을 진행할 여지가 높다”고 말했다.  
 

이승훈 기자 lee.seung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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