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암호화폐 거래소 인수…카카오톡·웹툰에 블록체인 녹일까
카카오픽코마, 日 암호화폐 거래소 지분 인수·경영권 획득
웹툰에 블록체인 기술 적용할 듯…일본 등 해외 사업 확대
카카오가 일본 암호화폐 거래소를 인수했다. 블록체인 기술을 발판 삼아 해외 진출에 속도를 내기 위해서다.
5일 정보기술(IT)업계에 따르면 카카오의 일본 자회사 카카오픽코마는 최근 SEBC 홀딩스를 인수해 경영권을 획득했다. 이 회사는 일본 암호화폐 거래소 사쿠라 익스체인지 비트코인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 2017년 설립된 이 거래소에선 비트코인·이더리움·리플 등 10여 개 암호화폐가 거래 중이다.
카카오는 "카카오 공동체의 비욘드 코리아 전략을 추진하기 위해 이 회사를 인수했다"고 밝혔다. 앞서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는 카카오가 내수기업이라는 오명을 벗고 기술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 글로벌 시장 또한 확대하겠다는 목표를 내건 바 있다. 카카오는 암호화폐 거래소를 인수한 카카오픽코마를 중심으로 일본에서부터 이 전략을 실현해나갈 계획이다.
인수 이후 계획이 구체적으로 공개되지 않았으나, 카카오픽코마는 웹툰에 암호화폐 서비스와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해나갈 것으로 기대된다. 카카오픽코마는 일본과 프랑스 등에 웹툰 앱을 서비스하고 있는 웹툰 플랫폼 기업이다. 카카오픽코마 관계자는 "암호화폐와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경제 시스템을 구축해 웹3.0 관련 사업을 전개해갈 것"이라고 했다.
카카오의 주요 계열사들은 기술 개발과 해외 사업 확대라는 목표 아래 다양한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블록체인 관련 사업이다. 김 창업자는 일찍이 블록체인을 카카오의 미래 먹거리로 삼고 전문 자회사를 육성해왔다.
카카오 최초의 블록체인 자회사 그라운드X는 지난 2018년 설립 후 블록체인 플랫폼 클레이튼과 카카오톡 가상자산 지갑 클립 등을 선보였다. 또, 이 회사는 클레이튼 기반 서비스를 개발할 수 있는 도구 카스를 서비스하고 있으며, 최근 대체불가토큰(NFT) 거래소 클립드롭스도 출시했다. 카카오는 지난해 싱가포르에서 블록체인 자회사 크러스트를 출범시키는 등 블록체인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콘텐트 계열사도 웹툰과 웹소설 등 보유 지식재산권(IP)에 NFT를 적용하며 신사업 발굴에 사활을 걸고 있다. 올해 1월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자사 웹툰 나 혼자만 레벨업을 이용해 발행한 NFT는 클립드롭스에 공개된 지 1분 만에 모두 팔렸다. 이 회사가 발행한 웹툰 빈껍데기 공작부인의 NFT도 지난해 말 기준 80%가량이 거래됐다.
이번 인수는 김 창업자가 이사회 의장직을 내려놓고 처음으로 나선 공식 행보다. 김 창업자는 카카오 자회사 중 카카오픽코마의 사내이사를 맡고 있어, 이번에 인수한 암호화폐 거래소 관련 사업도 챙길 가능성이 크다. 콘텐트 IP업계 관계자는 "웹툰이나 웹소설은 주로 영화나 드라마로 제작되는 경우가 많은데, NFT로 발행하면 콘텐트 IP를 확장할 수 있게 돼 관심을 보이는 작가들이 많다"며 "특히 웹툰은 주요 장면을 각각 NFT로 발행할 수 있어 활용도가 높다"고 설명했다.
선모은 기자 seon.moe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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