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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업’ 보폭 넓히는 LX…구본준 회장 승계 작업 가속화하나

LX그룹 독립, 지주사 지분 증여, 구 회장 단독대표 체제 1년 만에 완성
장남 구형모 상무 LX홀딩스 2대 주주로 그룹 경영 이을 가능성 높아
딸 구연제 씨 LX홀딩스 지분 8% 웃돌아 주목…사업 참여 전망도

 
 

구본준 LX그룹 회장.[사진 LX홀딩스]
 
LX그룹 지주사인 LX홀딩스가 사업 목적에 금융업을 추가하기로 하면서 기업 주도형 벤처캐피탈(CVC) 사업 진출이 가시화될 전망이다.  
 
LX홀딩스는 오는 29일 정기주주총회를 통해 사업목적에 금융업을 추가할 계획이라고 지난 2일 공시했다. 회사 측은 “신사업 추진을 위해 사업목적을 추가로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재계에서는 이에 대해 LX홀딩스가 장기적으로 CVC를 설립하기 위한 포석이라고 보고 있다. LX홀딩스 관계자는 “CVC 설립 여부에 대해 현재 논의하고 있지는 않지만, 중장기적으로는 투자 회사의 설립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CVC란 회사 법인이 대주주로 있는 벤처투자전문회사를 말한다. 그동안 지주회사는 금융자본과 산업자본 분리(금산분리) 원칙에 따라 CVC를 세울 수 없었다. 하지만 지난해 말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발효되며 지주사도 벤처투자를 목적으로 금융사를 설립할 수 있게 됐다. 
 
실제 지난 1월 GS가 처음으로 벤처투자회사 ‘GS벤처스’를 만들었다. (주)GS가 자본금 100억원을 전액 출자해 지분 100%를 소유하고 있다. GS벤처스는 신기술사업자에 대한 투자, 신기술사업투자조합의 설립과 자금 관리‧운용을 담당할 예정이다. GS그룹 이외에도 SK·LG·롯데 등 지주회사 체제의 대기업들도 CVC 설립을 신중하게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분 증여로 승계 작업 토대 마련한 LX, 2단계 작업 가능성도

일각에서는 LX그룹이 신사업을 추진하며 승계 작업도 한 단계 더 진행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구본준 LX그룹 회장의 아들인 구형모 LX홀딩스 상무의 보폭이 넓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구본준 회장의 딸 구연제 씨의 사업 참여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이런 해석이 나오는 이유는 LX그룹의 독립, 구본준 회장의 지분 증여, 사업목적에 금융업 추가, 구본준 회장의 단독대표 체제라는 굵직한 이슈가 1년 만에 차례로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LX그룹은 지난해 5월 출범하며 LG그룹의 울타리를 벗어나 독립했다. 같은 해 12월에는 구광모 LG그룹 회장과 구본준 LX그룹 회장이 서로가 가지고 있던 상대 회사의 지분을 매각하면서 경영권 문제도 일단락 지었다. 
 
(주)LG와 LX홀딩스 등에 따르면 구본준 LX홀딩스 회장은 보유 중이던 (주)LG 지분 7.72% 중 4.18%를 외부 투자자에게 팔았다. 대신 구광모 LG 회장과 특수관계인 등 9인은 보유 중인 LX홀딩스 지분 32.32%를 구본준 회장에 매각했다. 이 거래로 구본준 회장의 LX홀딩스 지분은 7.72%에서 40.04%로 늘었다.
 
LX그룹의 안정적인 경영권을 확보한 구본준 회장은 불과 2주 뒤 아들 구형모 상무와 딸 구연제 씨에게 자신이 보유한 LX홀딩스 지분의 절반가량을 증여했다. 이에 따라 구본준 회장의 지분율은 20.37%로 낮아졌다. 구형모 상무의 지분은 0.6%에서 11.75%로, 구연제 씨 지분은 0.26%에서 8.78%로 높아졌다.  
 
구본준 회장은 여전히 LX홀딩스의 최대주주이고 특수관계인들의 지분율을 더하면 안정적인 경영권을 가지고 있지만, 지주사의 지분 증여를 통해 경영권 승계를 위한 토대를 마련했다는 평가다.  
 
이후 3개월이 지난 현재 LX홀딩스가 금융업이란 새로운 사업의 가능성을 열었다. 재계 관계자는 “기업이 새로운 사업 목표를 추가했다고 경영권 이양이나 승계 작업으로 보기는 무리가 있다”면서도 “지주사(LX홀딩스) 지분의 상당량 증여를 마친 뒤 신사업을 추가한다는 것을 고려하면 자녀의 사업 참여나 승계 작업의 목적이 전혀 없다고 보기는 힘들 것”이라고 했다.  
 
지난 2일에는 각자 대표로 구본준 회장과 함께 LX홀딩스를 이끌어온 송치호 대표이사 사장이 일신상의 이유로 자리에서 물러났다. 송 사장은 1984년 LX인터내셔널(전 LG상사)의 전신인 럭키금성상사에 입사해 2016년에 LG상사 사장까지 역임했다. 
 
2018년 정년퇴임 후 LG상사 고문을 맡다가 지난해 5월 LX가 LG그룹에서 계열 분리되면서 LX홀딩스 대표이사로 합류했는데 불과 10개월 만에 물러난 것이다. LX홀딩스는 당분간 구본준 회장 단독대표 체제로 유지될 전망이다.
 
LX홀딩스 측은 이번 신사업 추가 계획 등은 승계 작업과는 무관한 일이라고 선을 그었다. 회사 관계자는 “구형모 상무의 경우 이미 LX그룹 독립 시점부터 경영기획 상무로 일하며 경영을 배우고 있다”고 밝혔다. 
 
재계에서도 장자 상속의 전통을 이어오는 LG가(家)의 내력을 고려하면 LX그룹 역시 구형모 상무가 이어받을 가능성이 클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구연제 씨의 지주사 지분 보유량이 상당해 사업의 한 축을 담당할 가능성도 열려 있는 상황이다. 구연제 씨는 범 LG가 벤처캐피탈 LB인베스트먼트에서 인턴 생활을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과 정유경 신세계 총괄사장. [사진 신세계그룹]

‘남매 경영’ 신세계그룹, 정용진의 이마트·정유경의 백화점

성공적인 남매 경영과 사업 분리로 주목을 받는 곳은 신세계그룹이다. 어머니인 이명희 회장 아래 이마트는 아들인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신세계는 딸 정유경 총괄사장이 경영하고 있다. 
 
2020년에는 이명희 회장이 자녀에게 지분을 넘기면서 정용진 부회장이 이마트 최대주주에, 정유경 총괄사장이 신세계 최대주주에 올랐다.  
 
지난해 9월에는 정용진 부회장 개인이 보유 중이던 광주신세계 지분 83만3330주(지분율 52.08%)를 (주)신세계에 매각하며 ‘정용진의 이마트’, ‘정유경의 백화점’ 체제가 공고해졌다. 

이병희 기자 yi.byeong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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