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현대차 미래 서비스 한복판서 로봇 앞길 막아보니 [가봤어요]
- 현대자동차 수원하이테크 센터 개관
로봇과 인간이 공존하는 공간으로 마련
엔지니어는 본업에, 로봇은 잡일에 집중
기자는 30일 현대차 수원하이테크센터를 찾았다. 센터에 들어서자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넓은 고객 라운지와 원형 구조의 개방감이었다. 천장을 올려다보면 마치 성당에 들어온 듯한 느낌마저 들었다. 높은 층고와 통창, 중앙 아트리움으로 들어오는 자연광이 정비센터 특유의 딱딱한 분위기를 덜어냈다.
최근 현대차는 주요 거점 공간에 통창과 아트리움을 적극적으로 적용하고 있다. 단순히 차를 전시하거나 고치는 공간이 아니라, 고객이 머무는 경험 자체를 설계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수원하이테크센터에도 이 흐름이 고스란히 이식됐다. 고객은 열린 공간 안에서 서비스 과정을 보다 직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수원하이테크센터가 아무리 넓은 라운지와 개방형 아트리움을 앞세웠다고 해도, 핵심은 다른 곳에 있다. 이곳의 1순위는 결국 차를 빠르고 정확하게 고치는 일이다. 전동화와 소프트웨어 중심 차량(SDV) 확산으로 자동차가 복잡해진 만큼, 정비 방식도 달라져야 한다는 판단이 센터 곳곳에 녹아 있었다.
본격적인 정비 공간에 들어서자 분위기는 1층과 확연히 달라졌다. 한눈에 봐도 전문적이고, 미래지향적이었다. 흔히 떠올리는 정비소와는 거리가 멀었다. 차량과 장비가 빽빽하게 들어찬 공간이 아니라, 작업 구역이 비교적 여유 있게 배치돼 있었다. 엔지니어가 몸을 비집고 들어가 일하는 공간이 아니라, 차량을 제대로 들여다볼 수 있도록 설계됐다.
3층 정비 공간에서는 자율주행 운반 로봇(AGV)이 부품을 옮기고 있었다. 정비에 필요한 부품을 싣고 작업장 사이를 오가는 모습은 정비센터보다 스마트 물류 현장에 가까웠다. 이 AGV의 이동 속도는 초속 0.7m로 제한돼 있다고 한다. 이유는 단순했다. 안전 때문이다. 더 빠르게 이동할 수 있지만, 안전을 위해 속도를 낮게 설정했다고 한다.
짧은 장면이었지만 인상적이었다. 정비 현장에 로봇이 들어오는 순간, 사람과 같은 공간에서 얼마나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느냐가 더 중요하다. 현대차가 말하는 미래 서비스의 방향도 여기에 가까웠다. 로봇이 반복 이동과 단순 물류를 맡고, 엔지니어는 고난도 진단과 정비에 집중하는 구조가 잘 짜여있었다.
로봇의 존재감은 지하 1층 자동 물류창고에서 더 뚜렷했다. 이곳은 수원하이테크센터의 ‘보이지 않는 심장’에 가까웠다. 정비 현장에서 필요한 부품이 제때 도착하려면, 뒤쪽 물류가 먼저 정확하게 움직여야 한다. 지하 1층에서는 그 역할을 사람이 아니라 로봇이 상당 부분 맡고 있었다.
자동 물류창고 안에서는 작은 박스들이 쉴 새 없이 오갔다. 자율 케이스 처리 로봇(ACR)이 부품이 담긴 박스를 꺼내고, 정해진 위치로 옮겼다. 겉으로 보기에는 단순한 부품 창고였지만, 안쪽에서는 정비센터 전체의 작업 흐름을 맞추는 자동화 시스템이 돌아가고 있었다. 부품을 찾고, 꺼내고, 옮기는 과정이 사람의 기억이나 발품에만 의존하지 않는 구조다.
직원이 모니터 화면을 몇 번 터치하자 크고 작은 로봇들이 분주하게 움직였다. 사람의 지시가 떨어지자 창고 안쪽에 있던 ACR이 선반 사이로 이동했고, 부품이 담긴 박스를 꺼내 지정된 위치로 옮겼다. 곧이어 다른 로봇이 박스를 받아 작업장으로 보낼 준비를 했다. 버튼 몇 번에 부품을 찾고, 꺼내고, 옮기는 과정이 한꺼번에 이어졌다.
현장 관계자에 따르면 이 넓은 자동 물류창고에 상주하는 인력은 2명 수준이다. 과거라면 여러 명이 부품 위치를 확인하고, 박스를 꺼내고, 작업장까지 옮겨야 했을 일이다. 지금은 로봇이 대부분의 반복 작업을 맡는다. 사람은 모니터를 통해 작업 흐름을 관리하고, 예외 상황이 생겼을 때 개입한다.
수원하이테크센터가 강조하는 것도 이 지점이다. 이곳은 입고 상담부터 작업, 출고까지 1명의 엔지니어가 전 과정을 책임지는 1대1 전담 엔지니어 배정 시스템을 도입했다. 고객 입장에서는 매 단계마다 담당자가 바뀌는 불편을 줄일 수 있다. 차량 상태를 설명하고, 정비 방향을 안내받고, 출고 전 결과를 확인하는 과정이 한 사람을 중심으로 이어진다.
예약 방식도 달라졌다. 수원하이테크센터는 100% 예약제로 운영된다. 고객이 정비를 예약하면 센터는 사전에 전담 엔지니어를 배정하고, 차량 데이터와 예약 내용을 바탕으로 맞춤형 정비 계획을 세운다. 고객이 센터에 도착하기 전부터 차량 상태를 어느 정도 파악해두는 셈이다.
장재훈 현대차그룹 부회장은 이날 언론과의 질의응답에서 “고객 경험을 어떻게 차별화하고, 판매 이후의 서비스 경험을 어떻게 제공할 것인지 많은 고민을 했다”며 “정비의 실제 작업은 기술인재가 맡되, 작업 효율을 높이는 범위에서 자동화 기술을 조화롭게 적용했다”고 말했다.
이어 “현대차그룹이 우위에 있을 수 있는 부분은 서비스라고 생각한다”며 “외국 브랜드와 비교해 서비스 품질과 고객 대응력을 계속 끌어올리고 있고, 이를 더욱 차별화된 경쟁력으로 만들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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