엇갈린 함영주·손태승 판결…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
내부통제 실효성 없으면 위법 판결
법조계 “하나은행 판결, 법적 안정성 침해…결과책임 묻는 셈”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 불완전판매 관련 징계 취소 소송에서 하나은행과 우리은행이 정반대의 판결을 받은 것을 두고 논란이 나오고 있다. ‘내부통제 마련’ 기준에 대한 판단이 엇갈렸기 때문인데, 법원의 지나친 확대해석으로 결국 금융기관 제재의 불확실성을 높였다는 비판이 나온다.
17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지난 14일 함영주 하나금융 부회장과 하나은행은 DLF 사태 책임을 이유로 받은 ‘문책경고’ 등의 취소 소송에서 패소했다. 재판부가 하나은행 및 임직원 등이 일부 사유를 제외하고는 ‘불완전판매를 방지하기 위한 내부통제기준 마련의무’를 위반했다고 판단해 취소 청구를 기각한 것이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뜻밖의 결과라는 반응이다. 앞서 지난해 8월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이 이와 유사한 DLF 관련 징계 취소 소송에서 승소했기 때문에 함 부회장 역시 비슷한 결과를 받아들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았기 때문이다.
두 재판의 쟁점은 금감원이 내부통제 부실을 이유로 경영진에 제재를 한 것이 타당한지 여부다.
금융사지배구조법에 따르면 금융회사는 ’법령준수, 경영건전성, 이해관계자 등의 보호를 위해 임직원이 직무를 수행할 때 준수해야 할 기준 및 절차‘를 내부통제제도로 마련해야 한다. 또 ’내부통제가 실효성 있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시행령 등에서 사항을 규정하고 있다.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의 판결이 엇갈린 이유는 내부통제기준 마련에 대한 해석이 달랐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내부통제기준이 있었지만 적정하지 않고 실효성이 없었다면 이를 위반으로 보느냐 아니냐의 차이인 셈이다.
우리은행 1심 당시 재판부는 “금융회사로서 내부통제가 실효성 있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법정사항을 포함하여 내부통제기준을 마련한 이상, 내부통제기준 마련의무는 이행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내부통제기준 이행에 있어 미흡했다 하더라도, 내부통제기준 자체를 마련하지 않은 것으로 평가할 수는 없으며, 금융사지배구조법은 내부통제기준 마련의무의 미흡한 이행을 제재하는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는 해석이다.
반면 하나은행 재판부는 “내부통제기준을 형식적으로는 마련해 두었더라도 사실상 법정사항이 의도하는 내부통제기능을 실질적으로 구현할 수 없는 껍데기만 남게 되어 ‘실효성’이 없다면, 이는 결국 ‘내부통제기준 마련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봤다.
하지만 하나은행 판결을 두고 법조계와 금융계에서는 재판부가 법의 '예측가능성'의 범위를 지나치게 확대해 금융사들이 사전에 판단하기 어렵게 만들었다고 지적한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DLF 사태 방지 등 소비자 보호를 위해 금융사를 감독할 필요는 있지만, 경영진 징계를 위해 내부통제기준 마련 의무 위반을 들어 징계한 것은 법적 근거가 약하다고 본다"며 "이번 판결문을 보면 재판부가 법령을 해석해서 판단한 것이 아니라 거의 법령을 하나 새로 만든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라고 말했다.
관련 시행령에조차 구체적인 기준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법원이 자의적으로 기준을 세우고 이를 지키지 못했다고 위법하다고 판단했다는 주장이다.
김시목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는 “법령에서는 '실효성'에 대한 부분이 없고 다만 시행령에 '실효성 있게 운영되기 위하여 다음 각호의 사항을 포함돼야 한다'는 내용이 있다”며 “이걸 합쳐 이번 판결에서는 실효성 있는 내부통제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렇게 판단하게 되면 실효성이라는 것은 결과에 따른 것이므로 내부통제기준을 잘 마련했더라도 사고가 발생하면 실효성이 없는 것이 된다”며 “결국 결과책임(과실이 없더라도 손해의 결과에 대해 책임을 지는 것)을 묻게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 금융업계 관계자는 “금융기관 제재의 불확실성을 제고하고 법적안정성을 침해하는 면이 있다고 보여진다”며 “동일 사건에 대한 다른 판결로 인해 자칫 금융사 최고경영자(CEO)의 경영공백이라는 생길 수 있다는 점도 우려스럽다”고 밝혔다.
김다운 기자 kim.daw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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