닻 올린 尹의 디지털 플랫폼 정부, 구체적 청사진은 언제 나올까
인수위 구성부터 ICT 홀대론 나와…디털 플랫폼 정부 TF 구성으로 급한 불 꺼
‘구글 정부’ 목표 내걸었지만, 이행을 위한 구체적인 정책 없다는 비판 나와
윤석열 당선인은 대선 기간 ‘디지털 플랫폼 정부 구축’ 공약을 내세워 차별화를 꾀했다.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블록체인, 클라우드 등 첨단기술을 활용해 디지털 행정으로 시민에 더 편리한 공공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게 골자다.
3월 29일엔 디지털 플랫폼 정부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면서 공약이행의 의지를 드러냈다. 최지현 인수위 수석부대변인은 “고진 한국모바일산업연합회장을 팀장으로 총 23명으로 출범했다”면서 “관련 분과 간 유기적 협업과 업계 최고 전문가 참여를 통한 공동 TF로 운영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인수위에 따르면 TF에는 최종학 서울대 경영대 교수, 김창경 창의융합교육원 교수, 박순애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등 인수위원과 전문위원 총 5명이 합류했다. 아울러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행정안전부, 산업통상자원부, 개인정보위원회, 통계청 등 정부기관과 4차산업위원회, 한국전자통신연구원 등 공공기관에서 담당자가 파견됐다. 민간위원으로 산업계와 학계에서 8명을 위촉했다.
다만 업계에선 TF가 치밀한 밑그림을 그린 과정에서 나온 결과물인지 여부에 의구심을 가지고 있다. 디지털 플랫폼 정부 구축을 비롯한 ICT 정책을 홀대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을 불식하려는 행보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인수위의 ‘ICT 홀대론’은 지난 3월 21일 과기부가 소속 공무원을 인수위에 파견하면서 제기됐다. 당시 과기부는 이창윤 기초원천연구정책관과 윤성훈 공공에너지조정과장 등을 인수위 과학기술교육분과에 파견했다. 과학기술 분야를 전담하는 1차관실 소속이었다. ICT 정책을 담당하는 2차관실 소속 공무원이 인수위에 파견되지 못하면서 관련 정책을 홀대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업계에서 제기됐다.
ICT 정책 홀대론에 휩싸인 尹 인수위
인수위에 관련 인사도 파견하고 TF도 구축하면서 논란에 붙은 불을 껐지만, 업계 안팎의 우려는 여전하다. 윤 당선인 측이 내건 디지털 플랫폼 정부 공약의 디테일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윤석열 당선인이 관련 구상을 처음 드러낸 건 지난해 말 경제 전문 유튜버와의 인터뷰에서였다. 윤 당선인은 “우리 행정부를 ‘구글 정부’로, 디지털 플랫폼 정부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이 구상이 공약으로 처음 구체화한 건 올해 1월 2일의 일이었다. 윤 당선인은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새해 첫 공약으로 “우리 정부를 디지털 플랫폼 정부로 바꾸고자 한다”며 “이것은 디지털 기술과 빅데이터에 기반한 국민 맞춤형 서비스 정부”라고 말혔다.
아울러 이 공약을 통해 문재인 정부와의 차별화를 강조했다. 윤 당선인은 “문재인 정부는 그들만의 정부, 국민을 무시하는 정부”라면서 “코로나 초기 방역 실패와 백신 도입 실패를 감추기 위해 많은 정보를 숨기고 비과학적 방역조치로 수백만 자영업자들에게 희생을 강요했다”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디지털 플랫폼 정부가 들어서면 감염병 대응도 훨씬 과학적이고 정교하게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당시 윤 당선인은 구체적인 방법론은 제시하지 않았다. 2월 13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후보 등록과 함께 제출한 10대 공약에도 마찬가지였다. “디지털 플랫폼 정부 구현 및 대통령실 개혁”이란 총론을 제시하고, 이행방법으론 “디지털 플랫폼 거버넌스 구축 청사진 설계와 관련 법 재개정 후, 통합 디지털 플랫폼 개발과 구축”이라고 뭉뚱그려 설명했다.
2월 24일 국민의힘이 발간한 대통령 선거 정책공약집엔 구체적인 내용이 담기긴 했다. 공약 마지막 목록인 ‘국정혁신, 디지털 플랫폼 정부’에서 윤 당선인은 “스마트하고 공정하게 봉사하는 대한민국 디지털 플랫폼 정부를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공약의 세부 내용은 ▶국정 운영시 의사결정에 데이터화 과학화 기반 시스템 도입 ▶AI와 빅데이터를 이용한 대국민 행정시스템 대전환 ▶디지털 격차 해소 디지털 역량 강화 등이다. 그렇지만 공약이행을 뒷받침할 명확한 방법론이 보이진 않았다.
디지털 플랫폼 정부 통해 국정혁신 약속한 尹
실제로 윤 당선인이 약속한 ‘모든 정보 및 민원을 처리하는 원사이트 토털 서비스’는 지금 정부가 운영 중인 전자정부 시스템인 ‘정부24’와 방향이 비슷하다. 정부가 집사처럼 국민 복지혜택을 알아서 챙겨주는 ‘마이AI포털’ 서비스 구축 역시 백신 접종 정보를 제공하면서 대중화된 ‘국민비서’ 서비스와 맥락이 같다. 현재 국민비서는 국민 개인의 상황에 맞춰 각종 공공서비스를 미리 안내해주고 있다.
물론 윤 당선인의 공약은 지금보다 훨씬 더 진일보한 플랫폼을 약속했지만, 지금 정부 역시 디지털 정부의 고도화를 계획 중이었다. 문재인 정부는 이런 내용이 담긴 ‘디지털정부혁신 추진계획(2019년 10월)’,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디지털 정부혁신 발전계획(2020년 6월)’ 등을 차례로 발표했다. 지난해 6월엔 공공서비스 디지털 전환율을 80%로 끌어올리고 행정·공공 부문 시스템을 100% 클라우드로 전환하는 내용의 ‘제2차 전자정부 기본계획’을 설명하기도 했다.
당선인에게 지금 시간은 앞으로 집중해야 할 국정과제를 선별해 국민의 동의를 얻고 추진 동력을 확보하는 골든타임이다. 공공의 디지털 전환은 여러 부처의 이해관계가 연관된 복잡다단한 방정식을 풀어내야 한다. 이를 총괄하고 조정하기 위해선 디지털 플랫폼 정부를 둘러싼 구체적인 청사진이 나와야 한다고 업계는 분석하고 있다. 그래야 과감한 투자와 속도감 있는 이행이 가능할 거라는 거다.
물론 이제 막 디지털 플랫폼 정부 TF가 닻을 올린 만큼 공약의 평가를 단정 짓기엔 이르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의원실 관계자는 “윤석열 당선인과 인수위가 그리는 디지털 플랫폼 정부는 정부가 주도하는 게 아닌 민관 협업을 강조하고 있다는 점에서 지금의 전자정부와는 차이가 드러날 것”이라면서 “정부 자체를 플랫폼 기반으로 바꾼다는 아이디어를 실현할 수 있는 정부 조직개편도 준비 중이니 지켜봐 달라”고 당부했다.
김다린 기자 kim.dar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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