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호, 이용자 보호·게임산업 진흥 두 마리 토끼 잡을까?
[원태영의 게임체이서]
확률형 아이템 정보 완전 공개 등 이용자 보호에 방점
산업진흥책은 사실상 ‘전무’…규제와 진흥간 균형 맞춰야
최근 제20대 대통령 선거가 막을 내렸습니다. 코로나19로 게임산업이 주목을 받았던 탓일까요. 아니면 2030 표심을 잡기 위해서였을까요. 그동안 정치권의 외면을 받았던 게임이 이번 대선 기간 여러 후보들의 입에 오르내렸습니다.
윤석열 당선인도 게임산업 관련 4대 공약을 발표할 정도로 게임에 많은 관심을 보였습니다. 우선 윤 당선인의 게임 공약을 간단히 살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확률형 아이템 정보 완전 공개 ▶게임 소액 사기 전담 수사기구 설치 ▶e스포츠 지역연고제 도입 ▶장애인 게임 접근성 불편 해소.
4대 공약 가운데 e스포츠 지역연고제를 제외한 나머지 3개 공약은 이용자 보호에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그렇다면 게임산업 진흥을 위한 공약은 없을까요? e스포츠 지역연고제 도입의 경우 e스포츠 산업 진흥이라고 볼 수 있으나, 우리나라 게임산업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개발사 입장에서는 크게 와닿는 공약은 아닙니다.
특히 확률형 아이템 정보 완전 공개 공약의 경우 게임사들의 격렬한 반대가 예상됩니다. 확률형 아이템 정보 공개 법제화를 놓고 이미 여러차례 정치권과 갈등을 빚어왔기 때문입니다. 물론 게임사들이 그동안 자율규제를 잘 지켜왔다면, 법제화까지 가지도 않았겠지요. 특히 지난해 상반기 여러 확률 관련 이슈가 터진 것이 크게 작용했습니다.
확률형 아이템 정보 공개와 관련해서 찬성하는 측은 게임사들이 그동안 유저를 기만했다고 주장합니다. 실제로 불완전한 확률 정보를 소비자에게 제공한 사례가 밝혀지기도 했죠. 반대하는 측은 해당 정보가 게임사들의 영업기밀이라고 주장합니다. 아울러 자율규제로도 충분히 컨트롤 가능하다고 말합니다. 특히 법제화할 경우 과거 ‘셧다운제’와 같이 중소 게임사들이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경고합니다.
양쪽 다 근거있는 주장을 하고 있습니다. 다만 여기서는 확률 공개와 관련해 시시비비를 가리자는 것이 아닙니다. 중요한 것은 정작 게임산업 진흥에 대한 공약이 전혀 없다는 점입니다.
최근 게임업계 최대 화두인 ‘P2E 게임’과 관련해 윤 당선인은 구체적인 방향성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몇 년째 이어져 오고 있는 중국 ‘판호’ 문제, 세계보건기구(WHO)의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도입 등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언급을 피하고 있습니다. 물론 해당 이슈들이 쉽게 발언하기 어려운 이슈인 것은 맞습니다. 다른 국가와의 관계도 신경써야하고요.
그럼에도 불구, 국내 게임산업 진흥을 위한 공약이 전혀 없다는 점은 아쉬운 대목입니다.
그나마 진흥책이라고 볼 수 있는 e스포츠 지역연고제 도입 역시 현재 수많은 지역 e스포츠 경기장들이 ‘파리 날리는’ 현실 속에서 상당한 어려움이 따를 것으로 전망됩니다. e스포츠의 핵심은 ‘인기있는 게임 IP’ 확보입니다. 문제는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게임 대다수가 외산 게임이라는 점입니다.
결국 해당 게임을 개발한 개발사의 의지에 e스포츠 흥망성쇠가 달려있습니다. e스포츠 지역연고제 도입에 앞서 국내 개발사에 힘을 실어 인기 있는 게임을 만들게 하는 것이 먼저입니다.
국내 게임산업은 산업 발전과 더불어 규제와의 전쟁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특히 정부 도움없이 스스로 성장한 몇 안되는 산업 중 하나입니다. 정권이 바뀌고 게임업계 관계자들은 항상 걱정합니다. 이번 정권에서는 또 어떤 규제가 나올까. 게임산업 진흥법이 존재하지만 말만 진흥이고 규제법에 가깝다고 지적합니다. 일각에서는 진흥도 필요없으니 정부에서 아무것도 안했으면 좋겠다는 절규도 나옵니다.
대표적으로 2011년 도입된 ‘셧다운제’의 경우 최근 폐지되기까지 게임산업에 큰 상처를 남겼습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2010년 2만658개였던 국내 게임업체 수는 2014년 1만4440개로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4년 새 30% 가까이 급감한 셈이죠. 한국경제연구원이 발표한 셧다운제 규제의 경제적 효과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셧다운제 실시 후, 국내 게임시장 규모가 약 1조1600억원 가량 감소한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습니다.
이용자 보호도 중요하지만 게임산업 진흥도 중요합니다. 어느 한쪽으로 정책이 쏠리면 산업은 성장하기 어렵습니다. 특히 최근 국내 게임산업은 ‘성장 정체기’를 맞이한 상황입니다. 사실상 과거 인기 IP로 힘들게 연명하는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이제는 정부가 나서서 게임산업 진흥에 힘을 보태야 합니다. 그것이 힘들다면 적어도 앞길을 막는 우를 범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원태영 기자 won.tae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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